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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테크 2025 현장 리포트] 기술의 미래와 K-스타트업의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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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테크 2025 현장 리포트] 기술의 미래와 K-스타트업의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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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과 함께한 축제의 피날레, 열기 속 막을 내린 비바테크


유럽 최대 스타트업 및 기술 컨퍼런스 '비바테크(VivaTech) 2025'가 6월 14일 토요일, 일반 대중에게 문을 열며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엑스포에는 지난 사흘간의 비즈니스 중심 분위기와는 다른 에너지가 가득했다. 정장을 입은 투자자와 기업가들 대신, 미래 기술을 직접 체험하려는 가족 단위 관람객과 학생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이 행사장을 채웠다.



< 관람객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연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9회째를 맞은 이번 비바테크는 모든 면에서 역대급 기록을 경신했다. 총 180,000명의 방문객과 14,000개 이상의 스타트업, 171개 국적의 참가자가 파리에 집결했다. 특히 2024년 대비 20% 증가한 50개 이상의 국가관은 비바테크가 기술 전시회를 넘어 글로벌 기술 외교의 각축장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3,600명이 넘는 투자자들이 차세대 유니콘을 발굴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고, 행사 기간 동안 무려 640,000건의 비즈니스 연결이 이루어졌다.

미래를 체험하다


테슬라 사이버캡, AI가 현실이 되다




< 관람객들이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테슬라의 미래형 로보택시 '사이버캡'을 살펴보고 있다>

테슬라 부스에는 운전대와 페달이 완전히 사라진 로보택시 '사이버캡'을 체험하려는 관람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사이버캡은 AI가 스스로 추론하고 계획하며 행동하는 '에이전트 AI'가 현실화된 사례로, 완전자율주행(FSD) 기술을 통해 AI가 어떻게 물리 세계와 상호작용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제라르 피케의 킹스리그, 미국 진출 선언


전설적인 축구선수 출신 사업가 제라르 피케는 자신이 설립한 '킹스리그(Kings League)'의 미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2026년 초 리그 출범을 목표로 막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며 스포츠 혁신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다.

게임, 오락을 넘어 사회의 핵심 동력으로




< 비바테크(VivaTech)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가상현실(VR) 기술을 통해 '버추얼 태권도'를 시연하고 있다. >

이번 행사에서는 게임의 사회적 가치도 재조명되었다.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착한 게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프랑스의 광고 대행사 퍼블리시스는 게이머들의 뛰어난 문제 해결 및 전략 수립 능력을 높이 사 이들을 적극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게임으로 기른 역량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게 평가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AI, 희곡 작가가 되다: 몰리에르 엑스 마키나


AI와 인간의 예술적 협업도 큰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 작가 몰리에르의 문체를 학습한 AI가 인간과 공동으로 집필한 연극 '몰리에르 엑스 마키나(Molière Ex Machina)'가 무대에 올랐다.




< AI와 인간이 공동 집필한 연극 ‘몰리에르 엑스 마키나’ 무대>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대체'가 아닌 '협업'으로, AI가 인간 창작자에게 영감을 주는 조력자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며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 가능성을 제시했다.

K-스타트업, 유럽 시장의 중심으로 우뚝 서다


이번 행사에서 K-스타트업들은 단순히 기술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계약과 투자 유치로 기술력을 증명했다.

'팀 코리아'의 체계적 지원…성과 창출의 나침반이 되다


이번 성과의 배경에는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대학이 연합한 '팀 코리아'의 체계적인 지원 전략이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창업진흥원 등과 함께 총 26개 스타트업으로 구성된 'K-스타트업 통합관'을 운영하며 이번 행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심재윤 중기부 창업정책과장은 "스타트업들이 중기부의 창업정책을 나침반 삼아 혁신을 키워가길 바란다"며 'K-스타트업 나잇', '슈퍼 피치 코리아' 등 네트워킹 및 IR 행사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해외 VC 접점을 적극적으로 넓혔다.



< 비바테크 2025에 마련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KOSME)의 K-스타트업 통합관 전경>

올해 처음 참가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활약도 눈부셨다. 10개의 K-콘텐츠 스타트업이 참여한 공동관은 나흘간 343건(일부 기사 434건)의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약 90억 원(662만 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과 4건의 MOU를 체결하는 기염을 토했다.


<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이 운영하는 '코리아 콘텐츠 파빌리온'에서 K-콘텐츠 기업들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3년 연속 지자체관 '경기 DX존'을 운영했으며,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테크노파크는 5개 스타트업의 부스에 1,000명 이상의 바이어를 유치하고 350건 이상의 미팅을 성사시켰다.

백화점 입점부터 공공사업까지…기술력으로 '러브콜' 쇄도


특히 개별 기업들의 눈부신 성과는 K-스타트업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친환경 뷰티 솔루션 '우리아이들플러스'는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고체 화장품 시트로 세포라, 로레알 등 글로벌 기업의 주목을 받은 데 이어, 파리 라파예트, 르 봉 마르셰 백화점 및 현지 약국 유통망과 계약을 체결하며 유럽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차세대 전기자극 솔루션을 선보인 '바른바이오'의 부스에는 세계적인 뷰티 기업 로레알 관계자들이 4차례나 방문하며 기술 협업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 AI 기반 신발 제작 플랫폼 '크리스틴컴퍼니'는 LVMH 그룹을 타겟으로 현지 브랜드들의 큰 관심을 받았고, 수소 모빌리티 기업 '이플로우'는 파리 자치구의 소형 수소 충전시설 시범 사업자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 이플로우 대표가 VivaTech 현장에서 ‘소형 수소 충전 인프라’ 시범 사업자 선정을 기념하며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이 외에도 블록체인 식품 이력 추적 플랫폼 '퓨처센스'는 프랑스 프리미엄 보드카 '길로틴'과 MOU를 체결했으며, AI 비전 검사 솔루션 '㈜크레플'은 유럽 현지 기업 3곳으로부터 투자 검토 제안을 받는 등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가 쏟아졌다.

AI, ESG, 콘텐츠…다양성으로 유럽 시장 문 열다


이번 비바테크에서는 K-스타트업의 넓은 기술 스펙트럼이 빛을 발했다. AI 음악 제작 플랫폼 '샤이닝랩(셀팝)', K팝 안무 3D 모션 '댄스트럭트', 가상 착용 솔루션 '딥픽셀', 클라우드 VFX 제작 '오아시스스튜디오' 등은 K-콘텐츠의 저력을 기술로 증명했다. 또한 생분해 플라스틱 '더데이원랩', 보행 에너지 전환 보도블록 '휴젝트' 등은 유럽이 주목하는 ESG 분야에서 한국의 혁신성을 뽐냈다.

한양대 창업지원단 관계자는 "단순 제품 소개를 넘어 현지 실증(PoC), 투자 유치 등 실질적 성과 창출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정부 관계자는 "비바테크의 성공 경험을 연말 '컴업(COMEUP)'에 접목해 더 많은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고, 아랍에미리트 '자이텍스'나 싱가포르 '스위치' 등 해외 주요 전시 참가를 확대해 K-스타트업의 글로벌화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꿈의 무대'로 불리던 파리에서 K-스타트업들은 이제 스스로 '주역'이 되어 새로운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미래를 향한 질문들: 기술 주권과 포용성


비바테크 2025는 기술이 만들어갈 미래 사회의 청사진과 함께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를 동시에 제시했다. 행사의 기저에 깔린 가장 큰 흐름은 '기술 주권'에 대한 유럽의 강력한 의지였다. 미스트랄 AI와 엔비디아의 파트너십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에 맞서 유럽만의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었다.

동시에 비바테크는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인간 중심'의 원칙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행사 마지막 날, 클라라 샤파즈 프랑스 AI·디지털 담당 장관이 직접 대중과 만나 질문에 답하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Ask me anything)' 세션을 진행한 것은 상징적이다. 이는 정부가 기술 개발의 속도만큼이나 사회적 합의와 윤리적 거버넌스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여성 창업가를 지원하는 '피메일 파운더 챌린지(Female Founder Challenge)'와 기술 분야의 편견을 깨기 위한 다양한 세션들은 '포용성'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비즈니스의 핵심 경쟁력임을 분명히 했다.



<비바테크 내부에 설치된 기술이 만들어갈 '내일(Demain)'에 대한 기대를 담은 조형물>

비바테크 2025는 미래를 향한 거대한 질문을 던지며 막을 내렸다. 기술의 발전이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어떤 규칙을 만들어야 하는가? 혁신과 책임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내년, 10주년을 맞이하는 비바테크는 또 어떤 미래를 우리에게 보여줄 것인가.

김이련 스타트업 기자단 1기 기자 nenufar070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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