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하마스 도운 것처럼 할 것”
홍해·수에즈 운하 항로도 위험 고조
홍해·수에즈 운하 항로도 위험 고조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에 개입해 이란을 지원할 것이라고 선언한 후티 반군 [EPA] |
예멘의 친(親)이란 대리세력인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에 개입해 이란을 지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의 대(對)이란 직접 공격 우려가 점증하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와 함께 ‘저항의 축’으로 불려온 후티 반군이 이란 지원을 공개적으로 밝혀 중동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타스 통신에 따르면 후티 정치국 소속인 모하메드 알 부카이티는 17일(현지시간) 아랍권 알자지라 방송 계열 무바셰르 TV에 “우리는 시온주의(이스라엘) 공격을 격퇴하는 데 있어 이란을 지원하기 위해 개입할 것이며 가자지구의 형제들을 지원한 것처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온주의 단체는 이란의 핵 시설을 겨냥함으로써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었다”라고 주장하며 이번 분쟁 과정에서 후티가 이란과 협조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후티는 앞서 지난 15일 이란의 대리 세력 중에서는 처음으로 자신들이 이번 분쟁 과정에서 이란 지원에 나섰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후티는 24시간 동안 이스라엘 중부 자파 지역에 탄도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고 발표했다. 후티는 성명을 통해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팔레스타인-2’를 동원해 이스라엘의 민감한 목표물을 겨냥한 군사 작전을 수행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야히야 사리 후티 대변인은 “억압받는 팔레스타인과 이란 사람들의 승리를 위해 이 작전은 범죄자인 이스라엘 적에 대한 이란군의 작전과 조율돼 진행됐다”며 해당 공격이 이란과 논의하에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이스라엘 군은 앞서 이란과 예멘에서 자국을 향해 미사일이 발사돼 공습 경보를 발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충돌로 인해 후티 반군의 공격이 다시 격화되면서 홍해-수에즈 운하 항로의 위험도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희망봉 항로가 장기간 고착화되면서 해상 공급망 불안정성이 심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후티는 하마스, 헤즈볼라와 함께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른바 ‘저항의 축’의 일원이다. 이란은 이들 세력에 무기를 지원해왔으며, 이번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과정에도 대리세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후티는 지난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하마스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홍해 인근을 지나는 국제 상선과 미국 군함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왔다.
이에 미국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예멘의 후티 군사 거점을 공습했으며,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후티가 미국 군함을 공격하고 미국이 후티를 공습하는 일이 반복됐다.
후티는 지난달 6일 트럼프 행정부와의 휴전 합의에 따라 홍해를 지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중단했지만 해운업계는 여전히 홍해 항로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에서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억지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으로 궤멸 수준인 상황에서 후티 반군만의 도움으로는 이란이 돌파구를 찾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한때 ‘저항의 축’으로 불리던 이란의 역내 민병대 및 대리조직의 네트워크 자체가 해체되고 있다”며 “오랫동안 그 축의 중심이던 헤즈볼라는 극적으로 약화해 더 이상 예전만큼의 억지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목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