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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폭탄' 국면에 자원 공급망 보폭 넓히는 고려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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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폭탄' 국면에 자원 공급망 보폭 넓히는 고려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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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광물 '안티모니' 미국 첫 수출 이어
美 해저 자원개발 업체에 지분 투자도
"미국 공급망 진출...자원 외교에 긍정적"


최윤범(가운데) 고려아연 회장이 온산제련소 내 안티모니 공장을 방문해 생산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최윤범(가운데) 고려아연 회장이 온산제련소 내 안티모니 공장을 방문해 생산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이 미국 자원 공급망에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핵심 물자 안티모니를 미국에 처음 수출한 데 이어 미국 심해 자원 개발 기업에 투자도 감행한다. 최근 고려아연의 자원 수출, 투자 활동이 민간 자원 외교 역할을 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 국면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비철금속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15일 부산항에 입항 중인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행 화물선에 안티모니 20톤(t)을 실었다. 해당 물량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만들어졌으며 7월 미국에 도착한 뒤에는 현지 전문 수입 업체를 통해 미국 주요 방산기업 등 10여 개 회사로 보낸다.

고려아연이 안티모니를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수출은 단기 계약 형태로 이뤄졌다. 올해 대미 수출 물량은 총 100t 수준으로 2026년에는 다달이 20t씩 총 240t 이상 수출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앞으로 다양한 거래처와 가격 협상을 병행하면서 미국 기업들과 장기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안티모니는 배터리, 반도체를 비롯해 군사 기술에서도 핵심 광물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지난해 9월부터 수출 통제에 나서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또한 60% 이상을 중국에서 들여오는 입장이라 안티모니 공급선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수출은 고려아연의 미국 내 자원 공급망 진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고려아연을 통한 안티모니 수출로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지렛대 효과를 보려고 할 정도였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고려아연과 같이 핵심 광물 제련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의 수요를 채울 수 있으면 일종의 민간 경제 외교 측면에서 정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고려아연은 또 미국 해저 자원개발 업체 'TMC'에 1,165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TMC는 심해에서 전기차, 재생에너지, 첨단 산업에 쓰이는 핵심 광물인 니켈, 코발트, 구리, 망간 등의 채광을 준비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투자로 TMC가 얻은 자원을 국내외에서 제련하는 등 사업적 연계와 협력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두 기업의 협력도 미국의 자원 공급망 강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미국은 중국의 자원 독점을 저지하려고 한다"며 "그런 만큼 이번 TMC 투자는 한미 간 자원 안보 협력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우리 정부의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요소로도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