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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엑스레이] [75] 사랑은 공정하지 않다

조선일보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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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엑스레이] [75] 사랑은 공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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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더를 한다. 세계 최대 데이팅 앱이다. 어떤 이름으로 하는지는 밝히지 않겠다. 누구도 본명을 등록하지는 않는다. 간혹 그런 분도 있다. 아재들이다. 카톡 프로필에도 꽃 사진과 한자 본명을 올리는 그분들 말이다.

틴더를 하는 이유는 하나다. 사랑이다. 이 나이에 뭔 사랑 타령이냐고?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일흔에 ‘연인’을 썼다. 필립 로스는 여든다섯으로 죽기 전까지 사랑을 갈구하는 걸작을 썼다. 필립 로스는 사랑이 아니라 욕망 타령 아니냐고? 둘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처음 데이팅 앱을 깔면 환호한다. 이렇게 사랑 찾는 사람이 많구나. 이렇게 예쁘고 잘생긴 후보가 많구나. 곧 깨닫는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은 예쁘고 잘생긴 사람하고만 맺어진다. 보정 먹인 사진으로 승부하는 우리에게는 기회가 잘 없다.

남성에게는 더 기회가 없다. 틴더 성비는 남성 76%다. 최근 치고 오르는 데이팅 앱은 ‘범블’이다. 안전을 선호하는 여성을 위한 앱이다. 남성은 먼저 말을 걸 수 없다. 그런데도 성비는 틴더와 같다. 남성 승률은 내 고향의 운명적 고통 롯데 자이언츠보다 낮을 것이다.

데이팅 앱의 장점은 있다. 키나 자산을 밝힐 의무는 없다. 결혼 정보 회사보다는 덜 잔인하다. 더는 아니다. 틴더와 범블은 최근 매출이 줄었다. 매칭이 안 되니 사용자가 빠졌다. 두 회사 모두 새 정책을 발표했다. 틴더는 이제 키를 필터링할 수 있다. 키 작은 남성은 싫다는 이용자 불만 때문이다. 범블은 이제 남성도 먼저 말을 걸 수 있다. 남성이 먼저 행동하길 원하는 이용자 불만 때문이다. 키 작은 내향인 남성 승률은 더 낮아졌다.

인터넷이 발명되자 사람들은 말했다. 모두가 평등한 진짜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순진한 환상이었다. 데이팅 앱도 그렇다. 모두가 온라인에서는 공정한 척한다. 현실의 욕망은 공정하지가 않았다. 사랑은 공정하지가 않았다. 나도 보정 먹인 사진은 내리고 꽃 사진이나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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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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