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한 청년들 스타트업 창업
감자 카페·빵집·기념품 인기
지방 소멸·입시 전쟁·초저출산 등
이 모든 난제는 다 얽혀 있어
외면받던 재료, 멋진 이야기 입힌
로컬 스타트업 활성화가 열쇠다
감자 카페·빵집·기념품 인기
지방 소멸·입시 전쟁·초저출산 등
이 모든 난제는 다 얽혀 있어
외면받던 재료, 멋진 이야기 입힌
로컬 스타트업 활성화가 열쇠다
강릉에 가서 월화거리를 걸어본 사람이라면 ‘감자유원지’를 그냥 지나치긴 어려웠을 것이다. 감자 캐릭터가 반기는 그곳은 이름처럼 유쾌하고 특별하다. 못난이 감자를 빵으로, 디저트로, 기념품으로 되살려낸 이 공간은 단순한 먹거리 가게가 아니라 상상력의 놀이터다.
이 유쾌한 실험은 강릉으로 귀향한 청년들의 의문에서 시작됐다. 강릉의 논밭에 방치된 못난이 감자를 본 그들은 이 외면 받던 재료에 이야기를 입혔고 감자칩 ‘포파칩’을 탄생시켰다. 버려지던 감자는 다시 수매되고 감자칩은 단숨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으며(나도 작년에 몇 통을 사 먹었다) 이내 감자 테마 카페, 빵집, 기념품 브랜드로 확장되어 대표적 로컬 스타트업으로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 작은 성공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직면한 두 가지 거대한 난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하나는 입시 전쟁만 남은 낡고 경직된 교육 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 소멸과 서울·수도권 과밀, 그리고 그로 인한 초저출산 문제다. 별개의 문제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깊이 얽혀 있다.
이 유쾌한 실험은 강릉으로 귀향한 청년들의 의문에서 시작됐다. 강릉의 논밭에 방치된 못난이 감자를 본 그들은 이 외면 받던 재료에 이야기를 입혔고 감자칩 ‘포파칩’을 탄생시켰다. 버려지던 감자는 다시 수매되고 감자칩은 단숨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으며(나도 작년에 몇 통을 사 먹었다) 이내 감자 테마 카페, 빵집, 기념품 브랜드로 확장되어 대표적 로컬 스타트업으로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 작은 성공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직면한 두 가지 거대한 난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하나는 입시 전쟁만 남은 낡고 경직된 교육 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 소멸과 서울·수도권 과밀, 그리고 그로 인한 초저출산 문제다. 별개의 문제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깊이 얽혀 있다.
우선, 교육의 문제. 대한민국의 교육은 선택지가 아니라 ‘관문’이다. 대다수 아이들의 10대 시절은 하나의 질문 터널에 갇혀있다. “내 점수로는 서울의 어느 대학에 갈 수 있을까?” 그들은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자기 안에 어떤 잠재력이 꿈틀대고 있는지 알아챌 틈도 없이 떠밀려서 이 터널에 들어와 있다. 그리고 그 터널의 끝은 거의 예외 없이, 서울의 대학, 서울의 회사, 그리고 서울의 삶이다.
그러다 보니 지방에서 청년들은 빠져나가고 산업은 재생되지 않으며 거리는 조용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기초 지자체 중 절반 이상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2023년 기준). 반면 수도권은 인구와 건물, 기회가 압축된 형태로 무너져간다. 높은 주거비와 무한 경쟁으로 인한 양육 부담은 출산 기피로 이어져왔다. 꿈을 향해 달려온 청년들에게 서울은 이제 도망치고 싶어지는 험지가 되고 있다.
이 현상의 원인 중 하나는 한국 교육 시스템이 청년들에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학생에게도 마찬가지. 그들은 취업 스펙 쌓기에 다시 돌입한다. 이런 경쟁 역시 더 많은 청년을 서울과 수도권의 좁은 통로로 밀어 넣고 있다. 다양한 재능과 꿈은 눌리고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자율성과 실험 정신은 사라진다. 이는 진화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생명체는 다양성과 유연성을 무기로 삼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년들이 삶을 ‘능동적으로 전환’하게끔 돕는 교육, 즉 기업가 정신을 배우고 경험하게 하는 교육적 개입의 확산이야말로 이 교육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다. 창업 교육은 단순히 비즈니스 모델을 짜는 수업이 아니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찾고자 하는 태도, 실패를 기꺼이 감내하는 용기,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교육이다. 이는 교육의 본질, 즉 인간의 다양한 잠재력을 확장하는 일과 완벽하게 맞닿아 있다.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고 스타트업 창업을 경험하게 한다면 수도권 과밀 문제는 약화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런 교육을 받은 청년들일 수록 지역(로컬)에서 능동적 삶의 기회를 찾을 개연성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로컬 스타트업은 대개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들은 이미 지역에 있는 것들에 관심을 기울인다. 지역의 문화, 환경, 유휴 자원, 사람들. 버려진 집은 게스트하우스가 되고, 해녀의 삶은 브랜딩이 되고, 못난이 감자는 감자칩이 된다. 이들은 제품보다 맥락을 판다. 그리고 그 맥락은 청년들이 다시 그 지역에 들어설 수 있게 만든다. 로컬 스타트업 활성화만큼 지역과 청년, 공동체를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방법이 또 있을까?
흔히 사람들은 스타트업을 단지 경제 성장을 위한 수단쯤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창업은 성공을 좇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남고 싶은 곳을 스스로 만드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가 정신 교육의 확산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구조적 난제를 푸는 시스템적 해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설계하는 인간형으로의 전환, 수도권 집중에서 다중심 생태계로의 분산, 초저출산의 절벽에서 공동체 회복으로의 전환. 이 모든 전환은 창업의 길로 통한다. 모든 청년들이 인생에서 한번만이라도 창업을 진지하게 꿈꾸게 하는 교육이 이뤄진다면, 대한민국은 스타트업 강국을 넘어 행복의 나라로 진화할 것이다. 길이 없는 게 아니다. 우리 청년들에게 새로운 가치의 지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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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익 가천대 스타트업칼리지 석좌교수·진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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