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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쌀값 잡는 ‘고이즈미 매직’.. 차기 총리 적합도 조사서 단숨에 1위

조선일보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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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쌀값 잡는 ‘고이즈미 매직’.. 차기 총리 적합도 조사서 단숨에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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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지난달 29일 도쿄에서 열린 비축미 방출 설명회를 찾아 발언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지난달 29일 도쿄에서 열린 비축미 방출 설명회를 찾아 발언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쌀값 안정’을 비롯한 ‘농정(農政) 개혁’을 빠르게 추진하자, 바닥을 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의 지지율이 반등하는 ‘고이즈미 매직(마법)’이 일어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로 차기 총리감으로 거론돼온 그는 실제 농정 개혁으로 호감도가 급등하며 총리 자리에 한발 더 다가섰다.

고이즈미 농림상은 매해 쌀 작황 수준을 공표하는 ‘작황 지수’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16일 밝혔다. 일본 정부는 전국 논 8000여 곳의 벼 수확량을 근거로 작황 지수를 발표하는데, 지난해 지수가 평년 수준으로 양호했는데도 쌀값 급등 파동이 터지면서 ‘작황 지수 무용론’이 불거졌다. 이에 고이즈미가 기존 작황 지수는 중단하고,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 정확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것이다.

고이즈미 농림상은 지난달 21일 취임 직후 쌀값 안정을 위해 비축미를 수의계약으로 시장가의 반값에 풀면서, 농민층과 유착된 ‘농림족’ 정치인과 대비되는 행보를 보였다. 또 매해 9월 일본이 무관세로 수입해온 쌀 물량을 오는 27일 조기 수입해 시장에 싸게 풀겠다고 밝혔다. 구입한 쌀을 기존 값보다 비싸게 되파는 전매 행위를 금지하는 긴급조치법도 도입했다.

고이즈미의 이 같은 개혁 조치로 쌀값도 미약하게나마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본 농림성은 지난 2~8일 전국 평균 쌀값이 5㎏에 4176엔(약 3만9000원)으로 전달보다 48엔 내렸다고 밝혔다. 3주 연속 내림세다. 요코하마의 한 쌀집 점주는 최근 TV아사히에 “지난달까지 재고가 없다던 도매상들이 갑자기 브랜드 쌀을 팔기 시작했다. 비축미 인기에 (숨겨 놓은) 햅쌀이 묵은 쌀이 될까 걱정한 것 같다”고 전했다.

고이즈미의 개혁안이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지난달 일부 조사에서 20%대 초반으로 추락했던 이시바 시게루 총리 지지율도 반등하고 있다. 이달 NHK 조사에서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전달보다 6%포인트 오른 39%였다. 고이즈미의 비축미 방출 등 정책을 긍정 평가한 반응은 72%였다. 일본 정치권의 향방을 결정할 참의원 선거가 오는 7월로 다가온 가운데 내각 붕괴설(說)까지 돌았던 이시바가 ‘고이즈미 효과’로 훈풍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이즈미의 농정 개혁 성과가 뚜렷해지면 이시바의 총리직을 그가 이어받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산케이신문이 지난 14~15일 실시한 차기 총리 적합도 조사에서 고이즈미는 20.7% 지지율로 1위였다. 2위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과의 격차는 4%포인트를 웃돌았다.


고이즈미의 개혁안들은 사실상 한국 농협과 같은 일본 JA전농(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이 많다. JA전농은 쌀 농가 이익을 대변하는 집권 자민당 농림족 정치인과 연계해 농산물 유통 구조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진 의문의 쌀값 급등 파동도 이들의 불투명한 유통 과정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고이즈미의 농정 개혁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자민당 농림부회장을 지내던 2015~2016년 JA전농을 상대로 유통 구조 개혁을 요구했으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당시 그가 추진한 개혁안은 JA전농이 농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팔아 얻은 수입에서 수수료를 뺀 만큼을 농가에 돌려주는 것이 아닌, 아예 농산물 전량을 매입해 농가에 고정된 보상을 제공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고배를 마셨던 고이즈미가 농업 정책 총괄직에 올라 다시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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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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