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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간첩단’인가? ‘국가보안법 피해자’인가?…8개월 만에 재판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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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간첩단’인가? ‘국가보안법 피해자’인가?…8개월 만에 재판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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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법에서 17일 열린 이른바 ‘창원간첩단 사건’ 또는 ‘국가보안법 피해자 사건’ 5차 공판준비기일 직후 피고인·변호인단·방청객들이 승소를 자신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최상원 기자

창원지법에서 17일 열린 이른바 ‘창원간첩단 사건’ 또는 ‘국가보안법 피해자 사건’ 5차 공판준비기일 직후 피고인·변호인단·방청객들이 승소를 자신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최상원 기자


이른바 ‘창원간첩단 사건’ 또는 ‘국가보안법 피해자 사건’ 재판이 8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하지만 재판 형식과 절차를 두고 변호인단과 검찰이 공방만 벌이다가 끝났다.



창원지법 형사4부(재판장 김인택)는 17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통일운동가 4명에 대한 5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2023년 4월10일 첫 재판 이후 2년2개월, 지난해 4월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창원지법으로 이송된 이후 1년2개월, 지난해 10월28일 4차 공판준비기일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열린 재판이었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는 재판 형식과 절차를 두고 변호인과 검찰이 공방을 벌였다.



첫번째 문제는 재판에 참여한 검사의 관할구역이었다. 창원지법에서 재판이 진행되지만, 재판에 참여한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소속 2명, 부산지검 서부지청 소속 1명 등 3명이었다. 창원지검 소속은 없었다. 검찰청법은 ‘검사는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속 검찰청의 관할구역에서 직무를 수행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변호인단은 “권한 없는 검사가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문제 삼았다. 재판 도중 창원지검 소속 검사 1명이 재판에 추가로 참여했으나, 변호인단은 창원지검 소속이 아닌 검사들은 퇴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번째 문제는 검찰이 증거 원본을 제출하지 않는 것이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진행할 당시 검찰은 동영상에서 부분적으로 따낸 정지화면(캡처본)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원본 동영상은 변호인단과 재판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은 창원지법 재판에서도 원본 동영상을 제출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증거자료를 믿을 수 없으며, 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도 되지 않는다. 이런 증거자료로는 재판부도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원본 동영상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동영상을 촬영했다며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직원의 진술도 신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변호인단은 “이 문제에 대해 현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앞두고 있으니,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재판을 중지시켜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집중 심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창원지법으로 이송한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법원이 조처해주기 바란다. 현재까지 재판이 지연된 점을 고려해서 적어도 월 1회 재판 시 2~3일이라도 연속해서 심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재판 기일을 지정해주기 바란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대로 재판을 진행하되,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면 그것에 맞춰 다시 검토하자”라며 공판준비기일 종결을 선언했다. 창원지법 1차 공판은 8월28일 오후 2시 열린다.



앞서, 2023년 1월28일 국정원은 경남에서 활동하던 통일운동가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같은 해 2월1일 이들을 구속했다. 이들은 2016년 3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캄보디아 등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공작금 7천달러(약 900만원)를 받고 ‘자통민중전위’라는 반국가단체를 만들어서 국내정세를 수집해 북한에 보고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국정원과 검찰은 ‘창원간첩단 사건’이라고 이름 붙였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는 ‘국가보안법 피해자 사건’이라고 부른다.



서울중앙지법은 2023년 4월10일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피고인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했다. 그러나 증인 대부분이 신분을 노출할 수 없는 국정원 직원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은 피고인의 권리와 방어권 행사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재판부 관할지 이송을 요구해, 지난해 4월17일 이송 결정을 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에서 창원지법으로 옮겨서 재판을 받게 됐다. 이들은 모두 2023년 12월7일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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