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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이 사업장 됐다... 트럼프, 사익 추구에 대통령직 총동원”

조선일보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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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이 사업장 됐다... 트럼프, 사익 추구에 대통령직 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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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족 기업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은 16일 ‘트럼프 모바일’이라는 브랜드를 공개하고 이동통신 사업에 나서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의 구호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새긴 황금색 스마트폰도 오는 8월 출시하겠다며, 이 스마트폰이 미국에서 설계·제조된다고 소개했다. 이를 포함한 수익 사업이 계속 늘어나면서 트럼프와 그 가족이 대통령직을 사적 이익 추구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대통령직과 관련된 트럼프 일가의 수익 사업 사례를 소개하며 “단순한 윤리 실종이 아니라 제도와 감시 장치를 조롱하고 무력화하는 구조적 약탈”이라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집권 1기(2017~2021년)부터 자신을 경호하는 비밀경호국 요원들을 개인이 소유한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묵게 하고 고액의 숙박비를 청구해 1000만달러(약 136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부터는 이곳에서 기업인·투자자 대상 유료 만찬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단체 저녁은 1인당 100만달러, 일대일 접견은 1인당 500만달러의 요금이 책정돼 있다. 지난해 대선 전 트럼프가 이곳에 석유 업계 관계자들을 초청해 “10억달러를 기부하면 백악관 복귀 후 환경 규제를 철폐해 주겠다”며 ‘거래’를 제안했다는 워싱턴포스트 보도도 나왔다.

가상 화폐를 통해서도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취임 직전 트럼프와 배우자 멜라니아 여사의 이름을 딴 가상 화폐 ‘$Trump’와 ‘$Melania’를 출시했고, 스테이블코인(달러 등에 가치를 고정해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 화폐) ‘USD1’도 발행했다. $Trump는 취임 당일 6.50달러에서 한때 73달러까지 치솟았다가 급락했는데, 트럼프는 이를 반등시키기 위해 소수의 상위 투자자를 위한 백악관 만찬과 견학 프로그램도 제안했다. 이런 마케팅으로 트럼프 일가는 총 1억48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가족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멜라니아 여사는 자신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판권을 아마존에 팔고 4000만달러를 받았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행정부 지부(Executive Branch)’라는 이름의 고급 사교 클럽을 창설하고 가입비로 1인당 50만달러(약 6억8000만원)를 받고 있다. 회원에게는 트럼프 내각 구성원들과 교류할 기회가 제공된다고 홍보한다. 차남 에릭은 지난 4월 카타르 국부 펀드 소속 부동산 개발사와 50억달러 규모의 고급 리조트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발표 2주 뒤 중동 순방길에 카타르를 방문한 트럼프는 이 프로젝트를 “미국의 엄청난 경제 성과”라고 치켜세웠다.

지난 13일 공개된 미국 정부윤리청(OGE)의 재산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는 취임하기도 전인 지난해에만 가상 화폐와 부동산 사업, 라이선스 수수료 등으로 6억달러의 소득을 신고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업을 자녀들이 관리하는 신탁에 맡겼다고 밝혔지만,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발생하는 수입은 결국 대통령 소유로 귀속돼 이해 충돌 논란이 일고 있다”고 했다.

백악관은 대통령 일가의 사업 활동에 대한 가디언의 논평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의 자산은 자녀들이 관리하는 신탁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이해 충돌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아닌 미국 국민을 위해 확보한 훌륭한 거래를 무시하고 가디언이 거짓된 이야기를 퍼뜨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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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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