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미지의 서울’ 명대사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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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지의 서울’의 주인공이자 쌍둥이 자매인 유미지(왼쪽)와 유미래(오른쪽). 배우 박보영이 외모만 똑같고 성격은 전혀 다른 두 인물을 연기했다. 여기에 더해 서로의 인생을 바꿔 살며 ‘미지인 척하는 미래’ ‘미래인 척하는 미지’까지 연기해 1인 4역인 셈이다. 초반의 유미지는 금발 염색 머리로 등장해 쉽게 구분되지만, 곧 흑발로 바꾸면서 말투, 분위기, 표정 연기 등으로 섬세한 차이를 보여준다./tvN |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모른다.’ 드라마 대사 한 줄이 내 삶에 이렇게 생명력을 불어넣다니…. 오늘부터 나도 매일 외우고 다닐 것이다.”
지난달 24일 첫선을 보인 배우 박보영 주연의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이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위로를 선사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를 접한 해외 시청자들도 공감하고 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K드라마 커뮤니티 등에는 ‘미지의 서울(Our unwritten Seoul)’ 방송 직후 “‘살려고 숨은 거야. 살자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 거야’라는 미지 할머니의 말씀에 펑펑 울었다. 나에게 저런 할머니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등의 글이 올라왔다. 넷플릭스에 불과 2회 차 공개됐을 뿐인데 댓글 200여 개가 붙더니 5·6회 차까지 1000여 개 넘는 감상문과 대댓글이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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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진영 |
‘미지의 서울’은 엄마도 구분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똑같은 얼굴의 일란성 쌍둥이 자매지만, 얼굴 빼고선 성격·체력·말투 모두 다른 유미래·유미지(박보영 1인 2역)가 인생을 맞바꾸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스스로를 이해하는 ‘로맨틱’ 성장 드라마다. 첫 회 시청률 4.2%(이하 닐슨 전국 기준)로 시작해 총 12회 중 8회가 방송된 지난 15일에는 평균 시청률 7.4%, 최고 시청률 8.2%로 뛰어올랐다. 블로그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명대사’ 혹은 드라마 속 대사로 검색하면 “공감했다” “오랜만에 꺼억꺼억 소리 내 울었다”는 등의 감상을 담은 페이지 수백 개가 쏟아진다.
미 MSN·영국 데일리 메일 등에선 “천재적인 작품에 열광” “올해 최고의 K드라마” 같은 제목으로 기사가 쏟아졌다. 5~6회 차가 공개된 이후엔 넷플릭스 글로벌 8위로 진입했다. 페루 등 일부 남미 국가에선 1위를 차지했다. 나라는 제각각이지만, 시청자들의 공감 포인트는 비슷했다. “살자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 거야”와 같은 극 중 미지 할머니 강월순(배우 차미경)이 손녀에게 전해주는 ‘대사’에 담긴 메시지들이 치유와 위로를 준다는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박보영의 1인 4역’ 도전을 제외하곤 여느 청춘 로맨스물 같은 형태. 묘한 것은 주인공들이 어딘가 부족하고 서투르다. 유미래는 모범생으로 행정고시엔 실패하고 공기업에 다니고 있고, 겉은 멀쩡하지만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유미지는 고교 시절 ‘육상 천재’로 불리다 발목 부상으로 선수 생명을 잇지 못하게 되자 세상과 담을 쌓아버렸다.
여기에 미지의 상대역인 이호수(배우 박진영)는 완벽한 외모에 최고 로펌에 다니는 변호사지만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고 자신도 청각을 상실한 데다 한쪽 다리에 인공뼈를 이식하는 등 장애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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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래인 척 하는 미지(박보영)와 미지를 고등학생 시절부터 한결같이 바라봤던 이호수(박진영). 두손리 같은 동네 살았던 인연으로, 호수는 학창 시절 두손봉을 오르는 단체 등반에서 모두가 자신을 동정하거나 우려했는데, 미지만이 자신을 믿고 두손봉 꼭대기에서 기다려줬다며 그 때문에 정상에 올랐고, 미지가 첫사랑이 됐다고 고백한 바 있다. /tvN |
미래의 상대인 한세진(류경수)은 잘나가는 자산운용사 대표였지만 돈만 좇다가 유일한 혈육인 할아버지가 열사병으로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전화도 외면한 자신을 반성하며 할아버지 농장으로 귀농을 결심한 이다.
미래와 미지는 사건이 벌어지는 방식과 그에 맞서는 성격과 태도는 달라도 마음속 깊이에선 둘은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다. 세상의 기대와 자신의 실력과의 간극에서 도망치고 싶고, 자신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고, 헛소문에 휩싸여 스스로 망가뜨리고 싶지 않아 세상과 단절하려 했다. 자책하며 자기 혐오에 빠지고, 미지의 입으로 말하는 “나의 천적은 나”라는 이야기도 결국은 미지와 미래의 이야기이자 이들에 공감하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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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미지인 척하는 미래(박보영, 왼쪽)와 할아버지 딸기 농장에서 농사를 하는 농장주 한세진(류경수). 세진은 미지(미래)에게 '소문'을 극복하고 스스로를 증명해 내며 은근 애정 고백도 하는 자신의 방식을 넉살 좋게 이야기하고 미래는 그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 /tvN |
박보영·박진영·류경수 이들은 각각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던 상대를 만나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고쳐가며 자신의 ‘쓸모’를 되찾는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보통의 청춘 치유극은 좌충우돌하는 젊은이들의 역경을 딛고 일어나고 남을 통해 자신의 단점을 고치는 등의 방식이지만, 이번 드라마는 ‘쌍둥이’가 역할을 맞바꾼다는 설정을 통해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게 했다”며 “일종의 거울 치료를 통한 자아 성찰을 이뤄냈다는 점이 ‘신의 한 수’”라고 했다. 각종 명대사를 제조한 쌍둥이의 할머니나 미지가 서울 생활을 하면서 처음 스스로를 쓸모 있는 사람으로 느끼게 되는 김로사(배우 원미경) 등도 ‘어른’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 공 평론가는 ““네가 틀린 게 아니라 세상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너의 가능성이 훨씬 많다’는 등 먼저 살아본 어른의 지혜가 담긴 대사들이 시청자들에게도 위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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