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시민들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언론인 로렌 산체스의 결혼식에 반대하기 위해 모였다. 일부 지역 주민들이 도시가 억만장자들을 위한 놀이터로 변모했다고 주장하면서 항의하는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베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라는 의미의 포스터 캠페인도 벌였다. /AFP 연합뉴스 |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진행할 초호화 결혼식을 앞두고 현지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베이조스와 약혼녀 로렌 산체스의 결혼식은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베네치아에서 진행된다. 결혼식장은 미세리코르디아 성당으로 알려졌다. 베이조스 측은 베네치아의 주요 고급 호텔을 예약했으며, 곤돌라와 수상 택시를 대량으로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식 비용은 최대 2150만달러(약 292억원)로 추산된다.
이번 결혼식에 200여 명의 하객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객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부부와 오프라 윈프리, 믹 재거, 케이티 페리, 킴 카다시안, 에바 롱고리아가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베네치아는 매년 600쌍 이상의 커플이 결혼식을 올리는 국제적인 결혼식 명소로 알려져 있다. 베네치아 시 당국은 “도시와 주민, 방문객들에게 아무런 불편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발해 지역 시민단체 ‘베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No Space for Bezos)’는 13일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 단체는 리알토 다리에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 없다”고 쓰인 현수막을 걸었고,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에 ‘베이조스’라는 이름 위에 ‘X’ 표시가 그려진 대형 포스터를 설치했다. 이들은 “베네치아가 부유층의 놀이터가 되어가는 것을 반대한다”며 베이조스가 과도한 부를 과시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또 주택 가격 상승, 낮은 임금 등 도시가 직면한 실질적 문제들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 단체는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대규모 반대 시위를 예고했다. 특히 이 단체는 결혼식 기간 거리 시위와 운하 봉쇄를 진행하는 등 하객의 진입을 막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주최 측의 페데리카 토니넬로는 “우리는 거리를 가득 채우고, 고무보트와 배로 운하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 참가자 나 하비 스텔라 파예는 “베네치아가 베조스의 결혼식 엽서 속 장소가 아니라, 과두 정치에 굴복하지 않은 도시로 기억되도록 하자”고 말했다.
베네치아 시당국은 이번 결혼식으로 인한 시민 불편이 최소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수상 택시 280대 중 30대만이 결혼식용으로 예약됐다고 설명했다. 시 당국은 “대규모 국제 행사 개최 경험이 풍부해 행사 진행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며 “도시의 특성을 고려해 주최 측과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