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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교육 중심으로 교육정책 전환해야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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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교육 중심으로 교육정책 전환해야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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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체포된 대통령 윤석열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되는 가운데, 윤석열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어왔다가 다시 밖으로 나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5년 1월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체포된 대통령 윤석열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되는 가운데, 윤석열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어왔다가 다시 밖으로 나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병기 | 한국교원대 교수
·전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장



12·3 내란사태가 탄핵과 조기 대선을 거쳐,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마무리되었다. 반년에 걸친 답답함과 암울함을 떨쳐내기에 충분한 성취로, 계엄 날부터 보여준 우리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과 실천의 결과다.



그 과정에서 빚어졌던 많은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서울서부지법 폭력사태와 선거 부정이라는 총체적 음모론에 포섭된 사람들의 날카로운 외침, 그 중심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전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 아스팔트 극우파들의 표정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제 일단락되었고, 남은 과제는 그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힘을 모아 보다 나은 미래를 펼쳐가는 일이다.



시민교육과 도덕교육에 주된 관심을 갖고 있는 필자는 교육의 관점에서 이 사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성숙한 시민들의 의식과 덕성이 보이는가 하면, 다른 한편 과연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았는지를 의심하게 하는 일부 시민들의 난동이나 강변과 마주하기도 했다. 민주와 공화라는 두 축의 지향을 바탕으로 실천한 우리 학교 시민교육의 실상을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제대로 극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시민교육은 자신이 스스로 삶과 사회의 주인공임을 일깨우는 민주교육과, 다른 시민과 더불어 살아야만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실천하게 하는 공화교육으로 나뉜다. 물론 이 두 축의 교육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1948년 제헌헌법을 제정한 이후부터 최소한 교육과정 차원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을 경시한 적이 없지만, 특히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문재인 정부 때다. 그때 교육부에 민주시민교육과를 설치했고, 장관 직속으로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민주시민교육과를 인성예술체육교육과로 바꿨고 자문위원회도 소리 없이 폐지했다. 1기와 2기 자문위원회에 모두 참여한 사람으로서 비판적 의견을 내면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이제 새로운 정부를 맞으면서 다시 한번 시민교육을 중심에 두는 학교 교육의 정상적 회복을 기대하고자 한다. 시민사회에서 모든 학교 교육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시민교육으로 모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민교육은 한 사회에 새로 등장한 구성원이 제대로 시민으로 자라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교육적 노력을 의미한다. 그럼 시민으로 제대로 살아가려면 어떤 것들을 갖추어야 할까? 우선 혼자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생존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읽고 쓰고 셈할 줄 알아야 하고, 자연과 관계하며 일을 하거나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것은 부모로서 우리가 자식들에게 기대하는 간절한 교육의 목표여서 늘 넘치거나 과장할 위험성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시민에게 필요한 생존 역량은, 더불어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삶의 의미 물음을 던지게 되는 인간의 특수성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는 요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생존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비로소 확보할 수 있는 사회적 존재성과, 단순히 살아남는 것 이상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실존 차원까지 시민교육이 포함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시민으로서 우리 모두는 생존과 실존이라는 두 차원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다.



그동안 우리 시민교육이 주로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민주교육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이제는 다른 시민들과 만나 대화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공화교육에 강조점을 둘 때다.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면서 정당화하는 차가운 비판적 사고력과 토론 교육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덕성교육으로 보완해야 한다. 새 정부는 그런 학교 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하고,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과 언론인 등 우리 사회에서 특별한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먼저 그런 자세를 보여줄 수 있어야만 한다.



새 정부가 해내야 하는 핵심과제 중 하나는 학교 시민교육의 회복을 교육정책의 중심에 두고서 시민의 생존과 실존 역량을 강화할 다양한 교육이 실행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대입제도를 조심스럽게 바꾸는 논의를 펼쳐갈 수 있고, 고등교육 재정을 최소한 수준이 비슷한 나라들과 유사하게 맞추고자 노력할 수도 있다. 극심한 경쟁 교육에 노출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는 우리 학교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임기 내 성과를 낼 수 있는 것들에 집착하지 않는, 장기적이면서도 근원적인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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