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명단에서 빠져 화제를 모은 선수가 두 명 있었다. 한화 마운드의 미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좌완 황준서(20), 그리고 오랜 기간 팀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지켰던 내야수 하주석(31)이었다. 두 선수 모두 각자의 사유로 1군 캠프에서 빠졌다. 황준서는 빌드업 과정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고, 하주석은 내야 경쟁 구도에서 밀린 경향이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시즌이 길다고 강조했지만 선수들로서는 불리함 속에 한 시즌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한화는 2024년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을 복귀시킨 것에 이어, 올 시즌을 앞두고는 4년 총액 78억 원에 엄상백을 영입했다. 차세대 에이스 문동주, 외국인 선수 두 명까지 5인 선발 로테이션이 차 있는 상태였다. 황준서가 선발로 들어갈 자리가 마땅치 않은 것 같았다. 하주석 또한 프리에이전트(FA) 유격수 심우준(4년 총액 50억 원) 영입의 유탄을 맞았다. 반대로 자신은 첫 FA 자격 행사가 만족스럽지 않게 끝났다. 그 직후 2군 캠프행 통보를 받았다. 다 꼬이는 것 같았다.
시즌이 시작되고도 이들의 자리는 잘 보이지 않았다. 한화 선발 로테이션은 굳건히 돌아가고 있었다. 외야와 달리 내야 구도는 견고해 보였다. 김 감독은 유격수 포지션은 주전 심우준, 백업 이도윤 구상을 짜고 시즌에 들어갔다. 그러나 개막 후 세 달 가까이 지난 지금, 두 선수는 예상보다 더 많은 전반기 공헌도를 보였다. 물론 이들이 팀의 주축은 아니었다. 하지만 부상 및 부진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며 팀이 1위로 복귀하는 데 적잖은 공헌을 했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한화의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황준서는 올해 5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3.54로 선전했다. 피안타율은 0.174에 불과하다. 구속이 빠른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성장을 증명하고 있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황준서의 경기력에 만족감을 드러낼 정도다. 시즌 내내 공격력이 부진한 한화가 상위권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마운드의 힘인데, 가장 위기일 때 황준서가 등장해 힘을 냈다.
하주석은 한화 자체 올해의 반전 중 하나라고 할 만하다. 개막 엔트리에서 빠진 하주석은 2군에서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1군 출전 시간을 만들지 못했다. 4월 8일 1군으로 올라왔으나 4월 25일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심우준이 경기 중 공에 맞아 부상을 당해 이탈하자 5월 13일 다시 1군으로 올라왔다. 이후로는 사실상 팀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시즌 34경기에서 타율 0.262, 10타점을 기록하면서 심우준의 공백을 비교적 잘 메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심우준의 부상, 안치홍의 부진으로 자칫 무너질 수도 있었던 중앙 내야의 중심을 잘 잡았다.
일단 황준서는 김경문 감독의 합격점을 받았다. 이 정도 투구 내용이라면 선발 투수들이 다 돌아와도 불펜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선발이 일찍 내려가거나 길게 던져야 할 선수가 필요할 때 황준서를 활용한다는 기본 구상이다. 하주석은 심우준이 올라올 시점에 다른 내야수들과 비교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비력이 비교적 안정되어 있어 꼭 주전이 아니더라도 내야 곳곳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두 선수의 반전이 시즌 끝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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