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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이란 테헤란의 주유소에서 대기하고 있는 차량 행렬./ AFP연합뉴스 |
지난 13일부터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쟁 위협에 노출된 테헤란 시민들이 시골과 교외로 대피하고 있다고 미국 CNN이 15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테헤란의 군사·핵 시설뿐 아니라 고위 군 지휘관이 머물고 있는 주택가까지 표적 대상으로 삼으며 민간인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테헤란은 1980년대 발발한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이런 대대적인 공습을 겪은 적이 없어 현대화된 대피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이에 테헤란 시민들은 30년 넘은 방공호나 터널, 지하철역 등으로 피신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테헤란 시내의 지하철역을 24시간 개방하고 학교와 모스크 등도 대피 장소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테헤란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평소 늦은 밤까지 활기가 넘치던 테헤란 시내의 밤은 공습 이후 조용해졌으며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고 사람들이 집 밖에 나오지 않고 있다. 일부 현금 인출기는 출금 액수를 제한해 놓기도 했다.
테헤란을 탈출해 북부 카스피해 연안 등 한적한 시골로 향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대피 행렬로 인해 테헤란에서 북부 교외로 향하는 도로가 정체를 빚기도 했다고 CNN은 전했다. 테헤란 주유소 앞에 미리 연료를 사 놓으려는 차량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일부 주유소는 한 사람당 최대 25리터까지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을 걸었다.
두 자녀와 노부모를 데리고 테헤란을 떠날 것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이란 정부가 주요 군 지휘관들을 인구가 밀집된 테헤란 내 중상류층 주거 지역에 거주하게 해 민간인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남성은 “나는 집을 떠나고 싶지 않지만, 내 어린아이들을 그런 상황에 두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개입해 두 국가 사이의 공격을 멈췄으면 좋겠다”고 했다.
테헤란의 한 노인은 “우리는 이란 정권을 지지하지 않지만 이스라엘이 거주 지역과 민간인들을 공격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군사 역량에 반대하는 것이라면 그 지역만 공격해야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을 또다시 조성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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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이스라엘 공습 이후 이란 테헤란의 주유소 앞에 차량들이 연료를 구매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
이란 중남부의 다른 주요 도시인 시라즈에서도 식료품과 물, 기저귀 등을 사재기하려는 긴 행렬이 이어졌다. 물품을 트렁크에 가득 실은 채 도시를 떠나는 차량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이란의 핵 시설과 군사 시설을 전격 공습했다. 이로 인해 이란은 핵 관련 시설 다수가 파괴되고 군 수뇌부 및 과학자 등이 대거 사망하는 피해를 입었다. 이란도 이스라엘을 보복 공습에 나서며 양측의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란 당국에 따르면 이란에선 이번 공습으로 현재까지 224명이 숨졌다. 이스라엘에서는 최소 14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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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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