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들, 심리불속행도 충실히 처리해”
‘부실 심리’ 지적한 박시환 前대법관 반박
‘부실 심리’ 지적한 박시환 前대법관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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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수 전 대법관. /법원행정처 |
김선수 전 대법관이 상고 대상이 아니거나 심리가 불필요한 사건을 2심대로 확정하는 대법원 ‘심리불속행’ 판결에 대해 “주심이 적어도 3회 이상 검토하고, 다른 대법관들도 실체 판단을 하고 있다. 대법관이 기록도 보지 않는다는 건 오해”라고 했다. 심리불속행 판결을 두고 “대법원이 사건을 졸속 처리한다” “국민적 불신을 불러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러한 주장이 모두 오해라고 공개 반박한 것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대법관은 전날 발표한 ‘대법원의 조직과 재판 유형에 관한 일고찰’ 논문에서 심리불속행 제도의 운용 방식을 상세히 밝히면서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회(민변) 회장 출신인 김 전 대법관이 2018~2024년 대법관 재임 경험을 바탕으로 대법원 재판 유형과 방식에 대해 쓴 논문이다.
심리불속행은 대법관 4명으로 이뤄진 3개 소부(小部)에서 상고 이유가 적법하지 않은 민사·가사·행정 사건을 접수 4개월 내 구체적 심리 없이 기각하는 판결이다. 2023년 민사 본안 사건의 70%(8727건), 가사 본안 사건의 84%(588건)가 심리불속행으로 종결됐다. 불필요한 심리를 줄여 상고심 사건을 신속 처리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졸속 재판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전 대법관은 “심리불속행이라는 용어 때문에 대법관이 기록도 보지 않고 재판연구관 의견대로 처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가 있다”며 “박시환 전 대법관이 논문을 통해 ‘사건 내용을 모르는 소부 대법관들이 주심 대법관의 짧은 설명 후 10여 초 침묵한 뒤 주심 의견대로 심리불속행 판결을 한다’고 설명한 부분이 ‘10초 재판’으로 선정적으로 보도돼 더욱 불신을 촉진했다”고 썼다. 진보 성향의 박 전 대법관이 2016년 논문에서 대법관들이 심리불속행 사건들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고 재판연구관 보고대로 처리한다고 쓴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김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이 근무했던 시기와 현재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며 “공동조 재판연구관이 2015년 80명에서 2023년 107명으로 늘며 새로 접수되는 사건을 처리하는 전문성이 강화됐고, 소부 합의 방식도 개선됐다”고 했다.
이어 “현재 대법관들은 미리 합의 목록을 회람하기 때문에 사건을 미리 파악하고 필요한 준비를 해 합의에 임한다”면서 “심리불속행 사건이라도 주심 대법관은 해당 사건을 적어도 3회 이상 검토한다. 합의 기일에 주심이 사건 개요와 쟁점, 상고 이유와 검토 의견 등을 설명하고 다른 대법관 모두가 동의해야 심리불속행 판결로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법관 때와 달리 심리불속행 사건이라고 대강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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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환 전 대법관. /조선DB |
한편, 김 전 대법관은 논문에서 ‘상고이유서 원심 법원 제출’ 제도를 도입해 대법원이 재판에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일선 법원 판사를 늘려 1·2심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또 연 20건 안팎인 전원합의체 선고 건수를 25~30건으로 늘리고, 공개 변론도 자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6년인 대법관 임기를 연장하거나 정년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김 전 대법관은 논문 말미에 “이 글은 윤석열 피고인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과 이재명 피고인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전 상황을 전제로 작성됐다”며 “이후 제기된 대법원 조직과 상고 제도 전반에 관한 개혁 요구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법관은 지난 12일 법률신문 기고글을 통해 “(대법관 증원은) 하급심 강화라는 법원의 근본적 개혁 방향과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현행 헌법하에서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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