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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해도 괜찮아”…박보영·박보검이 청춘에게 건네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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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해도 괜찮아”…박보영·박보검이 청춘에게 건네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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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지의 서울’ 주연 박보영(왼쪽)과 ‘굿보이’ 주연 박보검. 티브이엔·제이티비시 제공

드라마 ‘미지의 서울’ 주연 박보영(왼쪽)과 ‘굿보이’ 주연 박보검. 티브이엔·제이티비시 제공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서른살 미지(박보영)는 매일 아침 이렇게 되뇌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학교 청소부, 마트 계산원, 밭농사 일꾼 등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지만, 마을 사람들도, 가족도 그를 백수 취급한다. ‘미지’라는 이름처럼 알 수 없는 앞날에 불안감이 스멀스멀 밀려오던 어느 날, 생김새를 빼면 모든 게 다른, 잘난 쌍둥이 언니 미래(박보영 1인 2역)가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명문대를 나와 공기업에 다니며 남부러울 것 없이 사는 줄 알았는데, 더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있던 것이다. 그냥 두고 볼 수 없던 미지는 미래에게 대담한 제안을 한다. 어릴 적 한약 먹기와 숙제 하기를 맞바꾼 것처럼 잠시 인생을 바꿔 살아보자는 것이다.



아등바등 살아가는 불안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가 연달아 공개되며 동시대 2030 청년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다. 인생을 바꿔 살기로 한 쌍둥이 자매의 분투기 ‘미지의 서울’(tvN)과 메달 대신 경찰 신분증을 목에 건 전직 복싱 선수의 수사극 ‘굿보이’(JTBC)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 스틸컷. 티브이엔(tvN) 제공

드라마 ‘미지의 서울’ 스틸컷. 티브이엔(tvN) 제공


지난달 24일 첫 방송을 한 ‘미지의 서울’의 주인공 미지와 미래는 지금 현실의 청춘과 닮았다. 미지는 마을 사람들에게 ‘캔디’로 불릴 만큼 밝고 씩씩하다. 하지만 속으로는 ‘인생 농사 망했다’며 착잡해 한다. 학창 시절 육상 천재로 이름을 날렸지만 발목 부상을 당해 선수 생활을 마감한 상처도 있다. 미래는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지만 속은 더 곪았다. 공기업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내부 고발을 한 동료 편에 섰다가 직장 내 괴롭힘의 타겟이 됐다. 아무 일도 주어지지 않고 투명인간 취급 당하는 건 참는 게 특기인 미래도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미지와 미래의 모습은 일할 곳 없다는 불안감과 힘들어도 버텨야 한다는 부담감, 양심과 밥벌이 사이 내적 갈등으로 힘겨워 하는 현실 속 청춘의 모습이기도 하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 포스터. 티브이엔(tvN) 제공

드라마 ‘미지의 서울’ 포스터. 티브이엔(tvN) 제공


미지와 미래는 인생을 바꿔 살면서 상대가 무척 힘들었을 것임을 알아차리는데, 이런 장면은 미지 혹은 미래와 같은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로 다가가기도 한다. 이강 작가는 “모두 자신의 삶이 가장 힘들다고 느끼지만, 알고 보면 저마다의 싸움을 치르는 중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다”며 “우리 주인공들도, 시청자분들도 자신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현실감 있는 캐릭터와 따뜻한 대사로 호평받으며 첫 방송 3.6%로 시작한 시청률은 15일 방송 8회에선 7.4%까지 상승했다.



드라마 ‘굿보이’ 스틸컷. 제이티비시(JTBC) 제공

드라마 ‘굿보이’ 스틸컷. 제이티비시(JTBC) 제공


지난달 31일부터 방영 중인 ‘굿보이’는 한때 국가대표 메달리스트였고 지금은 특채로 경찰이 된 이들이 범죄에 맞서는 코믹 액션 청춘 수사극이다. 박보검은 복싱 챔피언으로 이름을 날렸으나 도핑 루머가 퍼지며 한순간에 영광의 단상에서 내려온 윤동주 역을 맡았다. 11년 만에 부활한 특채로 경찰이 돼, 사격 지한나(김소현), 펜싱 김종현(이상이), 레슬링 고만식(허성태), 육상 신재홍(태원석) 등 전직 메달리스트들과 좌충우돌하며 강력범죄를 소탕한다.



코믹하고 경쾌한 분위기는 ‘미지의 서울’과 다르지만, 상실과 좌절을 경험한 청춘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은 비슷하다. 주인공 윤동주를 포함한 메달리스트 출신 경찰들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 ‘국민 영웅’이라며 칭송받았지만, 성화가 꺼진 뒤 차가워진 현실과 마주한다. 경찰 조직 안에서도 따가운 시선을 받지만, 선수 활동을 통해 얻은 근성과 승부욕으로 인생 2라운드에서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이들의 ‘짠내’ 나는 성장기가 호응을 얻으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권 시리즈 9위에 오르는 등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드라마 ‘굿보이’ 포스터. 제이티비시(JTBC) 제공

드라마 ‘굿보이’ 포스터. 제이티비시(JTBC) 제공


윤석진 대중문화평론가(충남대 교수)는 “두 드라마 속 캐릭터들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좌절할 수도 있고, 스펙을 쌓아 성공해도 어딘가 불안하고, 배운 대로 행동하면 ‘사회성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지금의 20∼30대가 공감하고 위로받을 만한 장면들”이라고 말했다. 또 “로맨스를 그리는 방식 또한 과거 드라마처럼 낭만적이고 달콤하지 않다. 오히려 연애를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담아내는데, 이 또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짚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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