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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대통령실 초대 AI미래기획수석에 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 겸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을 임명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신설되는 직책인 AI 수석은 이 대통령의 ‘AI 3대 강국 도약’ 공약을 체계화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AI미래기획수석은 국가 차원의 AI 투자 로드맵 수립, 인재 양성, 인프라 구축, AI 상용화 및 윤리 정책 등 AI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만큼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데일리>는 임명 직전인 지난 13일 네이버 하정우 센터장(현 AI미래기획수석, 이하 수석으로 표기)과 직접 만나 대한민국 AI 산업 생태계의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하정우 수석은 현 시점 한국의 글로벌 AI 경쟁력 수준에 대해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3위권 국가들 중 선두권에 있다가 지금은 중간급 정도로 내려왔다고 봐야 한다”며 “일각에서는 다른 3위권 국가들과 격차가 너무 커졌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면 분명히 그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 수석이 진단하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AI 개발의 핵심 원료라고 할 수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컴퓨팅 자원을 대대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컴퓨팅 인프라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한 하 수석은 “누군가는 목적과 분야를 먼저 정하고 인프라 투자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은 GPU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AI가 일을 하려면 밥을 먹어야 하는데 고기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기본적인 인프라를 다른 AI 3위권 국가들의 투자 수준까지는 맞출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동안 하 수석은 컴퓨팅 자원이 국가적으로 부족한 현 상황에서는 GPU를 다수 기업에 소량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 기업에 다량 배포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해 왔다. 그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컴퓨팅 연산에 중요한 게 모델의 크기, 그리고 데이터의 양과 질이다”라며 “1만장의 GPU를 500장씩 스무 곳에 주는 것보다 한 곳에 주어야 강력한 성능의 모델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그렇게 GPU를 제공했을 때 당연히 그 기업들만 이득을 보면 안 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좋은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해서 AI 기술 공급망을 구축하는 식으로 모두에게 이득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학습에 엄청나게 많은 GPU와 고도의 엔지니어링 역량이 필요한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해본 경험이 없는 기업들도, 이처럼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하면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게 하 센터장의 생각이다.
방향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속도다. 그는 “큰 틀에서 보면 AI처럼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은 적용 과정에서 도출되는 다양한 문제점이나 한계를 계속 ‘해보고 고치고, 다시 해보고 다시 고치고’ 하는 사이클이 반복돼야 한다”며 “‘이것만 하세요’라고 하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보다는 ‘이것은 하지 마세요’라고 하는 네거티브(Negative) 규제 하에, GPU와 국산 NPU를 포함한 십수만장의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고 기업들로 하여금 자유로운 성장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통해 국가과 기업은 궁극적으로 ‘소버린(Sovereign) AI’, 즉 AI 주권을 달성할 수 있다. “AI가 게임 체인저가 된 지금, 소버린 AI는 모든 나라들이 확보하고 싶어하는 전략적 목표가 됐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가 초기에 가장 먼저 소버린 AI를 말했을 때 일부 ‘마케팅 용어’가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이게 반드시 필요한 국가적 전략이라는 것이 증명됐다”고 그는 말했다. “자국 내에서 최대한 AI 기술과 인프라를 확보해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키되 부족한 것은 적절히 외부 도움을 받아 채우자는 철학을 바탕으로 AI 주권과 산업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그가 몸 담은 네이버 역시 소버린 AI를 일찌감치 전략자산화한 대표적 사례다. 각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빅테크들과 달리 기술 통제권을 보장하는 AI를 공급하는 전략으로, 네이버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중동과 태국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등 지역에서 소버린 AI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자사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의 경량 버전을 오픈소스화해 국내 기업들의 상업적 활용을 독려할 뿐만 아니라 세계 무대에 ‘네이버’의 이름을 각인시키고 있다.
하 수석은 앞으로 급속도로 진행될 AI의 보편화 흐름에 대비해 법제도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AI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AI로 인해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는데 과연 사람들은 AI 로봇을 팀원으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할루시네이션(AI가 거짓 또는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현상)을 제대로 걸러내고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AI 리터러시’가 있는가, 또한 고용 증가 없이 AI로 늘어난 생산성을 통해 만들어진 부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AI정책연구소와 같은 역할도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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