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 영화들 재개봉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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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리프행어' /판씨네마 |
아버지를 따라 극장에서 봤던 추억의 영화를 이제는 아들과 함께 다시 보게 됐다. 1980~1990년대 작품까지 거슬러 올라간 재개봉 열풍으로, 요즘 극장가는 타임머신을 탄 듯한 풍경이다. 신작으로 관객을 끌어모으지 못하는 극장의 위기이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에겐 수십 년 전 명작을 스크린으로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재개봉 열기에 힘입어 원조 액션 스타 실베스터 스탤론까지 소환됐다. 18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 영화 ‘클리프행어’가 32년 만에 재개봉한다. 로키산맥의 산악 구조 대원 게이브(실베스터 스탤론)가 현금 수송기 납치 사건에 휘말리며 국제 범죄단과 맞서 싸우는 고공 액션 블록버스터. 1993년 국내 개봉 당시 110만명 관객을 동원하며 ‘쥬라기공원’‘서편제’‘보디가드’ 등 쟁쟁한 경쟁작을 제치고 그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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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
요즘도 보기 드문 산악 액션 영화로 험준한 로키산맥을 배경으로 아슬아슬한 액션이 펼쳐진다. ‘록키’ ‘람보’로 전성기를 누리다 1990년대 들어 슬럼프에 빠졌던 스탤론을 다시 한번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 스탤론은 터질 듯한 팔 근육으로 절벽을 오르내리며 짜릿한 클라이밍 액션을 선보인다. 약 4500m 상공에서 돈가방을 훔치는 장면은 역사상 가장 비싼 스턴트 장면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스턴트맨은 줄을 타고 두 대의 비행기를 가로지르는 데 100만달러를 받았다.
재개봉 소식이 알려지자 “일곱 살 때 아버지를 따라 극장에서 봤던 영화”라며 추억을 떠올리는 댓글이 이어졌다. 수입사 판씨네마의 정안나 마케팅팀 부팀장은 “그동안 예술 영화 위주로 재개봉이 이뤄졌다면, 대규모 블록버스터도 다시 발굴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면서 “요즘처럼 CG가 화려하진 않지만 아날로그적인 미술과 세트를 보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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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마데우스' /와이드릴리즈 |
올해 개봉 40주년을 맞이한 영화 ‘아마데우스’는 지난 4일 재개봉해 8일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했다. 빈 왕실의 궁정 음악가 살리에리가 신이 내린 천재 모차르트를 질투해 그를 파멸로 이끄는 이야기. 신에 대한 원망, 예술에 대한 열망, 동경과 질투가 뒤섞인 살리에리의 복합적인 심리가 모차르트의 음악과 맞물려 펼쳐지며 음악 영화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엔 국내 최초로 160분의 오리지널 버전이 상영된다. 1985년 국내 개봉 당시에 상영된 버전은 긴 상영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약 10분 분량이 삭제됐다. ‘클리프행어’와 ‘아마데우스’ 모두 4K 리마스터링을 거쳐 기존보다 더 선명한 화질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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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팝엔터테인먼트 |
11일 재개봉한 ‘인생은 아름다워’는 박스오피스 7위에 올라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간 유대인 귀도(로베르토 베니니)가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유쾌한 웃음으로 가족을 지키려는 이야기. 감독이자 주연 배우인 베니니가 실제 홀로코스트 생존자였던 아버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어린 시절, 베니니의 아버지는 수용소에서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게임에 빗대어 들려줬다고 한다.
이 밖에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25일)와 ‘델마와 루이스’(7월)도 재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아마데우스’ 수입사인 스튜디오 엘론의 이형주 대표는 “OTT 활성화로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딴짓을 하며 보거나 쉽게 채널을 돌릴 수 있는 휘발성 콘텐츠가 많아졌다. 반면 80~90년대 명작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 꾸준히 재개봉이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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