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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링컨과 오바마의 타협 정치

조선일보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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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링컨과 오바마의 타협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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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스1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스1


지난해 미국 대선과 올해 한국 대선을 지켜보며 느낀 것은 때론 지도자의 도덕성이 후순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신임 대통령 모두 적지 않은 사법 리스크와 신상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지만 막상 캠페인 과정에선 그게 큰 얘깃거리가 되지는 못했다. 모름지기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교과서에 실릴 만한 정도는 아니라도 도덕적 표상(表象)이어야 한다고 봤지만 틀린 생각이었다. 거기에 담긴 민의(民意)를 존중한다. 도덕과 유능의 균형점에 관해 우리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트럼프 자신과 그 주변 사람들이 요즘도 종종 하는 말이 있다. “굳이 출마할 생각이 없었다. 바이든만 아니었으면 플로리다로 내려가 골프를 치며 남은 인생을 즐겼을 것이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계속된 수사·재판 정국이 트럼프로 하여금 대선에 재출마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막다른 코너에 내몰았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대선에 패배하고도 곧바로 당대표에 출마하고, 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이 되는, 기성 정치 문법과는 다른 행보의 연속이었다. 여기엔 정치를 그만두는 순간 바로 낭떠러지라는 공포가 있었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말한다.

지금은 이재명 정부의 시간이다. 전국 검사의 약 5%가 투입된다는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상병)을 필두로 지지자들의 ‘효능감’을 자극하는 조치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한 일개 유튜버나 인플루언서까지 나서서 “쇠뿔도 단김에 빼야 한다” “공무원들에게 휘둘리면 안 된다”며 훈수를 두고 각자의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다. ‘정당 해산’을 운운하는 180석 범 여권의 완력에 대꾸도 못하고 집안싸움에만 삼매경인 야당의 신세가 바람 앞의 등불 같다. 가공할 만한 복수심 속에서 집권한 트럼프도 그랬다. 첫날부터 관세, 이민자 추방, 연방 정부 구조조정 등에 드라이브를 걸며 폭주했다. 그러다 법원 판결과 전국으로 퍼지는 반(反)트럼프 시위에 일단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그간 루스벨트, 버니 샌더스부터 트럼프까지 좌우 가리지 않고 넓은 스펙트럼의 미국 정치인에게 자신을 빗대왔다. 하지만 경선 경쟁자나 상대 당 인사도 내각에 발탁한 링컨, 눈엣가시 같았던 야당 하원의장과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격의 없이 소통했던 오바마를 떠올려보자.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드는 이 시기에 석학들은 “관용과 제도적 자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법대로 하자’는 말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건 타협하지 말자는 일방통행과 진배없다는 것이다. 점령군 행세하며 칼을 휘두르면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게 동서고금의 진리고 우리 현대사에서 여러 차례 되풀이됐던 장면이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가장 강하다는 격언도 있지 않은가. 이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가 과반이었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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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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