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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봉투 싸매고 “버려지는 것도 삶의 일부”... 日셀카 할머니 별세

조선일보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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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봉투 싸매고 “버려지는 것도 삶의 일부”... 日셀카 할머니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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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모토 기미코의 작품. /인스타그램

니시모토 기미코의 작품. /인스타그램


72세에 사진을 시작해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독특한 자화상으로 주목을 받으며 일본의 ‘셀카 할머니’로 불리던 니시모토 기미코(97)씨가 별세했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기미코 씨는 지난 9일 담관암 투병 끝에 구마모토현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고인의 인스타그램에 부고를 전하며 “어머니는 72세에 예술 여정을 시작했지만, 25년간 사진 작가의 인생을 살며 많은 분들의 지원으로 인생의 마지막이 풍요롭고 보람찼다”며 “어머니는 유머와 창의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품 활동을 해오셨다. 사진전에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니시모토는 브라질에서 태어나 8세 때 일본으로 이주해 구마모토현에 정착했다. 미용사로 일하다 자전거 선수로 전향해 전국 대회에 출전했다. 27세에 세무 공무원과 결혼해 자녀 3명을 뒀다. 평생 예술과는 연이 없었던 그는 72세에 아트디렉터인 아들의 권유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인생 2막이 열렸다. 스스로 촬영해 편집한 유머러스한 자화상으로 세대를 가리지 않고 사랑을 받았다. 2011년 첫 개인전을 열고 2016년 첫 사진집을 출간했다. 2018년 소셜미디어 활동도 시작하면서 현재 팔로워 40만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새와 대화하는 요정, 전동휠체어를 타고 자동차를 쫓는 노인 등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였다. 쓰레기봉투로 몸을 꽁꽁 싸맨 채 “나이 들면 버려지는 것도 삶의 일부”라고 했고, 빨래대에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으로 “햇빛에 말리면 코로나가 사멸할까”라며 유머러스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재팬 타임스 인터뷰에서 “제게 인생이란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항상 사진 찍을 만한 흥미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2012년 폐암으로 남편을 잃은 후 사진 작업은 그에게 큰 위안이 됐다. 혼자 살 때는 아들이 선물한 인간형 로봇 ‘페퍼’와 교감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 5월 병원 입원을 알린 니시모토는 지난 5일 마지막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내년에도 벚꽃을 볼 수 있길 바란다. 내가 볼 수 있을런지”라는 글을 남겼다.

네티즌들은 “나도 고인처럼 멋있게 살고 싶다” “그녀의 미소를 보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하늘나라에서도 계속 사진을 찍으시길 바란다” “나이 듦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줘 감사하다” 등의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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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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