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헹가레 받는 추신수 / 사진=팽현준 기자 |
[인천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선수 생활에 공식적인 마침표를 찍는 추신수가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추신수는 1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를 통해 은퇴식을 치렀다.
이날 은퇴식에는 가족들도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경기에 앞서 아내 하원미씨가 시구를, 딸 추소희양이 시타를 맡았다. 추신수는 시포자로 나서 마지막으로 그라운드 위에 섰다.
추신수는 한국 최고의 메이저리거로 평가 받는 선수다. 2009년 아시아 출신 최초의 20홈런-20도루를 포함, 통산 3번의 20-20 시즌을 달성했다. 2015년엔 아시아 선수 최초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고 2018년에는 한국 출신 야수 최초로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추신수는 부산고를 졸업한 뒤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며 곧바로 미국으로 직행했다.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2005년 처음으로 빅리그에 입성했고, 2006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로 트레이드되며 펄펄 날기 시작했다.
이후 추신수는 신시내티 레즈(2013년)를 거친 뒤 7년 1억 3000만 달러(약 1778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으며 텍사스 레인저스에 합류했다.
추신수는 2020년까지 MLB에서 통산 165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5(6087타수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961득점 157도루 OPS 0.824을 남겼다.
2021년에는 SSG와 깜짝 계약을 맺으며 KBO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꾸준한 활약을 펼친 추신수는 2022년 팀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주역이 되며 무관의 한을 풀었다. 이후 추신수는 2024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의 KBO 통산 기록은 439경기 타율 0.263(1505타수 396안타) 54홈런 205타점 266득점 51도루 OPS 0.812다.
이날 경기 종료 후 공식적인 은퇴식이 진행됐다.
먼저 빅보드를 통해 SSG 선수단을 비롯한 야구계 인물들의 축하 메시지를 담은 영상이 송출됐다.
SSG 주장 김광현은 "신수 형 정말 고생 많으셨다. 미국, 한국 최고의 야구 선수로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모습 보고 많이 배웠다. 앞으로 제2의 인생도 응원하겠다. 옆에서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정 역시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와 같은 팀에서 뛸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다. 팀을 잘 이끌어 주셔서 감사하고, 옆에서 많이 배웠다. 앞으로 신수 형의 새로운 시작도 축하하고 가족 분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유섬, 노경은, 최지훈, 오태곤, 박성한, 이지영 등 주축 선수단의 메시지가 이어진 뒤 절친 이대호가 등장했다.
이대호는 영상을 통해 "은퇴를 축하한다. 많은 분께 축하 받으며 은퇴하는 모습이 친구로서 가슴 벅차고 행복한 일인 것 같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고생 많았다. 이제는 다 잊고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많이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함께 활약했던 류현진(한화 이글스)은 "정말 대단한 선배였기 때문에 신수 형과 맞대결하는 날은 뜻깊은 하루였다"며 "(뿐만 아니라) 한국에 돌아와서도 신수 형과 맞대결을 할 수 있었고, 미국과 한국에서의 맞대결은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을 만큼 나에게는 최고의 장면 중 하나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시는데 그 길도 꽃길만 걸으실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아직 현역에서 뛰고 있는 1982년생 동갑내기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은 "정말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고, 오랜 시간 노력을 통해 많은 한국야구 팬분들과 동료 선후배들에게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선수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나 큰 업적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정말 고생했고 앞으로도 추신수 같은 선수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노력하고, 후배들을 많이 잘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 정말 고생 많았다"고 했다.
이날 SSG와 맞붙은 롯데 자이언츠의 주장 전준우는 "신수 형은 메이저리그에서 출전하는 경기를 보면서 저렇게 야구했으면 좋겠다고 많이 동경하던 대상이었다"며 "한국에서 같이 야구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었다. 선수 생활하시는 동안 너무 고생 많으셨고, 지금도 한국 야구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시는데 감사드린다. 제2의 길을 응원하겠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어 추신수의 커리어를 돌아보는 헌정 영상이 상영된 뒤 선물 전달식이 진행됐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조상범 회장이 감사패를 전달했고, 인천아너소사이어티 김의식 대표가 핸드 프린팅을 선물했다.
한국야구선수협회는 순금 명함을 안겼다. 김재섭 SSG 대표이사는 은퇴 기념 특별 트로피, 김재현 SSG 단장은 은퇴 기념 동판 액자를 줬고, 이숭용 감독과 주장 김광현은 각각 유니폼 액자와 기념 앨범을 전달했다.
최근 추신수는 빅리그 시절 인맥을 활용해 MLB 레전드 아드리안 벨트레와 콜 해멀스를 한국으로 초청했다. 이들은 지난 11일과 12일 강화SSG퓨처스필드에서 열린 'MLB 레전드 멘토링 데이'에 참가해 선수단에게 1대1 코칭과 맞춤형 피드백을 전했다. 그리고 이날 추신수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벨트레는 "이렇게 은퇴식에 초대해줘서 고맙다. 가장 친한 친구인 추신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메이저리그에 처음 콜업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게 돼 영광이다. 처음 본 순간부터 추신수라는 선수가 노력도 많이 하고 열정적인 선수라 반드시 성공할 거라 믿었다"며 "추신수와 함께 한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이 자리에 있어 영광이고, 같이 참석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해멀스는 "자신의 조국을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모습에 존경심을 느꼈다. 추신수는 정말 위대한 선수임을 증명했고, 좋은 팀 동료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사랑하는 조국으로 돌아와 커리어의 마지막을 보낸다는 것은 추신수의 야구에 대한 사랑을 그대로 보여주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루부터 홈까지 돌며 추신수의 발자취를 팬들과 기억하는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백월에는 추신수의 과거 소속팀 로고가 배치됐다. 1루에는 시애틀과 클리블랜드, 2루에는 신시내티, 3루에는 텍사스의 로고가 담겼고, 홈에는 마지막 소속 팀 SSG의 로고가 자리했다.
1-3루에는 추신수의 자녀가, 홈에는 아내 하원미씨가 위치해 그를 배웅했고, 추신수는 가족과 포옹을 나눴다.
이를 끝으로 추신수는 만원 관중 앞에서 은퇴사를 발표했다.
그는 "이런 날이 올지는 상상도 못했다. 좋아하는 야구, 사랑하는 야구를 평생 할 줄 알았다. 작년에 친구 (이)대호가 은퇴하는 걸 보면서 나에게도 곧 그런 순간이 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은퇴사를 어느 정도 쓰다 보니 그냥 팬들 앞에서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쓰던 종이를 휴지통에 버렸다. 솔직한 마음을 전하겠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남아서 축하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운을 뗐다.
추신수는 이날 맞대결을 치른 롯데 팬들에게도 인사를 전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롯데 경기를 많이 보러 갔다. 사직야구장에서 야구를 봤던 아이였다. 어떻게 보면 추신수라는 사람, 선수의 시작점이 사직야구장이었다"며 "한국에 돌아와서 비록 사직에서 롯데 유니폼을 입고 뛰지 못했지만, 롯데 팬들의 응원은 어느 팀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생각한다. 롯데 선수들도 잘 될 수 있게 응원 부탁드린다"고 인사했다.
SSG 팬들을 향해서도 "미국에서 21년을 살다 온 이방인이었다.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도 그럴까봐 걱정했지만 가족처럼 반겨주셨다"며 "많은 지지를 받아 감사했다. 야구 선수를 끝내는 순간까지 좋은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추신수는 경기 전 "나는 진짜 안 울고 싶다. 웃으면서 마지막에 내려오고 싶다"고 다짐했으나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원래 울지 않는 게 목표였는데 쉽지 않다. 아빠 없이 건강하고 멋지게 커준 우리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아내에게는 항상 뒤에서, 옆에서, 저에게 힘이 되어주고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추신수는 "비록 야구 선수로서의 열정은 이제 하나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또 다른 열정이 피어나고 있다. 우리 SSG 선수들을 뒤에서 돕고 싶다. 어떻게 해야 힘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선수들, 동료들을 위해서 선진야구 그리고 더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선수들에게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건 일어나지 않은 일에 걱정하지 말고 필드에 섰을 때는 내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플레이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SSG와 한국 야구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은퇴사 낭독을 마친 뒤 추신수는 SSG 선수단의 헹가레를 받았다. 이후 불꽃 축제를 끝으로 화려한 은퇴식이 막을 내렸다.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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