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만 카드결제 안 된다는 건 이상하지 않아요?"
여의도역 앞의 한 카페.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한 김기태(32) 데브디 대표는 노트북을 펼쳐놓고 무언가를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오전에 새로운 제휴 건이 들어와서요." 화면에는 월별 거래 현황을 보여주는 대시보드가 떠 있었다. 수치들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그래프가 눈에 띄었다.
"6개월 전만 해도 이 정도 성장을 예상하지 못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마지막 도전이다 생각하고 시도 했죠."
여의도역 앞의 한 카페.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한 김기태(32) 데브디 대표는 노트북을 펼쳐놓고 무언가를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오전에 새로운 제휴 건이 들어와서요." 화면에는 월별 거래 현황을 보여주는 대시보드가 떠 있었다. 수치들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그래프가 눈에 띄었다.
"6개월 전만 해도 이 정도 성장을 예상하지 못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마지막 도전이다 생각하고 시도 했죠."
김기태 대표가 창업한 데브디의 주력 서비스 '집업페이'는 1인가구 올인원 솔루션 ‘집업’앱 내에 있는 월세 카드 결제 솔루션이다. 2023년 앱 출시 이후 수익화를 고민하던 그가 내놓은 서비스이다. 집업페이는 작년 10월 출시 이후 6개월 동안 매 달 거래액이 150% 씩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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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자취 생활에서 찾아낸 창업 동기
월세를 카드로 내는 과정이 왜 어려운지 묻자, 그는 "생각보다 복잡하다"고 털어놨다.
"임대인 대부분이 개인이라 카드 결제를 받으려면 세금 문제 때문에 꺼린다"는 것. 결국 세입자는 매달 현금으로 송금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아무런 혜택을 얻을 수 없다.
김기태 대표 역시, 10여년간 타지에서 혼자 살면서 같은 경험을 했다. “월세 내는 날이 카드값 빠져나가는 날과 겹치거나, 갑자기 큰 지출이 생기면 돈 관리가 어려웠죠. 그 때마다 ‘월세도 카드처럼 결제일과 출금일 사이에 여유가 있으면 편할 텐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기태 대표는 영국에서 AI 차 큐레이션 스타트업 'DiversiTea'를 창업한 경험이 문제 해결의 열쇠였다고 했다.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도 단계별로 쪼개면 해결책이 나온다"는 것. 특히, Monzo나 Revolut, Wise와 같은 선진 핀테크 스타트업의 서비스를 재밌게 보던 경험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었다.
“기존에도 월세의 카드 결제가 불가능한 건 아니었어요”. 김기태 대표에 따르면, 기존에는 임대인이 직접 카드기를 가지고 결제 받거나, 서면으로 동의해준 임대인에 한해 금융사의 혁신금융 서비스로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주 중인 월세 집주인의 연세가 90대이다. 이를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임대인 비개입형 구조의 효과성을 설명했다. 집업페이는 PG사를 중간에 끼어, 임차인의 송금을 대신 처리하는 구조이다.
“사용자는 집업에서 본인의 임대차 계약서를 인증하고, 월세를 카드로 결제합니다. 월세 금액으로 카드 실적을 쌓는 것은 물론, 포인트나 결제일 조정같은 카드 혜택에 세액공제, 주거·라이프스타일 멤버십 혜택도 함께 누릴 수 있어요. 임대인은 기존과 똑같이 월세를 받게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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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26.8세, 2030 세대가 빠르게 반응
집업페이 사용자의 평균 연령은 26.8세이다. 다양한 카드 사용에 익숙하고, 각종 혜택에 민감한 세대다. 김기태 대표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고 했다. "기성세대는 월세를 현금으로 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젊은 세대는 '왜 월세 납부만 현금이어야 해'라고 의문을 가지거든요."
마케팅은 쉽지 않았다. '카드로 월세를 낸다'는 개념이 아직 낯설고, 어색하다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일부는 '카드깡'과 혼동하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기도 한다. 그래서 보안과 안정성 확보에 집중했다. 데브디는 업계 최초로 ISO 9001과 ISO 27001을 동시에 획득하며, 안정적이고 신뢰할만한 서비스 운영 체계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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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방지에서 월세 금융까지
집업페이는 처음부터 주력 사업이 아니었다. 집업의 통합 서비스 전략은 1인 가구가 주거 생활에서 겪는 파편화된 문제들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해결하자는 철학에서 출발했다. 이사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이사플래너'와 개인 맞춤형 매물 탐색 기능으로 시작해, 이후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전세안전리포트', 1인 가구 특화 정보를 담은 '매거진' 등으로 범위를 확장해왔다.
"사용자들이 이사와 관련된 전 과정에서 여러 도움을 받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집 구하기와 계약서 검토, 이사 준비, 그리고 매달 월세 내기까지. 이 중에서도 특히 월세가 반복적이고, 불편함이 컸죠. 그래서 여기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수익 모델은 3가지, 데이터 협업이 핵심
이런 1인가구 토탈 올인원 서비스를 지향하는 집업의 수익원은 세 가지다. 카드 결제 수수료와 이사·청소·수리 등 주거 관련 제휴 서비스 수익, 그리고 금융기관 협업을 통한 제휴카드 및 맞춤형 금융 상품에서 발생하는 수익이다.
그는 "여러 금융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1인 가구에 특화된 금융 상품을 확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하나은행, 하나카드와 협업을 진행했어요. 하나카드는 제휴카드를 설계해 만들기도 했죠.”
올해는 우리금융그룹과 카카오뱅크, BNK경남은행 등 오픈 이노베이션 사업을 진행하며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기태 대표는 집업의 비전을 “월세를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개인의 금융 생활을 시작하는 첫걸음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매월 반복되는 월세 납부를 고정비로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신용도 관리, 포인트 적립, 투자 연계 등 다양한 금융 혜택과 연결해 임차인 재무 설계와 금융 포트폴리오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1인 가구가 주거비 지출에서도 실질적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방향이다.
비록 금융회사는 아니지만, 데브디는 사용자 입장에서 금융을 쉽게 만들고자 한다. 기술은 사람들의 일상 속 돈의 흐름을 보다 유연하게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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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의 카드 지불이 상식인 세상
유사 서비스를 펼치는 타사에 대해서는 "집업페이의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와 금융권 제휴카드, 주거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멤버십 서비스 등 혜택을 통해 유저에게 더 나은 선택지와 가치를 제공한다.
그는 "월세를 카드로 지불한다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지만, 이제 자금 관리 수단으로 관심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집업페이로 월세 가구가 주거비 지출에서 다양한 금융 이익을 만들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월세를 '현금만' 내던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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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데브디 대표는 영국 The University of Sheffield를 졸업하고, 영국에서 AI 기반 커머스 스타트업 DiversiTea를 창업했다. 이후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터 언더독스에서 코치로 활동하며 다양한 창업팀을 멘토링했다. 2022년 데브디를 창업해 '집업x을 론칭한 이후, 현재까지 4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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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형 스타트업 기자단 1기 기자 jack@rsqua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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