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성해나의 소설집 ‘혼모노’가 입소문을 타고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14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혼모노’는 이번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전주보다 12계단이나 상승하며 종합 3위에 올랐다.
소설 분야에서는 오랫동안 나란히 상위권을 유지해 온 양귀자의 ‘모순’과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회자되며 독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구매 독자를 살펴보면 여성 독자의 비중이 75.9%로 남성 독자(24.1%)보다 3배 가량 많았다.
특히 30대 여성 독자의 구매가 32.2%, 20대 여성 독자의 구매가 20.9%를 차지하며 젊은 여성 독자층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혼모노’는 예스24에서도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3위를 기록했다.
이 책은 성해나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으로, 지난해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표제작 ‘혼모노’를 비롯해 작가에게 2년 연속 젊은작가상을 선사해준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이 계절의 소설과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스무드’ 등이 수록됐다.
시선을 사로잡는 제목 ‘혼모노’는 일본어로 ‘진짜’를 뜻하는 단어 ‘本物(ほんもの)’의 음차 표기로, 한때 인터넷상에서 ‘진상’이나 ‘오타쿠’를 조롱하는 신조어로 사용되며 널리 알려졌다. 작가가 한 인터뷰를 통해 본디 긍정적인 뜻을 지닌 이 단어가 변질된 의미로 사용되는 것처럼 거짓일지라도 다수가 믿으면 진실이 되어버리는 지금의 시대상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듯, 이 소설집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탐구하는 동시에 ‘진짜’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로 이뤄져 있다.
표제작 ‘혼모노’의 화자인 30년 차 박수무당 ‘문수’는 어느 날 신령으로 모시고 있던 ‘장수할멈’이 자신에게서 떠나갔음을 깨닫는다. 때마침 앞집으로 이사 온 스무살 남짓의 ‘신애기’는 “할멈이 넌 너무 늙었다”더라며 자신에게 왔노라 말하고, 이는 자신의 신앙이 ‘진짜’라고 믿고 있던 문수에게 믿음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다가온다.
문수는 ‘가짜’ 무당으로나마 살아가려 ‘진짜’인 척 분투하지만, 모형 작두를 구하는 와중에도 “선무당이나 하는” ‘오늘의 운세’란 만큼은 맡지 않으려 하고,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며 조소하는 신애기를 염오하면서도 그 집에서 들려오는 고함 소리에 마음을 쓴다. 그러면서 “진짜가 무엇이고, 그것은 정말 가짜와 분리된 자리에 따로 존재하는지”(양경언 해설) 자꾸만 자문하게 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장수할멈을 모셔왔던 중년의 문수와 할멈과 동등해 보이는 젊은 무당 신애기의 대립은 현대 사회에서 흔하게 맞닥뜨리는 신구 세대 간의 반목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한다.
박정민 배우가 추천사에서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라고 말한 것처럼 높은 몰입감을 선사하는 책으로 평가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