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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3월 보도한 장면(왼쪽)과 지난 13일 보도한 장면(오른쪽). 김명식 해군사령관과 홍길호 청진조선소 지배인의 모습이 지워졌다. /미국 NK뉴스 홈페이지 캡처 |
북한 신형 구축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넘어져 물에 빠진 사고가 벌어진 이후, 북한 조선중앙TV가 관련 영상에서 관련자들의 모습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이 사고와 관련해 구속했다고 밝힌 인사는 5명이지만, 실제 숙청이 이뤄진 범위가 보다 광범위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1일 북한 함경북도 청진조선소에서는 김정은이 참관하는 가운데 신형 5000t급 구축함 진수식이 열렸으나, 진수 과정에서 함이 쓰러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함을 측면으로 미끄러트려 물에 띄우는 과정에서 “미숙한 지휘와 조작상 부주의”로 인해 함미 쪽이 먼저 물에 들어가 내려앉고 함저에 구멍이 생겨 함이 균형을 잃었다. 김정은은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중대 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라며 “국가의 존위와 자존심을 한순간에 추락시켰다”고 했다. 통신은 리형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 부부장, 김용학 행정부 지배인, 홍길호 청진조선소 지배인, 한경학 선체조립직장 직장장, 강정철 청진조선소 기사장 등 5명이 구속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3주 만에 함을 다시 세우고 지난 12일 나진조선소에서 다시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진수식을 열었다. 함명은 ‘강건호’로 명명됐고, 김정은은 “예상치 못한 황당한 사고로 당황 실색했던 일도 있었지만, 해군 전력 강화의 중대한 노정은 결코 지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의 지난 13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조선중앙TV는 이 진수식 소식을 전하면서 지난 3월 김정은이 조선소를 찾아 강건함 건조를 현지 지도했다며 보도했던 장면을 다시 내보냈다.
3월 보도 영상에서는 김명식 해군사령관과 홍길호 청진조선소 지배인이 김정은과 함께 서 있었으나, 13일 영상에서는 두 사람의 모습이 지워져 있었다.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아예 내보내지 않는 대신, 영상 변조를 통해 숙청된 사람들의 모습을 없애버린 것이다. 이 가운데 김명식은 북한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구속했다고 밝힌 인사들의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NK뉴스는 북한이 매체에서 특정인의 모습을 지운 것은 2013년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처형된 때 이후로는 없었다면서, 지워진 인사들이 직책에서 영구적으로 해임됐거나 징역형이나 처형 같은 처벌을 받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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