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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실패와 민주주의 위기
윌리엄 하웰·테리 모 지음 | 백창재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 336쪽 | 2만4000원
“그는 포퓰리스트 선동가로 선거운동을 벌이며… 나라를 암울하고 공포스러운 곳으로 묘사하면서 오직 자기만이 시스템에 반대하는 스트롱맨으로서 해결책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적·경제적 주류 세력들을 정당하지 않은 존재로 공격했다. 언론을 무시하고 위협했으며, 자신이 싫어하는 모든 정보 출처를 조롱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포퓰리스트 정치인’은 초선 상황의 도널드 트럼프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공공정책대학원 학장인 하웰과 스탠퍼드대 정치학과 명예교수인 모가 2020년 함께 쓴 이 책은 ‘왜 미국에서 포퓰리즘이 득세했고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이들은 포퓰리즘의 부상이 기존의 정부 구조가 시민의 요구에 응답하지 못한 결과라고 보고, 강력한 대통령제는 독재가 아니라 ‘더 많은 실행 권한을 헌법적으로 통제하고 민주적 책임의 틀 안에서 행사해야 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잘못 설계된 권한과 견제 장치 없는 권위주의적 통치는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 권력을 동원해 제도와 절차를 파괴해 필경 반(反)민주주의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미국에서 입증되지 않았는가.
저자들은 신속 처리권 부여, 부처 책임성과 능률화, 예산 제어력 강화 같은 개혁을 통한 ‘대통령직의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짚는다. 그러면서도 대통령 권한에 대한 최소한의 교정이 병행돼야 민주주의의 안전장치가 마련된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사면권 남용 방지, 인사 권한의 민주적 견제, 이해 충돌 방지 장치의 강화다. 이 같은 구조적 해결책이 민주주의를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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