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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라면’으로 히트해 K푸드 세계화의 첨병… “한류 박람회마다 대박”

조선일보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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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라면’으로 히트해 K푸드 세계화의 첨병… “한류 박람회마다 대박”

서울맑음 / 30.1 °
[아무튼, 주말]
[김경화 기자의 달콤쌉싸름]
세계 40국에 ‘하우스쿡’ 수출
범일산업 신영석 대표
#1. 한강공원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편의점 건물을 빙빙 에워싸며 줄을 선 행렬. 외국인도 많았다. 저마다 색색의 봉지라면과 흰 종이 용기를 들고 셀프 조리 기계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라면은 주말 기준 수천 개씩 팔려 나가는 편의점 효자 상품.

#2. 서울 명동역 인근 ‘너구리 라면 가게’. 입구에 초등학생 키만 한 너구리 캐릭터가 라면을 들고 서 있다. 5000원에 취향대로 라면을 고르면 떡·계란·파·숙주 같은 토핑을 공짜로 넣어 끓여준다. 외국인 관광객, 인근 직장인의 조식·해장부터 야식까지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3. 종로3가 ‘라면편의점’은 라면 러버들의 성지다. 콩나물·당근·부추·김치·김·통깨 등 각종 토핑으로 라면을 요리의 반열로 끌어올렸다. 24시간 무인 운영되는데 외국인들에게 더 유명할 정도. 몇 년 새 번진 ‘무인 라면편의점’의 원조로 알려져 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신라면 분식' 팝업 스토어에서도 범일산업의 '한강라면 기계'가 사용되고 있다. 농심은 국내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명소를 중심으로 ‘너구리의 라면가게’를 운영 중이다. /신영석 대표 제공

일본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신라면 분식' 팝업 스토어에서도 범일산업의 '한강라면 기계'가 사용되고 있다. 농심은 국내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명소를 중심으로 ‘너구리의 라면가게’를 운영 중이다. /신영석 대표 제공


K팝과 K드라마의 인기로 라면 시장은 세계에서 급성장 중이다. 특히 한강 바람을 맞으며 즉석에서 끓여 먹는 라면이 한국 문화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라면이 K푸드의 대표 주자가 됐다. 그 인기의 숨은 공신은 일명 ‘한강라면 기계’. 장소와 환경을 가리지 않는 간편하고 정확하고 안전한 조리기가 발 빠르게 개발·확산된 영향이 크다.

한강라면 기계 국내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는 ‘하우스쿡’ 제작 업체 범일산업을 찾아갔다. 2대에 걸쳐 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신영석(58) 대표는 요즘 1년의 절반 정도는 해외에 머문다.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식품박람회, 조리기구 엑스포 등에서 한강라면 기계가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전자제품, 디지털·정보기술 박람회인 CES도 작년부터 두 차례 다녀왔다. 신 대표는 “일본 밥솥 회사에 인덕션 코일을 납품하던 중소기업이 한류 수출 일꾼이 됐다”며 “시작은 한강라면이었지만, K푸드를 이끄는 첨병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물 400cc에 4분 10초

“일단 라면을 드셔보셔야죠?”


인천시 남동구에 있는 범일산업. 공장과 작업실, 사무실이 개미굴처럼 이어진 회사 곳곳을 안내한 뒤 신 대표가 말했다. 사무실 한쪽에는 시판 중인 ‘하우스쿡’ 한강라면 기계 3개가 놓인 간이 주방이 있었다. “사실 한강라면은 야외에서 먹는 ‘분위기 맛’이에요. 그런데 저희 기계에서 제대로 끓여낸 라면은 확실히 맛이 다릅니다. 라면 회사 사람들도 모두 인정했어요.”

선반에 놓인 박스에서 ‘진라면 순한맛’을 꺼냈다. 신라면, 짜파게티, 비빔면, 불닭볶음면 등이 두 박스쯤 차 있고, 선반에는 참치액·참기름·가쓰오 우동장·마늘 분말 같은 양념이 놓여 있었다. 신 대표는 “하우스쿡 라면조리기는 라면만 끓이기에는 아까운 제품”이라며 “일반 가정집에서 쓰는 인덕션과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라면만 끓이는 게 아니라 온갖 요리를 해보면서 실험을 하고 있다고.

“물 400cc에 시간은 4분 10초로 설정돼 있습니다. 보통 라면 봉지에 물 500~550cc를 부으라고 돼 있는데, 저희 기계에서 끓이면 물 증발량이 적어요. 수없이 많은 라면을 끓여보고 제일 맛있는 조건을 찾아내 매뉴얼화한 거예요(물이 흥건한 속칭 ‘한강라면’을 끓이고 좌절한 사람들에게는 희소식).”


면발이 꼬들꼬들했다. 볶음면은 물의 양을 250cc로 해서 5분 정도 끓이고, 짜파게티는 280cc에 5분이 적당하다고 했다. “5만개쯤 되려나. 그동안 셀 수조차 없을 만큼 많은 라면을 끓였어요.”

1980년 창업한 범일산업은 1988년부터 인천 남동공단의 현 자리에서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신영석 대표가 작업장을 둘러보며 웃고 있다. 작업복 왼쪽 가슴에 'ㅎㅅㅇㅆ 난 까? 박사'라고 쓰인 동그란 배지가 달려 있다. '할 수 있어.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항상 고민하자'는 뜻이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1980년 창업한 범일산업은 1988년부터 인천 남동공단의 현 자리에서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신영석 대표가 작업장을 둘러보며 웃고 있다. 작업복 왼쪽 가슴에 'ㅎㅅㅇㅆ 난 까? 박사'라고 쓰인 동그란 배지가 달려 있다. '할 수 있어.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항상 고민하자'는 뜻이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한강라면 기계는 어떻게 개발하게 됐나요.

“아버님이 1980년 창업했는데, 전기밥솥·전기프라이팬 등에 사용되는 열판과 인덕션에 넣는 ‘코일’을 생산해 왔습니다. 기술력은 오랫동안 인정받아서 일정한 매출은 나오지만 뭐랄까 천장에 부딪힌 느낌이었어요. 밥은 먹는데 고기 먹기는 힘들었달까요(웃음). 신제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아이템도 있었을 텐데.

“주로 대기업과 거래를 하다 보니, 대기업이 하는 상품을 따라가면 백전백패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장이 크지 않으니 대기업은 할 수 없고, 소기업이 하기엔 금전적·기술적 부담이 있는, 저희 같은 회사가 노릴 만한 ‘틈새 포지션’이 무엇일까 계속 고민했습니다.”

-첫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랐나요.

“사실 해외에서 요청을 받았어요. 저희 히팅 기술에 신뢰가 있는 일본 기업에서 튀김기를 만들어 달라고 했고, 그 과정에서 라면 조리기도 나온 겁니다.”

2014년부터 신제품 연구에 착수했고, 2016년 8월 일본에서 처음 출시했다. 범일산업은 매출 210억원, 직원 66명의 작은 회사지만 4명 규모의 연구·개발(R&D) 부서를 따로 두고 있다. 처음에는 직원들과 가족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반대하는 이유는 뭐였나요?

“안정적으로 밥은 먹고 사는데 왜 모험을 하냐는 거죠(웃음). 새로 제품을 내놓으려면 금형 개발도 해야 하고, 빚을 많이 지게 되니 경영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컸어요. 원래 하던 일이 아니니 그만두겠다고 하는 직원도 있었고요.”

-처음 내놨을 땐 반응이 어땠나요.

“첫 출시 때 일본에서 호응이 꽤 컸는데, 저 스스로 좀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이거 갖고는 안 되겠다 싶어 한 1년 동안은 팔지 않고, 계속 내구성을 검증하고 업그레이드를 했죠. 2017년 말 본격 출시해 이마트24 편의점, 대기업 케이터링 쪽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밀어붙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라면 조리기는 한국밖에 없어요. 잘만 만들면 해외 어느 나라든 우선적으로 뚫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게 보였습니다. 일단 핵심인 ‘코일’에 있어서 저희 기술력이 받쳐주니까요. 베껴 만든 중국산 제품들이 더러 보이는데 금방 고장 나고 뜯어보면 너무 허술해요.”

하루아침에 이룬 일은 아니다. 30년 넘게 쌓아온 업력·내공이 시행착오와 실수를 줄였다. 범일산업은 국내 대기업의 인덕션·전기밥솥, 일본 타이거·도시바 등에 코일을 납품하고 있다. 신 대표는 “LG전자에 코일을 납품하는데 다른 부품들은 대부분 보증 연한이 1년이지만 우리 제품은 10년간 무상 보증”이라며 “이런 단단한 원천 기술을 갖고 라면 조리기를 만든 곳은 범일산업뿐”이라고 했다.

해외 박람회마다 하우스쿡 부스에는 구름 인파가 몰린다. 신영석 대표는 “라면 냄새에 끌리는 건 만국 공통”이라며 “세계 곳곳에서 이어진 인연으로 40국에 제품을 수출한다”고 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해외 박람회마다 하우스쿡 부스에는 구름 인파가 몰린다. 신영석 대표는 “라면 냄새에 끌리는 건 만국 공통”이라며 “세계 곳곳에서 이어진 인연으로 40국에 제품을 수출한다”고 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라면 냄새는 못 참지!

‘대박’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온다. K팝과 K드라마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 열기가 라면으로 옮겨붙은 것이다. 신 대표는 연간 10회 이상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참여하는데, 식품·조리기구 분야뿐만 아니라 ‘한류 박람회’에 초대받는 경우가 많다. 내년 CES에도 나갈 예정이다.

-한강라면과 CES라니,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겪어 보니 라면 냄새에 침이 고이는 건 만국 공통입니다. 부스가 어디 한쪽 구석에 있더라도 저희가 라면을 끓이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몰려요.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된 것 같더라고요, 하하. 저희가 일종의 호객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예요.”

-호객꾼요?

“바이어들이 라면 냄새에 이끌려 한국관에 당도하는 겁니다. 라면 먹고, 온 김에 다른 한국 업체 제품들도 둘러보고요. 그러다 보니 ‘약방의 감초’처럼 박람회마다 와달라고 합니다.”

시작은 2018년 자카르타에서 열린 소비재전으로 기억했다. 현지 음식이 안 맞아 고생하던 한 한국 업체 사장이 하우스쿡 부스에 와서 라면을 끓여 자기 부스로 들고 가던 그 걸음걸이가 슬로비디오처럼 떠오른다고. “해외 박람회 가면 한국 사람들 묵는 호텔 복도에서는 라면 냄새가 진동하거든요. 그 ‘고향의 냄새’가 행사장에 번지니 인파가 몰렸고, 외국인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거예요.”

작년 10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인 축제. 하우스쿡 부스를 찾은 외국인들이 라면을 먹고 있다. /범일산업

작년 10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인 축제. 하우스쿡 부스를 찾은 외국인들이 라면을 먹고 있다. /범일산업


-한류 박람회 분위기는 어떤가요.

“K뷰티 회사는 샘플을 주면서 모객을 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라면을 끓이는 비용까지 더해 비싸게 팔면서 사람은 제일 많이 모여요. 일본 세븐일레븐 편의점은 450엔(약 4150원)에 꽤 괜찮은 도시락을 팔거든요. 저희는 550엔에 라면을 팔았는데, 그래도 세 시간씩 줄을 섰습니다.”

-재밌던 장면도 있나요.

“지난해 인도네시아 박람회 때는 아예 한쪽 벽면을 ‘한강 뷰’로 덮었어요. 돗자리와 평상을 깔아 ‘한강라면’ 체험 분위기를 냈지요. 히잡을 쓴 젊은 여성들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한강라면' 콘셉트로 꾸며놓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한류 행사 모습. 히잡을 쓴 여성들이 평상과 돗자리에 앉아 있다. /신영석 대표 제공

'한강라면' 콘셉트로 꾸며놓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한류 행사 모습. 히잡을 쓴 여성들이 평상과 돗자리에 앉아 있다. /신영석 대표 제공


라면 인기는 독일·멕시코·일본·인도네시아 등 대륙과 국적을 가리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라면 회사, 식품 업체와의 협업 제안도 쏟아졌다. 백문이 불여일식(不如一食). 조리되지 않은 상태의 제품을 늘어놓고 열심히 설명하는 것보다 일단 맛보게 하는 게 폭발력이 컸다. 현재 도쿄 하라주쿠에서 열리는 ‘신라면 분식’ 팝업스토어에도 하우스쿡 라면 조리기가 사용되고 있다.

–미국 법인도 있더군요.

“작년 11월에 설립했습니다. 가장 큰 시장인데, 미국은 초고물가잖아요. 뉴욕 한식당에서 설렁탕 한 그릇씩 먹고 소맥을 마시니 15만원이었어요. 그래서 미국에도 ‘셀프 라면점’이 속속 오픈하고 있습니다. 배불리 맛있게 라면을 먹는데, 10불(약 1만3400원)도 안 들어요. 라면에 햇반까지 하면 14불.”

-반응은 어떤가요.

“지금은 한인들이 주로 라면점을 열고 있는데, 미국 현지 마트도 뚫어볼 계획이에요. 트레이더조 같은 마트에서 파는 간편식 냉동식품을 한강라면 기계로 즉석에서 요리할 수 있게 하는 거죠. 드라이브 스루도 가능할 것 같아요. 주문한 게 도착하기까지 짧으면 5분, 7분 안에 해결되니까요. 맥도널드처럼 매뉴얼화하면 됩니다.”

-세계 몇 국에 수출하나요.

“40국 정도 됩니다. 멕시코에도 라면점이 계속 늘고 있는 거 모르셨죠? 매운 거 좋아하고 우리 음식 맛과 결이 비슷해서 꽤 큰 시장이 될 것 같아요. 해외 박람회에 갈 때마다 300만불 이상 신규 계약을 체결하고 옵니다. 지난달 말 최대 식품 박람회인 태국 타이펙스에서도 100만불 수출 계약을 하고 왔습니다.”

신영석 범일산업 대표가 지난해 말 제61회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신영석 대표 제공

신영석 범일산업 대표가 지난해 말 제61회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신영석 대표 제공


나이지리아 알바생도 한식 요리사로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요?

“작년에 210억원, 올해는 3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5년 안에 약 1000억원을 달성하고 싶어요.”

-계획대로라면 급성장이네요.

“이제 시장이 열리는 시점이라고 봅니다. 한강라면과 한류 덕이죠. 라면 조리기 개발 전에는 매출이 15억원 수준이었습니다.”

-사업하면서 그즈음이 가장 힘들었나요?

“2005년이었어요. 일본에 수출하는 게 매출 비중이 가장 컸는데 엔화가 700원대로 떨어졌고, 국내 경기도 안 좋았습니다. 그때는 제가 집에서 호두파이를 만들어 팔기도 했어요. ‘회사를 접어야 하나’ 고민부터 해서 그즈음부터 더듬더듬 새 활로를 찾은 거예요.”

-요즘 국내 시장은 어떤가요.

“솔직히 한강공원 편의점에는 거의 안 들어가고 있어요. 고속도로 휴게소와 대학교 등 학생 식당, 기업 사내 식당이 메인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중 가장 큰 곳이 덕평휴게소인데, 거기서 매출이 가장 높은 게 라면 코너예요. 한 달에 약 2만개를 끓입니다. 저희 기계로 조리 공간을 완전 개편하면서 에너지 비용도 400% 절감했어요.”

-일반 식당에서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얌샘김밥, 김밥천국, 창화당 같은 곳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얌샘김밥이 코로나 이후 무인 라면 전문점으로 신규 프랜차이즈 확대를 검토하면서 전국을 돌아다녔는데, 그때 나온 얘기가 ‘한강 라면 기계 95%가 하우스쿡이더라’는 거였어요.”

-정작 한강라면 기계는 여기 제품이 아니네요.

“하하. 그런데 해외 편의점 한강라면 기계는 거의 저희 제품이라고 보면 됩니다. CU 편의점이 해외에 많이 진출하고 있는데 말레이시아·몽골·카자흐스탄 같은 곳에 같이 나가 있습니다. 엄청난 시장인데 완전히 저희 걸로 도배해요.”

K푸드 대표 종목인 라면의 글로벌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BTS 지민이 불닭볶음면을 먹는 영상을 올리면서 도화선이 됐고, 현재는 온갖 봉지라면이 고르게 사랑받는 추세다. /SBS

K푸드 대표 종목인 라면의 글로벌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BTS 지민이 불닭볶음면을 먹는 영상을 올리면서 도화선이 됐고, 현재는 온갖 봉지라면이 고르게 사랑받는 추세다. /SBS


신 대표는 집에도 자사 한강라면 조리기를 들여놓고 꽤 여러 요리를 해 먹는다.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 경우의 수를 시험해 보기 위해서다. 가령 대만은 편의점에 직접 조리하는 상품이 꽤 많다. “단순히 한국 라면 끓이는 정도의 구색 상품이 아니라, 저희 라면 조리기를 활용하면 다양한 요리를 어디서든 만들어 즐길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있어요. 실제 저희 제품의 기술력이 그렇고, K푸드 시장 자체가 한강라면에 정체돼서는 안 되니까요.”

-집에선 주로 어떤 요리를 하시나요.

“김치찌개·부대찌개 같은 각종 찌개, 스테이크, 새우 소금구이.... 카레도 해보고 밥도 지어보고요. 일반 인덕션용 프라이팬이나 냄비를 쓸 수 있거든요. 제가 만들어 아내와 아들에게 평가를 받아봅니다. 아내한테 인정받으면 밖에 내놔도 확실한 것 같더라고요.”

-사실상 1구 인덕션이나 마찬가지네요.

“그렇습니다. ‘한강라면기계’라는 말이 익숙해서 라면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아요. 콘센트를 꽂을 수 있으면 어디든 설치가 가능해서, 낚싯배에서도 요리할 수 있어요.”

이날 신 대표는 오른쪽 가슴에 ‘하우스쿡’ 로고가 새겨진 줄무늬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다. 셰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해외 박람회 갈 때도 입는 유니폼이에요. 제가 저희 기계로 라면도 끓이고 찌개도 끓이는 걸 바이어들에게 보여주니까 요리사는 요리사네요.”

-옷에 달린 배지는 무엇인가요(‘ㅎㅅㅇㅆ 난 까? 박사’라고 쓰여 있었다).

“이게 ‘할 수 있어.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항상 고민하자’는 뜻이에요. 제 아내는 ‘ㅎㅅㅇㅆ’을 ‘항상 앗싸’로 해석하기도 해요. 긍정적으로 항상 노력하자는 의미입니다. 거래처 가면 이 배지의 뜻을 물어보시는데, 이런 설명을 드리면 일단 점수를 따고 들어갑니다(웃음).”

목표가 있다면 뭘까. “한식이 요리 중에 맛을 내기 어렵고 셰프도 힘이 든다고 한다”면서 그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저희 기계를 활용하면 나이지리아 알바생도 제대로 된 한식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나이지리아에도 저희 제품을 수출하고 있어요. 알맞게 잘 매뉴얼화하면 됩니다. 그게 진정한 한식의 세계화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희 제품이 한류와 K푸드를 더 깊이 알리는 역할을 한다면 좋겠어요. 그게 가장 큰 바람이자 보람이에요.”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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