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에 파업 운행 지연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
광주광역시 시내버스 노조(전국자동차노조연맹 광주지역버스노조)가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이후 처음으로 노사 간 대화의 장이 마련될 전망이다.
12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 시내버스 노사 양측은 오는 13일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만난다.
노조는 지난 5일 기본급 8.2% 인상, 61세에서 65세로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광주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평균 월급은 459만원(10년 근속 기준)이다. 사측은 적자가 심각해 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사 양측의 이번 만남은 파업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노조는 지난 6~8일 동안 파업을 임시 중단한 뒤 9일부터 계속 파업을 하고 있다.
노조는 임금 인상, 사측은 임금 동결 입장만을 고수했기 때문에 별다른 교섭 창구가 열리지 않았다.
사측인 광주광역시 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노사 양측이 특별한 협상안을 가지고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대화를 위한 창구부터 열자는 양측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파업 나흘째를 맞은 이날 광주 시내버스 1000여 대 중 220여 대가 운행을 멈췄고, 778대가 정상 운행했다. 광주 시내버스 운전원은 총 2397명으로 이 중 1398명이 노조 소속이다. 광주시는 이날 파업에 전체 노조원 대비 66% 수준인 935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했다.
전날 A 시내버스 회사 소속 노조지회가 배차 간격과 휴식 시간을 준수하는 ‘준법 운행’ 방침을 세우며 파업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A 회사 소속 운전원은 800여 명, 운행 버스는 326대로 광주에서 가장 큰 규모다.
전국 버스 노사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느냐를 두고 임·단협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광주는 2015년 이미 노사 합의를 통해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 곳이다.
광주시는 다른 지역에서는 쟁점 사항인 통상임금 문제가 해소됐기 때문에 노조원들의 파업 강도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계속된 파업으로 버스 도착 시간이 평소보다 10~30여 분 늘어나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광주 서구 광천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시민 최모(46)씨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지각 걱정부터 앞선다”며 “파업이 일상이 될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파업 장기화 국면을 막으려면 광주시가 노사 협상 과정에 중재자로 역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주 시내버스는 시가 버스 회사의 적자를 보전해주는 준공영제 방식으로 운영한다. 광주시는 지난해 버스 회사에 1402억원을 지원했다.
재정 적자를 줄이려면 10년째 성인 기준 1400원을 유지하고 있는 광주 시내버스 요금을 전국 광역시 수준인 1600~1700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상하고 최대한 이견이 좁혀지길 기다리고 있다”며 “시내버스 요금을 올려도 재정 확보 효과는 100원당 100억원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버스 회사 적자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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