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관일이었던 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모습.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로 이전할 방침이다. 다만 청와대 개·보수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는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한다. 연합뉴스 |
탄핵 여파로 치러진 6·3 대선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이 대통령은 당초 공언한 대로 현재의 한남동 공관과 용산 대통령 집무실 대신, 청와대로 돌아가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어렵게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준 지 불과 3년 만에 다시 청와대로 돌아가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사실 청와대 이전은 전임 윤석열 대통령 때 갑자기 결정된 것이 아니다. 그 이전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포함하여 상당수 대선 후보들이 주장한 바 있다. 특히 최근 대통령들은 권위주의 타파라는 명분으로 청와대 이전을 공언하였다. 아마도 청와대가 너무 호사스럽고 구중궁궐 같고 국민들 목소리에 멀어진 데 기인한 것이다.
구체적 사례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들 수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청와대 이전을 대선 후보 시절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로 내세웠다. 일단 청와대에 입주하고 난 뒤에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뒤엎는 게 부담됐는지, 대통령실 이전 관련 '위원회'까지 만들더니 검토 후에는 결국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문 전 대통령의 경우 청와대에 입주하고 보니, 수많은 국정 현안과 비서진 등 인적 요소와 보안, 통신 등 물적 요소로 인해 다른 곳으로의 이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필자가 공무원 재직 중 청와대에서 가 본 곳은 여민관과 간혹 비서관, 행정관들이 근무하는 사무실 정도였다. 청와대를 국민들 품에 돌려준 제도 덕분에 개방 6개월 후와 최근 청와대가 환원된다 하여 다시 한번 다녀왔다.
이왕 간 김에 본관과 관저 등을 포함하여 가급적 곳곳을 둘러봤다. 전반적 느낌은 그곳은 왕조시대의 왕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는 공화국 대통령으로서 있을 곳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필자는 평소에도 청와대는 조선 법궁인 경복궁의 후원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청와대 본관 표지석에 그렇게 표기된 것을 보고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마치 현재 창덕궁 후원 같은 이미지였다. 다만 영빈관을 보면서 그곳은 잘 살려서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개방된 해 말부터 활용되어 다행이었다.
청와대 복귀 시 소요될 최소 수백억 원의 국민 세금도 생각해 볼 문제다. 향후 대선에서 권위주의를 불식시킨다는 명분으로 또다시 청와대 밖으로의 이전을 주장하는 대통령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은가.
청와대로 돌아가겠다고 밝혔으나, 새 대통령이 그 약속을 무조건 실현시킬 필요도 없다고 본다. 역사에 책임지는 자세로 생각한다면 다른 결론도 가능하다고 본다. 탄핵된 전임 대통령이 기거한 한남동 공관도 다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 새 대통령에게는 감정적으로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만큼, 새로운 대안을 찾아도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