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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중국 팬들이 18세 유망주 왕위동의 세리머니에 분노했다.
중국 팬들은 자국 대표팀 선수들이 C조 최약체인 바레인을 이겨놓고 마치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행동한다며 선수들을 비난했다.
중국과 함께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된 상태로 '꼴찌 결정전'을 치른 바레인과의 경기에서 막바지 페널티킥으로 간신히 골을 터트린 뒤 상의를 벗어 높게 들어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치자 팬들이 헛웃음을 친 것이다.
브란코 이반코비치 감독이 지휘하는 중국 축구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중국 충칭에 위치한 롱싱 축구 경기장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예선 C조 최종전(10차전)에서 후반전 추가시간 터진 왕위동의 극적인 페널티킥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중국은 승점 9점(3승7패)을 마크, C조 5위로 3차예선을 마감했다. 이미 직전 경기였던 인도네시아와의 9차전에서 패배하면서 4차예선 진출에 실패한 중국은 바레인과의 '꼴찌 대결'에서 간신히 승리를 거두면서 최하위를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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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어려웠다. 중국은 40%의 점유율을 유지하면서도 13회의 슈팅(유효슈팅 4회)을 시도하는 등 바레인을 상대로 준수한 경기력을 선보였으나, 90분 내내 골이 터지지 않아 문제였다. 몇 차례 득점할 기회는 있었지만 기회를 골로 연결하지 못한 게 컸다.
무승부로 경기를 마칠 경우 득실차에 밀려 조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 경기 결과를 바꾼 것은 경기 막바지 터진 왕위동의 페널티킥 결승골이었다.
후반 44분 바레인의 후세인 알 에케르가 페널티지역 안에서 핸드볼 파울을 범했고, 주심은 중국의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선수는 선발 출전한 2006년생 유망주 왕위동이었다. 중국 축구계가 기대하는 재능으로 유명한 왕위동은 골문 오른쪽 상단을 때리는 침착한 슈팅으로 바레인 골망을 흔들며 득점에 성공했다.
왕위동은 득점 직후 과거 바르셀로나에서 뛰던 리오넬 메시의 세리머니로 유명한, 상의를 탈의한 뒤 관중석을 향해 높게 들어올리는 이른바 '메시 세리머니'를 하며 기쁨을 표출했다. 중국은 경기 막판 터진 왕위동의 극적인 결승골을 앞세워 바레인을 1-0으로 꺾으며 간신히 체면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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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국 팬들은 왕위동의 세리머니를 비롯해 중국 선수들의 태도에 분노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은 고사하고, 4차예선 진출조차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미없는 경기인 바레인전에서 얻은 결과를 갖고 기뻐한다는 이유였다. 일부 팬들은 18세 유망주에 불과한 왕위동에게 거침없는 폭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중국 팬들은 자국 언론 '시나 스포츠'가 바레인전을 다룬 기사에 몰려가 "월드컵에서 우승한 줄 알았다", "세리머니가 너무 과하다", "오만한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 "사소한 페널티킥에 불과했지만, 마치 월드컵에서 이긴 것 같았다", "4차예선 출전도 하지 못하는데 저렇게 기뻐할 이유가 있나" 등의 반응을 남겼다.
중국 매체 '소후닷컴'에 따르면 당사자인 왕위동은 바레인전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후반전 좋은 경기를 펼치며 기회를 기다렸고, 결국 모두의 노력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많은 형들이 국가대표팀 경기를 치르는데, 이 승리를 통해 축하드리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왕위동은 그러면서도 "예선에서 탈락해 팬 여러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 월드컵 예선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2030년에 뵙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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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표팀의 주장 왕다레이는 "승점 3점 차이로 4차예선 진출에 실패해 아쉽다. 우리는 4차예선에서 뛸 자격이 있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의 경기를 봐도 그들은 별다른 기회가 없었다. 단지 한 번의 페널티킥이 전부였다. 더 이상은 말을 아끼겠다"고 아쉬워했다.
중국은 월드컵 역사를 통틀어 2002 FIFA 한일 월드컵을 제외하면 월드컵 본선에 오른 적이 없다. 유일하게 대회 본선에 참가했던 한일 월드컵에서도 중국은 3경기에서 모두 패배, 승점 1점도 낚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중국은 한일 월드컵 이후 꾸준히 월드컵 본선에서 승점을 얻는 걸 목표로 잡았지만, 내년 열리는 월드컵을 포함해 24년째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중국 입장에서는 이번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FIFA에서 본선 참가팀을 48개국으로 확대한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본선행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는 점이 굴욕적이다. 본선 참가국 확대는 우즈베키스탄과 요르단의 최초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역사를 만들었지만, 중국은 이를 함께 누리지 못했다. 중국 팬들이 현 상황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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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곧바로 2030년 대회를 바라보고 있다.
'시나 스포츠'는 "중국이 바레인과의 경기에서 거둔 승리는 좌절이 가득한 상황 속에서 작은 위안이 됐다"며 "중국은 젊은 기운을 앞세워 다음 월드컵 본선행에 도전한다. 앞길이 험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후닷컴' 역시 "절망 속에서 희망이 생겨야 한다. 중국은 이번에 기회를 놓쳤지만, 바레인을 상대로 승리해 최하위에서 탈출했다"며 "데뷔골을 넣은 왕위동은 18세 199일의 나이로 중국 축구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로 월드컵 예선에서 골을 터트린 선수가 됐다. 왕위동과 같은 젊은 선수들이 4년 뒤 중국 축구의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사진=소후닷컴 /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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