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시위 진압 투입’군, 자국민과 대치
숙소 없고 보급품 부족… 소모품 신세
배치 중단 불발… 79세 생일엔 열병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창설(육군) 250주년을 맞은 자국 군대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시위 진압을 시켜 보호 대상인 국민과 대치하도록 유도하고, 본인 생일에 군사 퍼레이드(열병식)를 열어 사병(私兵)처럼 보이게 만들면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이 미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 시위 대응을 위한 군 파견과 시기가 겹치면서 정치적 소용돌이 속으로 행군해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전·현직 군 관계자들은 지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주방위군과 해병대가 시위가 한창인 LA 거리에 배치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인 14일 열병식이 개최되면, 마치 군이 미국인 탄압을 축하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육군으로 복무한 전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맥스 로즈는 NYT에 “트럼프 행정부는 주방위군 투입을 강행하려 주정부와의 충돌을 불사했고, 동시에 러시아나 북한에 더 어울릴 법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 군이 국민 통합의 상징이 돼야 할 때 도리어 군에 대한 신뢰를 깎아 먹는 두 장면”이라고 짚었다.
숙소 없고 보급품 부족… 소모품 신세
배치 중단 불발… 79세 생일엔 열병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미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육군 기지 포트 브래그에서 미군 장병 대상 연설을 마친 뒤 무대를 떠나며 청중을 향해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포트 브래그=AF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창설(육군) 250주년을 맞은 자국 군대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시위 진압을 시켜 보호 대상인 국민과 대치하도록 유도하고, 본인 생일에 군사 퍼레이드(열병식)를 열어 사병(私兵)처럼 보이게 만들면서다.
정치에 이용되는 군대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이 미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 시위 대응을 위한 군 파견과 시기가 겹치면서 정치적 소용돌이 속으로 행군해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전·현직 군 관계자들은 지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주방위군과 해병대가 시위가 한창인 LA 거리에 배치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인 14일 열병식이 개최되면, 마치 군이 미국인 탄압을 축하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육군으로 복무한 전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맥스 로즈는 NYT에 “트럼프 행정부는 주방위군 투입을 강행하려 주정부와의 충돌을 불사했고, 동시에 러시아나 북한에 더 어울릴 법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 군이 국민 통합의 상징이 돼야 할 때 도리어 군에 대한 신뢰를 깎아 먹는 두 장면”이라고 짚었다.
열병식 때 참관석에 앉을 참전 용사 25명을 보내 달라는 육군의 요청을 거절한 미국베트남참전용사회(VVA) 북버지니아지부의 지부장 제이 칼너는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만을 위한 자리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과 뒤섞여 버렸고, 우리는 그런 행사의 소품이 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행사 소품, 전쟁 소모품
미국 육군 M1 에이브럼스 전차가 10일 미 워싱턴의 웨스트 포토맥 공원에 도착해 인디펜던스 애비뉴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해당 장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생일인 14일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해 이뤄지는 대규모 열병식에 동원될 예정이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군이 소모품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숙소도 없고 보급품도 부족한 상태로 LA에 군을 아무렇게나 보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역신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지하실이나 하역장처럼 허름한 곳에서 병사들이 장비와 함께 짐짝처럼 널브러져 자고 있는 사진을 내보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군의 곤경엔 관심 없이 LA 시위를 외적의 침략이라고 규정하며 분노 자극에 몰두했다. 이날 최대 규모 미군 기지로 육군 특수전사령부 본부인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를 찾은 그는 “우리가 캘리포니아에서 목격하고 있는 것은 외국 깃발을 든 폭도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외세의 침략을 지속하려는 목적으로 자행하는 평화, 공공 질서, 국가 주권에 대한 전면적 공격”이라며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위대를 ‘짐승’이라 부르며 “성조기를 태우는 사람은 1년간 감옥에 가야 한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연방정부의 도시 장악 실험
미국 연방정부의 고강도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10일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연방청사로 행진하며 “군대를 집으로 보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
트럼프 정부의 LA 내 군대 배치를 막아 달라며 뉴섬 주지사가 이날 법원에 낸 긴급 가처분 신청은 즉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의 찰스 브레이어 판사는 추가 답변을 할 시간을 달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을 수용해 11일까지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주문했고, 12일 정식 심리를 열기로 했다.
시위 발생 닷새째인 LA의 도심 일부에는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통금령은 LA 다운타운 지구 주요 시위 지역 1제곱마일(약 2.7㎢)을 대상으로 10일 오후 8시부터 11일 오전 6시까지 적용된다며 며칠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찰의 시위대 체포 사례는 늘고 있다. 전날 100명을 넘었고 이날은 200명에 육박했다. 대부분 해산 명령에 불응한 혐의다. 군에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지역 치안 당국의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연방정부의 고강도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 중이다. 열병식 당일(14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라는 뜻의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전국에서 열린다. 군 투입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배스 시장은 회견에서 “연방정부가 주나 도시를 장악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는 거대한 실험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