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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유사? LA폭동 때 발동?…트럼프 만지작 ‘반란법’ 뭐길래[디브리핑]

헤럴드경제 김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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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유사? LA폭동 때 발동?…트럼프 만지작 ‘반란법’ 뭐길래[디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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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맥클렐런 공원에서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을 만나는 사진. [AFP]

2020년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맥클렐런 공원에서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을 만나는 사진. [AF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LA)에서 격화한 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반란법(Insurrection act)’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미국 사회가 혼란에 빠졌다.

1807년에 지정된 생소한 법안인 반란법은 주 방위군이 법 집행에 투입된다는 점에서 계엄령과 유사한 강력한 조치로 여겨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부터 국경 단속을 위한 ‘군사 조치’를 언급했던 만큼 실제 반란법 사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807년 인디언과의 갈등 막으려 제정
1807년에 제정된 반란법에 대한 설명.  미국 인디언들의 ‘적대적인 침입’에 대항해 대통령이 민병대를 소집할 수 있도록 처음 제정됐다. [미국 의회]

1807년에 제정된 반란법에 대한 설명. 미국 인디언들의 ‘적대적인 침입’에 대항해 대통령이 민병대를 소집할 수 있도록 처음 제정됐다. [미국 의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반란법 발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군 병력이 경찰을 비롯한 현지 시위 진압 인원에 대한 보호 등 간접 지원을 넘어 시위 참가자를 직접 진압할 수 있도록 반란법을 발동할 것이냐는 질문에 “반란 행위가 있으면 분명히 발동할 것”이라며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반란법은 200년도 더 된 법이지만 미국 내에서도 잘 사용하지 않아 인지도가 낮다. 1807년 당시 미국은 원주민인 인디언들과의 갈등이 극심해 ‘적대적인 침입’에 대항해 대통령이 민병대를 소집할 수 있도록 반란법을 마련했다.


이후에는 미국 내 비상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사용됐다.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친 반란법은 현재는 미국 내 상황이 법 집행이 불가능한 상황이거나, 시민들의 권리가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주지사들의 동의 없이도 군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시위에 대해 반란법을 발동하는 것은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된다는 법 해석이 우세하다.

계엄령보다 수위 낮지만…‘군 동원’으로 거부감 심해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연방청사에서 연로스앤젤레스(LA)에서 이어지는 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주방위군 병사들과 연방 경찰관들이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AFP]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연방청사에서 연로스앤젤레스(LA)에서 이어지는 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주방위군 병사들과 연방 경찰관들이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AFP]



미국 내에서 반란법은 계엄령(Martial law)과 자주 비교된다. 하지만 반란법은 계엄령보다는 수위가 매우 낮은 조치로 해석된다. 연방 군이나 주 방위군을 동원해 법 집행을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나, 민간 기구는 군의 지배를 받지 않는 등 나머지 상황은 평상시와 똑같다. 반면 계엄령은 군대가 민간 기구보다 우위에 있는 조치로 훨씬 강도 높은 조치다.


지난 4월에는 반란법과 계엄령을 혼동한 미국 시민들을 중심으로 틱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0일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미 남부 국경의 상황을 평가하고 국경 관리 목적으로 1807년 반란법을 적용할지 여부를 검토한다”는 내용이 발단됐다.

반란법은 군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거부감이 커 미국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사용됐다. 인종 갈등이 극심했던 미국 남북전쟁 당시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은 남부 주들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반란법을 발동했다. 20세기에는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은 아칸소주 주지사가 연방 인종 차별 철폐 명령을 거부하자, 미군이 흑인 학생들이 학교에 갈 수 있게 하려고 사용했다.

가장 최근에는 사용된 사례는 1992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LA 폭동’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요청에 따라 폭동 진압을 위해 연방군을 투입한 바 있다.


역풍·비난 뻔한데…트럼프가 반란법 꺼내는 이유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이어지는 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AFP]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이어지는 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AFP]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반란법을 거론한 적이 있었다.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하자 당시에도 반란법을 언급했다. 하지만 당시 합참의장의 반대로 반란법을 발동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2023년 대선 후보에 도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국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 동원을 언급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2023년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다음 임기에 국경 문제가 다시 제기되면 (군대 사용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 자리에서 이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 방위군 배치를 약속했고, ‘트럼프 책사’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부비서실장이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 문제에 적극적이라는 정치적 신호를 주기 위해 반란법을 언급한다는 해석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칼럼을 통해 “지난해 대선 기간 내내 트럼프는 국경 문제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을 이용했다”며 이번 LA 상황의 징조가 임기 초부터 충분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