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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학생, 가방 검사 학교 여직원 살해… “관용 사회가 야만 키웠다”

조선일보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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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학생, 가방 검사 학교 여직원 살해… “관용 사회가 야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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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군경찰이 10일 프랑스 동부 노장트의 프랑수와즈 돌토 중학교 앞에서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이날 오전 이곳에서 가방 검사를 받던 이 학교 학생(15)이 교육 보조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AFP 연합뉴스

프랑스 군경찰이 10일 프랑스 동부 노장트의 프랑수와즈 돌토 중학교 앞에서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이날 오전 이곳에서 가방 검사를 받던 이 학교 학생(15)이 교육 보조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AFP 연합뉴스


프랑스 동부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교육 보조원(생활 지도 담당 교직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해 프랑스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이번 사건은 최근 몇 달 새 학교 안팎에서 흉기를 이용한 청소년 범죄가 잇따르던 와중에 발생한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학교 보안 강화를 위한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10일 오전 프랑스 오트마른주(州) 노장(Nogent)의 프랑수아즈-돌토 중학교(Collège Françoise-Dolto)에서 한 남학생(15)이 여성 교육 보조원(31)에게 돌연 흉기를 휘둘렀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용의자인 학생은 현장에서 군경찰에 의해 제압돼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학생의 저항으로 군경찰 한 명이 경상을 입었다. 용의자와 피해자의 인종 등 자세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건 발생 당시 이 교육 보조원은 남학생의 가방 내용물을 검사하던 중이었다. 프랑스는 최근 청소년들이 흉기를 소지한 채 등교해 이를 이용해 다른 학생을 공격하는 등 심각한 수준의 교내 폭력 사건이 급증 추세다. 지난 4월 낭트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선 15세 학생이 동급생 4명을 흉기로 공격해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1월에는 파리 외곽의 한 중학교에서 14세 학생이 큰 칼(마체테)을 맞고 숨지기도 했다.

크고 작은 사건이 계속 꼬리를 물고 벌어지자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가 직접 “학교에 흉기 반입을 막기 위해 소지품 검사를 강화하고, 금속 탐지기를 도입하라”는 지시까지 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곳곳에서 등교 시간 학생들의 소지품을 검사하는 보안 조치가 강화됐다. 이날 사건이 벌어진 중학교 역시 정부 지침에 따라 학생 가방을 일제히 점검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학생이 왜 흉기를 휘둘렀는지는 조사 중이다. 프랑스 수사 당국은 용의자인 학생과 피해자의 자세한 신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학생이 교육 보조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벌어진 프랑수아즈 돌토 중학교. /AFP 연합뉴스

학생이 교육 보조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벌어진 프랑수아즈 돌토 중학교. /AF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사건 직후 X에 “나라 전체가 애도 중이다.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도 이날 하원 대정부 질문에 참석해 “흉기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며 “일부 학교 출입구에 보안 게이트를 시험적으로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뤼노 르타이유 내무장관은 “관용의 사회가 야만성을 키웠다. 권위와 단호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매체들은 “프랑스 사회 전반에 만연한 청소년 폭력과 이에 대한 정책적 무력감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일간 르주르날뒤디망슈는 “당시 교육 보조원이 학교 보안을 위해 학생 가방을 점검하는 군경찰과 함께 배치돼 있었는데도 학생의 폭력에 희생됐다”며 교육 당국의 보안 조치가 충분치 않았음을 시사했다. 유로뉴스도 “가방 검사만으로는 학교 내에서조차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교육부는 일단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며, 교육 보조원의 사망과 관련한 법적 조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공공질서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다 희생된 교육 보조원에 대한 국가적 예우를 하겠다”며 보상 조치를 시사했다. 프랑스 교직원 노조 대표들은 “정부가 교육 인력을 동원해 학교의 안전을 지키려 해서는 안 된다”며 “청소년 폭력을 뿌리부터 해결하기 위한 근원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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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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