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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아들을 '바보'라고 표현하는 남편의 모습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방송 화면 |
자폐 아들을 '바보'라고 표현하는 남편의 모습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는 매 순간 눈치를 보며 남편이 지시하는 대로 행동하는 아내와 소극적이고 효율적이지 못한 아내가 답답한 남편 '조교 부부'가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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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아들을 '바보'라고 표현하는 남편의 모습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방송 화면 |
이날 방송에서 공개된 일상 영상 속 아내는 아침부터 둘째 등원을 시킨 뒤 8살인 첫째 특수 체육 수업을 위해 발달 센터를 찾았다.
아내는 "첫째 아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다. 25개월 영유아 검진 때 진단 받았다.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게 장애 특징이다 보니 그런 점이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도 대변을 바지에 실수하는 일이 많다. 계속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집에는 CC(폐쇄회로)TV와 지문으로 열리는 중문 등이 설치돼 있었다. 아내는 "(첫째가 혼자) 집 문을 열고 나가서 2~3시간 만에 찾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아내는 둘째 하원 후 첫째와 놀이터를 찾았지만, 첫째에게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아내는 "시각 추구가 많다보니 그런 거에 이끌려 가버린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아내가 잠시 둘째를 챙기는 사이 첫째는 갑자기 큰길로 달려나갔고, 둘째를 데리고는 빨리 뛸 수 없는 상황에 제작진이 겨우 첫째를 막아세우기도 해했다.
정신없는 아내의 일상에 오은영 박사는 안타까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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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아들을 '바보'라고 표현하는 남편의 모습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방송 화면 |
그날 저녁, 아내는 남편과 대화를 나누던 중 과거 남편이 시부모와 나눴던 대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내가 운을 떼자 남편은 "안 키워보고 하는 얘기다. 바보 안 키워봤지 않나. 그렇게 (내가) 얘기를 해야 상대방이 되려 나한테 말실수를 안 하는 것"이라며 첫째 아들을 '바보'라고 표현했다.
아내가 "몇 번 안 보는 친척을 보는 자리인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었냐"고 하자 남편은 "바보를 바보라고 하지 뭐라고 하냐"고 말하기도 했다.
남편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애가 셋이라고 하면 애국자라는 말을 듣는다. '그럼 뭐 하냐, 애가 하나가 바보인데'라고 한다"고 말했고, 아내는 남편에 대해 "표현하는 게 날카롭다. '팩트폭행자'다"라고 했다.
앞서 남편은 아내가 첫째가 학교에서 겪은 힘든 상황들에 대해 전할 때에도 대수롭지 않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아내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중 "오늘 발달센터에서도 첫째가 개판이었다더라"라고 하자 남편은 "어쩔 수 없지 뭐"라고 반응했다. 아내가 첫째를 특수학교에 보내고 싶다고 하자 남편은 "개학한지 며칠이나 됐다고 그러냐"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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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아들을 '바보'라고 표현하는 남편의 모습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방송 화면 |
오은영 박사는 남편에게 아들을 '바보'라고 표현한 이유를 물었다.
이에 남편은 "어머니 모시고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어딜 가도 아이 셋이라고 하면 '애국자'라는 말을 듣는다. '그럼 뭐해, 나라에서 도와주는 것도 없고 장애아라고 좋은 것도 없고' 싶어 듣기 싫은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 들은 오은영 박사는 "아이를 바보라고 표현한 걸 두고 이해된다, 잘하셨다고 절대로 표현은 못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첫째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본인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논하는 것 자체가 불편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오은영 박사는 일상 영상 속 남편이 첫째의 어려움을 토로한 아내에게 '어쩔 수 없지'라고 이야기한 것을 짚었다.
이에 대해 오은영 박사는 "그게 무책임하게 툭 던지는 말처럼 보이지만 저는 남편분 말의 밑에는 굉장한 좌절감이 있다고 본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인데' 이런 좌절감이 들어있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제가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오은영 박사의 말에 남편은 "무서웠다. 아이를 처음 잃어버렸을 때 몸은 하나인데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무능해지더라. 그냥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게. 아이가 잘못될까봐 무서웠다. 아이가 어디 빠진다거나 해서 영영 못 찾을까봐 그게 가장 무서웠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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