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병 대표, 저서 <실버웨이브> 통해 시니어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노인은 복지 대상이 아닌 부가가치 창출 주체"...민간 중심 돌봄 산업 혁신 강조
-"돌봄 서비스의 종합 솔루션은 시니어 하우징"...케어닥의 시니어 하우징 '케어홈 너싱홈' 확장 중
"노인은 복지 대상이 아닌 부가가치 창출 주체"...민간 중심 돌봄 산업 혁신 강조
-"돌봄 서비스의 종합 솔루션은 시니어 하우징"...케어닥의 시니어 하우징 '케어홈 너싱홈' 확장 중
-2030년까지 시니어 거점 1000곳 확장 계획
"실버웨이브는 위기가 아닌 기회입니다."
![]() |
65세 이상 인구 1000만 명 시대,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대부분이 '위기'라고 부르는 이 거대한 변화 앞에서, 시니어 토탈케어 스타트업 케어닥의 박재병 대표는 단호하게 말했다.
박 대표는 최근 출간한 저서 <실버웨이브>에서 초고령사회를 파도에 비유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말한 제3의 물결만큼이나 큰 변화가 고령화"라며 "150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가 만드는 소비 시장이 갑자기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소재 케어닥 사무실에서 만난 박재병 대표로부터 <실버웨이브>에서 강조한 실버 산업의 방향과 케어닥이 시니어하우징에 집중하는 이유, 돌봄 서비스의 현재와 미래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부 복지의 한계, 민간이 나서야 할 때
"정부가 모든 노인을 케어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케어닥을 창업한 2018년부터 박 대표는 '돌봄을 복지가 아닌 산업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비전을 품어왔다. 이 같은 철학의 배경에는 정부 복지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박 대표는 현재 복지 예산으로는 매우 아픈 사람들 1% 내외만 커버하고, 장기요양보험으로는 9~10%만 커버한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89%는 정부 돌봄 바깥에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이 격차는 더 커집니다."라고 박 대표는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 시스템의 비효율성이다. 박 대표는 "정부 시스템은 성과가 아닌 시간 기준의 수가제 방식"이라며 "매출이 고정되니까 비용을 아끼는 방향으로 가게 되고, 결국 돌봄 품질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민간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박 대표의 주장이다.
"노인을 복지 대상이 아닌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고객으로 봐야 합니다. 테크 서비스, 모바일 플랫폼, IoT, AI 등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민간의 역할입니다."
뉴 액티브 시니어, 소비 시장의 새로운 주역
박 대표가 <실버웨이브>에서 특별히 강조한 개념이 바로 '뉴 액티브 시니어'다. 1981년 사회복지법 제정 당시 한국의 평균수명이 66~67세였던 것과 달리, 지금의 65세는 건강하다.
"액티브 시니어는 60~70대로 80~90대의 부모를 부양하는 상황이지만 부모 부양만큼이나 자신의 라이프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입니다." 이들은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소비 시장에서는 여전히 일반 성인 시장과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 박 대표의 분석이다.
이런 관점 변화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 케어닥이 2023년 발표한 '노인돌봄공백 지수'다. 2021년 기준 돌봄 비용 및 시설 공백 위험 노인 인구가 725만 명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박 대표는 2025년 현재 돌봄 비용 및 시설 공백 위험에 처한 노인인구가 거의 1000만 명 가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간 4~5만 명이 새로 돌봄의 혜택을 받지만 65만 명 정도가 돌봄 바깥으로 밀려나기 때문에 그동안 최소 200만 명의 돌봄공백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대표는 "무서워해야 대비한다"며 경각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니어 산업에 도전하려는 창업가들에게 조언도 전했다.
"업의 표면적인 비즈니스와 숨어있는 본질이 다릅니다. 표면적으로는 노인이 고객이고 정부가 고객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지불자가 누구인지, 그들의 고통이 무엇인지를 봐야 합니다."
박 대표는 "시니어를 정부에 기대기보다는 어떻게 부가가치를 만들 것인지 고민한다면 여전히 기회가 많은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시니어 하우징, 종합적 솔루션의 핵심
케어닥이 시니어 하우징에 집중하는 이유는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했다.
첫째, 정부 예산 문제다. 요양원은 노인 한 명당 월 200~250만 원이 들어가는, 정부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시설이다. 둘째, 품질 문제다. 정부가 250만 원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면 누군가는 불만족할 수밖에 없다. 셋째, 인력 부족 문제다. 개별 집으로 방문하면 요양보호사가 케어할 수 있는 노인이 한 명밖에 되지 않으며, 관리도 안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시니어 하우스다. 시니어 하우스에 노인이 모여 있으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관리자가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요양보호사의 재교육도 가능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입주하는 노인도 장점이 크다. "혼자 TV만 보던 분들이 사회생활을 하게 되고, 체계적인 식사와 운동, 나들이를 통해 건강지수가 좋아져요. 결국 국가의 의료비도 줄어드는 선순환이 생깁니다." 시니어 하우징을 돌봄 서비스의 종합 솔루션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시니어 하우징 표준화 시스템 구축
케어닥은 업계 최초로 '시니어타운 표준 등급 가이드'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현장 실사와 시니어 인터뷰,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규모, 프로그램, 입지, 부대시설, 건강관리, 공간디자인, F&B, IT솔루션, 생활편의, 기타 평가 등 10가지 항목과 50개의 세부 지표를 만들었다.
케어닥은 이와 같은 지표로 시니어타운을 7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등급제는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좋은 시설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caption id="attachment_972224" align="alignnone" width="789"]
![]() |
[이미지 1] 케어닥 시니어 타운 표준 등급 가이드[/caption]
고품격 주거요양시설 브랜드, 케어홈·너싱홈 운영
[caption id="attachment_972225" align="alignnone" width="789"]
![]() |
[이미지2] 케어홈 용인더퍼스트점 1인실[/caption]“기존 요양원의 이미지를 깨야 했습니다. 케어홈·너싱홈은 '케어가 있는 집'을 규모 있게 코리빙 형태로 만든 것입니다.”
케어닥은 2023년에 자택처럼 편안한 시니어 돌봄을 제공하는 고품격 하이엔드 주거형 요양시설 브랜드인 '케어홈·너싱홈'을 시작했다. 케어홈과 너싱홈은 장기요양보험 등급 취득 여부에 따라 구분된다. 케어홈은 장기요양등급 없이도 맞춤형 돌봄을 받으며 프라이빗한 노후 생활이 가능한 프리미엄 시니어 주거 브랜드며, 너싱홈은 24시간 집중 돌봄이 필요한 장기요양급여가 지원되는 시설로서 간호 및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요양원이다.
케어홈·너싱홈은 런칭 직후부터 높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배곧신도시점은 런칭 6개월 만에 입주율 100%를 달성했으며, 타 지점 역시 평균 90%에 가까운 높은 입주율을 기록하며 시니어 하우징 시장 내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호점인 배곧신도시점을 시작으로 송추, 용인까지 1년 만에 3개 지역에 4개 지점을 오픈했으며, 이번 달에 너싱홈 송추빌리지점, 너싱홈 옥정시티점, 케어홈 시흥노블힐점 등 총 3곳을 신규 오픈할 예정이다.
케어홈·너싱홈 모든 지점은 청소, 빨래, 식사 배송, 복약 관리, 24시간 응급 대응 등 시니어의 일상과 건강을 위한 전문 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및 간호사, 물리치료사, 케어코디 등 전문 시니어 케어 인력 역시 탄탄하게 갖췄다. 특히 요양보호사는 의무 규정 인원 대비 1.2~3배까지 늘려 배치하고 돌봄 인력 투입을 강화해 돌봄의 품질을 높였다.
케어닥은 직영점을 늘리고 위탁 운영 사업에도 적극 나서기 위해 2024년 9월, 글로벌 7위 자산운용사인 인베스코로부터 투자를 받아 국내 최초 시니어 하우징 전문 운영사 '케어오퍼레이션'을 공동 설립했다.
[caption id="attachment_972226" align="alignnone" width="696"]
![]() |
[이미지3] 케어닥 너싱홈 송추빌리지점 전경[/caption]
시니어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토탈케어 서비스
케어닥은 시니어 하우징 사업 이외에도 매칭 플랫폼, 방문요양, 병원간병, 자택간병 등 시니어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토탈케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1) 케어닥 플랫폼 운영
'케어닥'은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과 맞춤 케어코디를 연결하는 매칭 플랫폼이다. 매월 평균 3천여 명 이상의 케어코디와 1만 명 이상의 시니어 고객이 이용하고 있다. 간병인과 요양보호사의 사진, 자격사항, 돌봄 이력, 코로나19백신 접종여부 등이 담긴 상세한 프로필과 실제 사용자 후기를 제공하여 신뢰도를 높였다. 또한 간병비 정찰제를 도입해 추가 비용이나 기준이 모호한 시설 및 서비스 이용료의 투명성을 제고했다. 보호자들은 식사량, 배변, 돌봄 영역 등을 기록한 돌봄일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는다.
2) 방문요양돌봄센터 운영
케어닥은 전국 8개 직영점과 16개 파트너점의 방문요양돌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장기요양급여 수급자와 비급여 모두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다. 주요 직영점 4곳이 2024년 장기요양기관 정기평가에서 상위 20% A등급을 획득해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센터장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서 수급자와 보호자의 욕구를 평가하고 맞춤형 돌봄 계획을 설계하는 수급자 중심의 운영 방식을 택하고 있다. 특히 요양 등급이 없어도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돌봄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하고 있으며, 실제로 비급여 이용자가 약 20%에 달한다.
케어닥은 2025년에는 파트너 지점을 40개까지 확장하며 전국 네트워크를 강화할 예정이다.
3) 병원간병 및 자택간병 서비스
케어닥은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병원간병 서비스도 하고 있다. 131여개 요양병원과 간병인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강북삼성병원, 순천향대학교 중앙의료원과 협력협약을 맺어 간병크레딧 지원 확대, 전문 간병인력 양성, 퇴원 환자를 위한 맞춤형 돌봄 솔루션 제공, 환자 회복 및 일상생활 복귀 지원, 간병서비스 연계 등을 진행했다.
자택간병 서비스는 케어코디가 정기적으로 가정에 방문하는 주거환경관리 서비스다. 청소, 세탁, 식사차림, 투약관리, 외출동행 등 가사 중심의 라이프케어 영역을 담당하며, 일반적인 가사 서비스와 달리 시니어의 생활 만족도 향상에 초점을 맞춰 어르신의 동선에 맞춘 물품 재정비 및 편리한 위치의 세탁물 정리 등으로 주거 환경을 쾌적하게 관리해주고 있다.
4) 글로벌 인력 확보
돌봄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케어닥은 동남아 3개국과 협력해 글로벌 간병 인력 영입 시스템을 구축했다.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3개국 내 12곳의 전문 기관과 협력해 1000명대의 간병 인력 영입이 가능하다.
"한국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공급이 없으니까 가격 인플레이션이 계속 일어납니다." 박 대표는 수요가 많다 보니 원래 도태되어야 할 문제 인력들도 계속 일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5) 케어챗
카카오헬스케어와의 협업을 통해 구축한 카톡 챗봇 '케어챗'은 간병 예약 서비스다. 입원 예약 과정에서 케어닥의 병원 간병 서비스를 함께 신청할 수 있도록 해 입원 과정의 번거로움을 최대한 덜어낼 수 있게 됐다. 별도 앱 설치 및 회원 가입 없이 카톡으로 케어닥 전문 간병 서비스를 바로 매칭받을 수 있어 접근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2030년까지 시니어 케어 거점 1000개 목표
"2030년까지 시니어타운을 포함해 전국에 시니어 케어 거점 1000개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박 대표는 케어닥의 핵심 경쟁력을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수익 구조에서 찾는다. "보조금에 의존하면 회사 실적은 좋아 보이지만 적자 규모도 커져요. 우리는 민간 영역에서 시니어 케어 매칭 비즈니스를 단위 사업별로 대부분 흑자로 만들었습니다."
글로벌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케어닥의 목표는 한국의 돌봄 모델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고령화를 겪는 나라이니만큼, 이 모델을 다음 고령화 국가들에게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케어닥은 2027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케어보국'을 위해
"이병철 회장이 '사업을 잘해야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고 한 것처럼, 현재 한국의 가장 큰 문제인 고령화를 해결하는 것이 케어보국입니다."
케어닥의 최종 비전은 '케어보국(Care保國)'이다. 박 대표는 고령화 문제의 핵심을 부가가치 창출 부족과 세금 부담으로 봤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세금이 아닌 부가가치를 만드는 일로 바꾸면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돌봄으로 나라를 지킨다'는 의미인 '케어보국' 철학이 고령화를 국가적 부담이 아닌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65세 이상 인구 1000만 명 시대, 케어닥이 제시하는 '실버웨이브'는 단순한 고령화 대응을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패러다임이다. 실제로 한국 사회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이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버웨이브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이 거대한 물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케어닥의 도전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공을 넘어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할 것이다.
조광현 객원 스타트업 전문 기자 hyun@venturesquare.net
Copyright ⓒ ATSQUARE.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