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직 사퇴를 선언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이 대선 참패 뒤에도 반성과 쇄신보다 당권을 둔 이전투구로 지새고 있다. 지금 국민의힘은 당을 해체하고 재창당하는 수준의 쇄신 없이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그런데도 당 차원의 쇄신 일정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계파 갈등으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8일 당의 대선 경선 직후 불거진 후보 교체 파동에 대한 당무 감사권 발동과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9월 초 새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등 개혁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친윤석열계 주류에서 시한부 위원장의 독단적 결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실행 여부는 불확실하다. 9일 열린 국민의힘 의총에서도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를 두고 친윤계에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의 의사결정을 비대위원장 말 한마디로 뒤엎을 수는 없다”(강승규 의원)는 주장이, 친한동훈계에선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는 상징인 만큼, 당론으로 한 건 철회해야 한다”(우재준 의원)는 주장이 나왔다.
앞서 국민의힘 ‘쌍권’(권영세·권성동) 지도부는 경선에서 뽑힌 대선 후보를 심야에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외부 인사로 갈아치우려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헌정 파괴 쿠데타에 비견되는 정당 민주주의 파괴 행위였다. 그 경위와 책임 소재를 가리는 건 국민의힘이 국민 전체는 고사하고 당원과 지지층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실행해야 할 최소한의 조처다. 그러나 이조차도 난망해 보이는 게 지금 이 당의 실상이다.
가장 큰 대선 참패 원인이 탄핵 반대와 윤 전 대통령 비호로 일관한 데 있다는 자명한 사실조차 친윤계 다수는 인정하지 않는다. 탄핵 찬성파를 배신자로 낙인찍는 극렬 지지층 눈 밖에 나지 않아야 정치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는 계산을 하기 때문이다. 당권을 잡아 영남·강남 공천만 받으면 국회의원도 지방자치단체장도 얼마든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럴수록 전체 당은 국민 신뢰를 잃고 극우 지역정당으로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지만, 친윤 주류엔 일말의 관심사가 아닐 것이다.
이날 의총에서 친윤계는 김 위원장의 즉각 사퇴도 거세게 압박했다. 김 위원장을 끌어내려 개혁안 실행을 막고, 친윤계 비대위원장을 새로 지명해 당권을 계속 잡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반면, 친한계는 9월 초 전당대회까지 김 위원장이 비대위를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선거에 지고도 쇄신 없이 당권 다툼으로 지새는 한 국민의힘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기는 요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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