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미국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보수 정치 행동 컨퍼런스에 참여한 일론 머스크(왼쪽)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오른쪽)으로부터 건네받은 전기톱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정부 지출 삭감 정책을 빌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재차 공격하고 나섰다.
7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매체 라나시온은 “일론 머스크는 그의 이념적 동지인 하비에르 밀레이의 긴축 프로그램을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감세법을 조준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정부의 감세법안을 비난하는 글을 공유해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글은 “밀레이는 정부 지출을 30% 줄이고, 흑자로 돌아서는데 단 한 달밖에 안 걸렸다. 그의 인기는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치솟고 있다. 재정 긴축이 대중에게 인기 없다고 말하지 말라. 워싱턴을 장악한 힘 있는 특정 이익 세력에게만 인기가 없을 뿐이다”라고 썼다.
문제의 법안은 고소득층에게 세금을 감면하고 보건·교육·청정에너지 예산은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해당 법안이 실행됐을 경우 감세로 인해 향후 10년간 정부 부채에 2조4000억 달러(약 3253조원)를 추가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이 법안은 하원에서 1표 차이로 가까스로 통과했고,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한 상원에서 다음 달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머스크가 트럼프의 감세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그 또한 정부 부채를 늘릴 수 밖에 없는 고소득층 감세에는 반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머스크가 전기 자동차 정부 보조금을 폐지에 불만이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머스크는 전에도 이 감세법안을 맹공격한 바 있다. 그는 지난 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 법안이 “이미 막대한 재정 적자를 2조5000억 달러 크게 늘리고 미국인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떠넘길 것”이라며 “방만하고 터무니없고 온갖 특혜로 가득한 의회 지출 법안은 역겹고 혐오스럽다”라고 비난했다. 최근 머스크는 정부효율부 수장에서 내려온 이후 이달 초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온라인상에서 전방위적으로 설전을 벌이며 충돌을 빚고 있다.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재정 지출 삭감 정책을 빌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법안을 비판하는 내용의 엑스(X) 글. 일론 머스크는 이 글을 자신의 계정에 공유했다. 출처 일론 머스크 X |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 효율성부(DOGE)의 수장으로 일할 당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 불리는 밀레이 대통령처럼 정부 지출 삭감을 주도했다. 머스크는 밀레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지난 2월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보수단체 행사에선 전기톱을 선물 받은 바 있다.
전기톱은 밀레이 대통령의 급격한 재정 긴축 공약을 상징한다.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후 18개의 중앙부처를 8개로 축소했으며, 공무원 4만여명을 해고하면서 재정지출을 약 30% 삭감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다양성부를 인적자본부 아래 기구로 격하하고, 국립차별반대 기구를 없애기도 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