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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왜 LA에 군 보냈나…“정책 실패에 대한 대중 시선 돌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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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왜 LA에 군 보냈나…“정책 실패에 대한 대중 시선 돌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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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로스앤젤레스 시청에서 연방청사까지 행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역 당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위 진압에 주방위군을 투입하면서, 도시 전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AFP 연합뉴스

8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로스앤젤레스 시청에서 연방청사까지 행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역 당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위 진압에 주방위군을 투입하면서, 도시 전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로스앤젤레스 시위에 군대를 투입한 데엔 ‘내부의 적’을 만들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분석했다. 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 협상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의 시선을 ‘이민 문제’로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정부가 6일부터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일대에서 이민자 단속을 강화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을 향한 항의 시위 및 충돌이 발생하자 트럼프 정부는 주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8일 주방위군을 투입했는데, 이는 오히려 시위가 더 번지는 계기가 됐다.



외교·경제 면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는 트럼프 정부가 “정책 실패나 일론 머스크와의 갈등에서 대중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시위를 이용하고 있다”(가디언)는 데 언론들은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는 “이 상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모든 요소를 갖췄다. 그의 핵심 의제(이민)를 주제로, 민주당이 강세인 주에서 정적과 벌이는 싸움”이라고 짚었다. 비비시(BBC)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 투입을 지시한 뒤 8일 아침 곧바로 “주방위군이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치하하는 글을 올렸을 때 정작 군인들은 로스엔젤레스에 도착도 하지 않은 상태였던 점을 거론하며 “이처럼 신속하게 대응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싸움을 준비해 왔고, 심지어 열렬히 바라왔다는 걸 보여준다”고 비꼬았다.



그렇다면 왜 하필 로스앤젤레스일까. 캘리포니아주, 그 중에서도 특히 대도시인 로스엔젤레스는 이민자 수가 많으며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소위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을 일컫는 말) 지역이다. 이민자 강경 단속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 정책을 펴며 트럼프 정부에 강경하게 맞선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유력한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이자 ‘진보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트럼프는 시위대는 “극좌파”, 시위를 막지 못한 주정부를 “무능한 지도자”라고 규정하며, 민주당과의 대립 구도를 극대화하는 정치적 판짜기(프레이밍)에 나섰다. 보수 지지층 결집을 꾀하는 한편으로, 사회적 안정을 중시하는 중도층에게 소구하려는 계산이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이보다 더 분명할 순 없다. 한쪽은 법을 집행하고 미국인을 보호하자는 입장이고, 다른 쪽은 불법체류자와 불법행위자를 옹호하는 입장”이라고 트럼프 편을 들었다.



폭력 시위로 비화할수록 트럼프에겐 유리하다. 백악관은 멕시코 국기를 든 시위대의 모습을 “폭도”로 묘사하며, 트럼프와 공화당의 강경 이민정책을 정당화하는 ‘상징적 장면’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미 멕시코 국기를 든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거나, 불타는 차량 주변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을 담은 드론 촬영 영상이 소셜미디어와 언론을 통해 널리 퍼지고 있다.



진보 성향 매체 애틀란틱은 “트럼프는 국민에 대한 무력 사용을 정당화할 수 있는 대중적 불안을 거의 갈망하는 듯하다”며, 로스앤젤레스 상황이 혼란스러워질수록 트럼프는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얻는 한편 기존의 정치적 논란을 덮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뉴섬 주지사는 8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언론에 이메일을 보내 “대통령은 감정을 자극하고, 반응을 유도하려 한다. 그들은 폭력을 원한다. 그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며 시위대를 향해 “그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말라”고 당부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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