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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연기, 또 연기… '양치기'로 전락한 한강버스의 불편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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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연기, 또 연기… '양치기'로 전락한 한강버스의 불편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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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름 기자]

2024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밀어붙인 '김포골드라인-한강버스 플랜'. 한강을 도로처럼 이용해 대중교통인 '한강버스'를 운행한다는 정책은 새로웠다. 몇몇 논란이 있긴 했지만, 교통체증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정작 서울시가 이 플랜을 세차례나 연기하면서 '졸속행정' '예산낭비'란 비판을 사고 있다. 한강버스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한강버스는 2023년 김포와 서울시의 출퇴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사진 | 뉴시스]

한강버스는 2023년 김포와 서울시의 출퇴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사진 | 뉴시스]


오는 9월엔 정말 김포와 서울을 잇는 한강버스가 뜰까. 알 수 없다. 서울시가 한강버스의 정식 운항을 수차례 미뤘기 때문이다. 그간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참고: 서울시가 처음 '한강버스'를 제안했을 때의 이름은 '리버버스'였지만 기사에서는 모두 '한강버스'로 통일했다.]


시계추를 2023년으로 돌려보자. 그해 3월 영국 런던의 '리버버스'를 살펴본 오세훈 시장은 한강에 교통수단으로서의 '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의 리버버스는 1999년 개통해 현재 4개 노선을 운영 중이다. 시속은 50㎞로, 자동차 교통 체증 등으로 이동이 어려운 시민들을 태운다. 템스강을 달려 대중교통처럼 역과 역을 잇는 방식이다.


이를 벤치마킹하겠다고 밝힌 오세훈 시장은 당시 "리버버스를 도입하면 편리한 수상 교통을 이용해 (시민들이) 한강 건너, 혹은 한강의 원거리까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며 "생활 교통의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달라지고 한강 활용도 역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달라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오 시장이 한강버스를 도입하겠다고 나선 배경은 김포와 서울을 잇는 '김포골드라인'의 높은 밀도 때문이었다. 경기도 김포에 생긴 한강신도시에서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을 거쳐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운행을 시작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2량 열차'만 다녔다.


당연히 열차 플랫폼을 넘어 지하철역사 밖까지 주민들이 줄을 섰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민을 감당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로 2023년 당시 김포골드라인의 평균 혼잡도는 242%, 최대 혼잡도는 289%에 달했다.


같은 기간 서울 내 지하철 중 혼잡도가 가장 높은 지하철 9호선 급행의 혼잡률과 맞먹거나 그 이상이었다. 혼잡률 230%는 승객들이 열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간신히 볼 수 있을 수준의 밀도를 일컫는다.



일부 승객이 호흡 곤란을 일으킬 정도의 압박이다. 한강수상버스의 실패 사례, 장마·홍수 시 안전문제 등 몇몇 반론이 있긴 했지만, '한강에 버스를 띄운다'는 오세훈식 발상은 그래서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률을 해결할 대안 중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정책의 속도도 빠르게 잡았다.


서울시는 2023년 당시 한강버스의 예정 운항일을 2024년 9월로 못 박았다. 목표는 1년간 8척의 배를 만들어 한강에 띄운다는 거였다. 하지만 서울시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시민 공모를 통해 '리버버스'란 이름을 '한강버스'로 바꾼 지 한달 만인 2024년 9월 운항일을 미뤘다. 한강버스를 계획만큼 만들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언급했듯 8척을 구상했던 한강버스는 2024년 3월이 돼서야 건조에 착수했다.


배를 모두 만들어야 정식 운항이 가능한데, 배의 건조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졌다. 그로부터 3개월이 흐른 2024년 11월에도 완성된 배는 2척에 불과했다. 그래서 서울시는 지난 3월 정식 운항을 '상반기 내'로 또 다시 미뤘다. 이런 상황에서 "한강버스와 대중교통 환승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해 졸속 행정이란 비판만 키웠다.


여기가 끝인 것도 아니었다. 상반기가 끝나기 한달 전인 5월 서울시는 정식 운항일을 9월로 또 미뤘다. 세번째 연기였다. 이번에도 이유는 2024년 건조됐어야 할 배들을 다 만들지 못했다는 거였다.

문제는 정식 운항이 미뤄지는 동안 한강버스를 만드는 이유 중 하나였던 김포골드라인의 포화 현상이 해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기준 김포시에 따르면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는 2023년 242%에서 208%로 떨어졌다.



김포시가 투입한 '버스'가 혼잡도를 낮추는 데 한몫했다. 올해에도 김포시는 추가 버스 노선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이 때문인지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졸속으로 계획한 탓에 예산만 낭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10월 있었던 한강버스 점검 토론회에서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 팀장은 "한강버스는 대중교통이라고 소개하지만 수상 시설물을 확대해 기존 관광자원과 연계하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합리화하기 위한 교두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1년이나 미뤄진 한강버스는 애초 목적이던 '대중교통'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아니면 사라진 한강수상택시처럼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할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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