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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 권력 민생에 쏟아달라... 계엄 청산하되 수사 대상은 최소화”

조선일보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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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 권력 민생에 쏟아달라... 계엄 청산하되 수사 대상은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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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정부에 바란다]
정치 원로 김종인·김무성
이재명 대통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치러진 6·3 대선에서 역대 최다 득표를 기록하며 당선됐다. 하지만 득표율은 49.42%로 과반 득표를 하지는 못했다. 정치 양극화가 극심해진 한국 현실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본지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김종인 전 의원,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당대표를 지낸 김무성 전 의원을 만나 이 대통령이 임기 초반 어떤 정치를 펼쳐야 할지에 관해 의견을 들어봤다. 이들은 이 대통령이 정치 보복 등에 매몰되지 말고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민생·경제 문제 해결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 김종인 “막강한 권력 민생에 쏟아달라”

김종인 전 의원은 본지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하겠다면 관련 기구를 만드는 것보다 국민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게 급선무”라며 “이 대통령이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문제인 양극화 해소 방안을 취임 100일 내에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대한민국 경제·사회 구조가 어떤지를 제대로 인식하고 정책을 만들어야지, 급하게 경제 회복,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 사고가 난다”고도 했다. 5선(選) 의원을 지낸 김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와 대선 후보 시절 김 전 의원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강조했는데.

“역대 정부가 국민통합위원회를 만들며 국민 통합을 강조했는데 통합이 제대로 됐나. 국민끼리 더 분할만 되는 판이다. 국민 통합은 국민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에서 나온다. 국민이 ‘저렇게 가면 앞으로 희망이라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수용 능력, 현실 파악 능력이 대단한 사람이니 국민 통합의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본다.”

본지와 인터뷰 하는 김종인 전 의원./ 조인원 기자

본지와 인터뷰 하는 김종인 전 의원./ 조인원 기자


-이 대통령의 ‘신뢰 리스크’를 해소하는 게 통합의 첫 과제라는 지적도 있다.

“이 대통령도 이런 지적에 대해 철저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성숙도가 높다. 그런 국민들이 어떻게 비상 계엄을 선포하고 탄핵된 대통령이 나온 정당의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겠나. 그러니 민주당에서 다른 후보가 나왔다면 아마 60% 이상 득표했을 것이다. 지난달 8일 이 대통령과 오찬을 했을 때 ‘이재명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 저소득층은 불만이 많고, 일반 국민은 굉장히 불안한 상태기 때문에 이들을 안정시키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대통령이 1호 행정명령으로 ‘비상 경제 점검 태스크포스’ 구성을 지시했는데.

“취임 100일 내 양극화 해소 방안을 내야 된다. 대한민국의 고용 구조는 17%만이 300인 이상 기업이나 국영기업체에 종사해 정상적인 소득이 있다. 나머지 80% 이상은 17% 정상 소득자의 절반, 또는 그 이하의 소득으로 살고 있다. 양극화를 해소하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다. 다만 서둘러선 안 된다. 김영삼 정부 때 IMF 사태가 발생한 것은 ‘신경제 100일 계획’을 만들고, 빨리 성과를 내려고 재벌들이 은행에 마음대로 돈을 빌려 투자하게 했기 때문이다. ‘성장’만 생각하고 서두르면 경제가 금방 회복된다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

-이번 정부는 입법·행정권을 장악해 막강한 권력 행사가 예상된다.


“정부·여당이 자기네 세력만 믿고 방종하면 국민이 용납을 안 한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했지만,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기고, 그걸 바탕으로 정권이 교체됐다.”

-정부·여당이 내건 ‘내란 극복’이 적폐 청산 시즌 2가 될 것이란 관측이 있는데.

“비상 계엄은 청산해야 한다. 그러나 수사 대상은 축소해야 한다고 본다. 비상 계엄 직전 소집된 국무회의에 참여한 사람들과 계엄 작전에 참여한 군인들 정도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청산 범위를 자꾸 넓히면 정치 보복이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한계 없이 모든 걸 적폐로 몰았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정부·여당의 사법부 압박은 어떻게 보나.

“사법부 개혁은 시급한 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뒤 민주당이 ‘집권 20년’을 말하며 법원과 언론을 장악해야 된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날의 사법부가 절단이 났다. 군부 정권 시절 망가진 사법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지난 30년간 정상화 과정을 밟아왔는데 다시 엉망이 된 것이다. 여기에 또 충격을 가하면 민주주의의 보루인 사법부를 정상화하는 데 또 몇십 년이 걸린다.”

-이 대통령이 앞으로 꼭 해야 할 일은?

“대통령은 시간이 있으면 참모 말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이걸 잘 안 했다. 필요하면 야당 대표도 만나야 한다.”

◇ 김무성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취임사 그대로 실천을”

김무성 전 의원은 8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정치 보복’을 자제할수록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정권 초 막강한 힘을 과거를 헤집는 정쟁에 쏟기보다, 글로벌 통상 전쟁과 침체된 내수 경기를 회복시킬 해법에 쏟는다면 국민 마음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이 대통령이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힘으로 없애려 하면 국민 분열만 거세질 것”이라며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임사를 그대로 실천해달라”고 했다. 6선 의원을 지낸 김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 때 집권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박근혜 정부 때는 집권 새누리당 당대표를 지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주권정부’를 내걸고 당선됐는데.

“이 대통령이 내건 ‘국민’에 그를 선택하지 않은 약 50% 국민도 해당되는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총통제가 된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이 대통령이 이런 우려를 불식시켜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본지와 인터뷰 하는 김무성 전 의원./김지호 기자

본지와 인터뷰 하는 김무성 전 의원./김지호 기자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 통합’을 강조했는데.

“취임사를 실천만 하면 된다. 문제는 권력을 쥐면 사람이 변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사는 훌륭했는데 ‘적폐 청산’에 힘 쏟다가 정권 교체를 당했다. 많은 국민이 이 대통령이 ‘정치 보복’에 나설까 우려한다. 이 대통령이 정치 보복을 자제하고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고민하는 데 힘을 쏟으면 국민 마음을 얻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치 보복으로 치닫지 않고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

“이 대통령은 경직된 이념의 틀에 매여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정권 초 막강한 힘을 과거 헤집기 정쟁에 쏟기보다 경제 회복에 쏟아야 한다.”

-민주당은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국민의힘을 겨냥한 3특검법을 처리했다.

“정권 초기 사정(司正)에 매달리면 처음엔 지지율도 오르고 기분이 좋을지 모르나 남는 것은 극심한 국민 분열뿐이다. 지지율 80%로 시작한 문재인 정부가 그래서 실패한 것 아닌가.”

김 전 의원은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냈다.

-민주당이 대통령재판정지법 등 이른바 ‘이 대통령 방탄’ 입법을 추진하는데.

“입법·사법·행정 3권 분립이 무너지면 독재로 간다. 사법부가 파괴된다면 나부터 제2의 민주화 투쟁에 나설 것이다. 독재는 반드시 몰락한다.”

-이 대통령의 5개 형사 재판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국민이 뽑은 대통령은 존중받아야 한다. 재임 중에는 형사 재판을 중단하되 임기를 마치면 다시 법대로 한다는 식으로 여야가 타협책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다만 이 대통령이 자기 사법 리스크를 힘으로 없애려 하면 국민 분열만 커질 것이다.”

-이 대통령이 야당과 타협할까.

“내가 2010년 집권당(한나라당) 원내대표를 할 때 민주당 원내대표가 박지원 의원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또 양보해줬냐’는 욕을 먹어도 나는 야당에 자주 져줬다. 야당 원내대표 체면을 살려줘야 극한 투쟁이 사라진다. 당시 난제였던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한·미 FTA 국회 비준을 해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야당의 동의를 구하며 정국을 운영해야 정권에 힘이 생긴다.”

-권력 분산형 개헌론자인데.

“권력을 잘게 부수는 개헌을 하지 않으면 나라에 미래가 없다. 이 대통령도 개헌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맞춰 그 공약이 실현될 수 있도록 힘썼으면 한다. 개헌해서 ‘7공화국’을 연다면 이 대통령은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쌓게 될 것이다.”

-경제가 불황 국면으로 들어간다는 분석이 많다.

“이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이나 ‘주4.5일제’처럼 기업인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안들은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경제가 이념으로 안 된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과 부동산 정책, 탈원전 정책 등의 실패로 이미 증명됐다. 이 대통령이 선거 유세 때 ‘나라가 빚을 지면 안 된다는 건 무식한 소리’라고 하던데 큰일 날 소리다.”

☞김종인

1940년 서울 출생.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의 손자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를 하다가 11대 국회 전국구 의원으로 당선돼 5선을 했다. 노태우 정부 때 보건사회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에 참여했고, 2016년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2020년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다.

☞김무성

1951년 부산 출생.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할 때 참모로 합류해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김영삼 정부 때 내무부 차관을 거쳐 1996년 15대 총선 때 신한국당 후보로 부산 남을에서 당선됐고 20대 국회 때까지 6선을 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당선에 기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대표 시절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청와대 권력과 불화를 겪었다. 현재 국민의힘 상임고문이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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