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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비밀 무기 개발 숨기려 UFO 허위 정보 퍼뜨렸다”

조선일보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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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비밀 무기 개발 숨기려 UFO 허위 정보 퍼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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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보도
지난 2020년 4월 26일 미국 해군 전투기가 포착한 미확인 비행현상(Unidentified Aerial Phenomena·UAP) 영상 캡처. /미 국방부

지난 2020년 4월 26일 미국 해군 전투기가 포착한 미확인 비행현상(Unidentified Aerial Phenomena·UAP) 영상 캡처. /미 국방부


미국 국방부(펜타곤)가 수십년간 비밀 무기 프로그램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부 ‘미확인 비행 물체’(UFO) 관련 허위 정보를 조작해 의도적으로 퍼뜨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 산하 ‘전영역 이상현상 조사 사무소’(All-domain Anomaly Resolution Office·AARO)가 지난해 3월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지만 일부 내용이 누락됐다고 전했다. AARO는 연방의회가 통과시킨 법률에 근거해 2022년 7월 국방부 산하에 설치된 조직으로, 군사시설 주변의 목격 정보를 수집 평가하는 임무와 이른바 UFO 혹은 미국 정부 용어로 ‘미확인 이상현상’(UAP)의 실체를 조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매체는 AARO 보고서에서 감춘 내용을 취재해 공개했다. 이를 위해 20여 명의 전현직 미국 정부 관계자, 과학자, 군수업계 관계자 등과 인터뷰하고 수천 페이지 분량의 문서, 녹음 기록, 이메일, 문자메시지를 검토했다.

AARO 조사관들이 1945년 이래 정부 문서를 검토하고 전현직 군 장교들을 직접 조사한 결과, ‘미 정부가 외계 기술을 알아내기 위한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진 경위가 드러났다.

조사에 수십 년간 공군의 일부 신임 지휘관들은 ‘UFO 역설계 프로그램’에 대한 브리핑과 이와 관련한 사진을 받으며 이를 비밀에 부치도록 지시받았다. 지휘관들은 자신들이 참여하고 있는 ‘양키 블루(Yankee Blue)’라는 프로그램이 외계에서 온 반중력(反重力·anti-gravity) 우주선을 발견해 역설계(reverse engineering·완성된 제품이나 시스템을 분해하거나 분석하여 설계 원리를 알아내는 과정)로 외계 기술의 정체를 밝히는 프로젝트라는 말을 들었다. 이와 함께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런 얘기를 발설해서는 안 되며 만약 그럴 경우 감옥에 가거나 (재판 등 절차 없이) 처형될 수 있다”는 경고를 들었다. 하지만 이는 허위 지시였다고 매체는 전했다. 물리학자인 숀 커크패트릭 AARO 소장은 이런 관행이 수십 년간 계속됐다는 사실을 파악했으며, 이에 따라 해당 브리핑을 중단하라는 지시가 2023년 봄에 내려졌다. 조사관들은 지휘관들에게 이런 허위 지시가 내려진 취지와 목적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방부는 또 1980년대 네바다 사막의 미 국방부가 관리하는 1급 군사 기지 ’51구역’에서 스텔스 전투기 개발을 숨기기 위해 비행접시로 보이는 UFO 사진을 조작해 퍼뜨렸다. 당시 한 공군 대령은 51구역 근처의 술집을 방문해 주인에게 비행접시로 추정되는 물체의 사진을 건넸으며, 이 사진이 술집 벽에 걸리면서 미군이 회수한 외계 비행체를 비밀리에 시험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하지만 이는 조작된 것이었다. 사건의 당사자였던 한 은퇴 공군 대령은 2023년 조사관들에게 당시 허위 정보 유포 임무를 수행했다고 시인했다. 당시 이곳에서 소련에 대항할 핵심 전력인 스텔스 전투기 개발이 진행 중이었고, F-117 스텔스 전투기의 시험 비행이 목격될 것을 우려해 이 같은 작전을 펼쳤다는 것이다. F-117 전투기의 외형이 워낙 특이해 시험 비행 도중 목격될 경우 외계 비행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었다.

1967년 몬태나주 핵미사일 기지에서 붉은 주황색 타원체가 목격된 사건도 실체가 드러났다. 당시 목격된 현상은 핵무기 방어 시스템 취약성을 시험하기 위한 전자기 발생기 때문이었다. 핵 기지를 둘러싼 콘크리트와 강철 장벽은 소련의 선제 공격에 취약했으며, 당시 과학자들은 핵폭발로 발생하는 강력한 전자기파 폭풍이 반격에 필요한 장비를 무력화시킬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러한 취약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군은 핵무기 폭발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전자기 발생기를 개발했다. 이 장치가 작동되면 시설 상공 60피트(약 18m) 높이에 설치된 휴대용 플랫폼에 주황색 빛이 발생하고 번개와 유사한 에너지 폭발을 일으켰다. 하지만 군 당국은 소련에 핵무기의 취약점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이 사실을 은폐했다.


조사관들은 이러한 허위 정보 유포 행위가 지휘관들의 개별 행위였는지, 중앙 차원의 조직적 시도였는지 여전히 조사 중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공개 보고서에서 UFO 소문을 잠재울 수 있는 핵심 사실들을 누락했으며, 공군은 비밀 프로그램 보호와 기관 위신 훼손 우려를 이유로 일부 내용 공개를 강력히 반대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허위 프로그램이 존재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 올해 말 발표될 보고서에 이러한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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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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