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4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당시 정부효율부 수장과 이야기하면서 굳은 표정으로 그를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부터 이어졌던 두 사람의 끈끈한 관계는 감세 법안을 두고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되면서 결국 파국에 이르렀다. /AFP 연합뉴스 |
둘도 없는 ‘브로맨스’(남자들의 우정)를 보여줬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서로를 향한 비방전에 나선 가운데 트럼프가 “그와의 관계는 끝났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7일 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매우 무례하다. 그는 대통령직을 모욕했다”면서 머스크와 관계를 회복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했다. 트럼프는 “나는 지금 다른 일들로 너무 바쁘다”면서 “그와 대화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비방전은 트럼프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고 부르는 감세 법안에 대해 머스크가 ‘역겨운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시작됐고, 트럼프가 “일론은 미쳤다”고 반응하면서 격화됐다. 트럼프는 이날 감세 법안을 지지하는 (공화당) 정치인들에 대한 정치 자금 지원을 끊겠다는 머스크에게 “민주당 후보를 지원한다면 매우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또 머스크가 제기한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연루설에 대해 “그건 오래된 뉴스”라며 “엡스타인의 변호사조차 내가 아무 관련이 없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테슬라, 스페이스X 등 머스크 소유 회사들과 정부가 맺고 있는 계약을 취소할 것이냐는 질문엔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직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트럼프는 최측근이던 머스크가 자신을 비난하자 충격을 받았고, 참모와 지인에게 전화로 상황을 논의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특히 트럼프는 주변에 머스크를 ‘대단한 마약 중독자’로 부르며, 머스크의 48시간 동안의 행동이 약물 때문일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31일 뉴욕타임스는 머스크는 작년 대선 유세 당시 강력한 마취제인 케타민과 흥분·환각제인 엑스터시 및 환각버섯 등을 복용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머스크는 우울증 치료 목적으로 케타민을 복용했지만, 증상 완화 뒤 중단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머스크는 X에 올렸던 글 일부를 삭제하며 일보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프리 엡스타인의 파일에 트럼프 이름이 언급됐다고 주장한 글, 트럼프를 탄핵하자는 글에 “예스”라고 단 글 등이다. 머스크는 또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이 X에 올린 “트럼프와 머스크는 화해해야 미국이 더 강해진다”는 글에 “사실”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