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혼외자로 알려진 엘리자베타 크리보노기흐. /더 타임스 엑스(X·옛 트위터)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혼외자로 알려진 20대 여성이 반전(反戰) 작품을 전시하는 프랑스 파리의 미술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영국 더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의 딸이라고 알려진 여성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파리의 미술관에서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의 딸이라고 알려진 여성은 푸틴 대통령과 스베틀라나 크리보노기흐라는 여성 사이에서 2003년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엘리자베타 크리보노기흐다.
이 여성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종적을 감췄으며, 지난해 파리 거주 사실이 우크라이나 매체 등을 통해 알려졌다. 그는 파리에서 ‘엘리자베타 올레그노바 루드노바’ ‘리자 크리보노기흐’ ‘루이자 로조바’라는 이름을 썼으며, 파리 11구에 있는 예술대학원 IESA에서 공부했다.
크리보노기흐는 현재 파리에 있는 스튜디오 알바트로스와 L 갤러리에서 학생 인턴으로 근무 중이다. 더타임스는 “일부 러시아 이민자들과 우크라이나 예술가들이 그가 부친의 군사적 침략과 반체제 시위 탄압의 피해자들과 어울리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사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프랑스로 망명한 러시아 예술가 나스티아 로디오노바의 폭로를 통해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크리보노기흐가 ‘반전 예술가들이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믿고, 자녀가 부모의 범죄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도 생각한다”라면서도 “하지만 전쟁이 절정에 달한 지금 (푸틴) 정권의 수혜를 입은 가문 출신이 그 정권의 희생자들을 마주한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누구와 협력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며 “이 문제에 대한 내 개인적인 대답은 ‘아니오’다”라고 했다.
스튜디오 알바트로스와 L 갤러리를 운영하는 L 협회의 디렉터 드미트리 돌린스키는 러시아 매체에 루드노바(크리보노기흐의 가명)가 소속 미술관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루드노바가 베틀라나 크리보노기흐의 딸이고 푸틴과 닮았다”고도 말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와 자녀들이 볼셰비키에 의해 살해된 사건을 언급하면서 “루드노바가 푸틴의 딸이라는 증거도 없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로마노프 가문에 일어난 것처럼 모든 사람을 총살해야 하느냐”고 했다.
돌린스키는 더타임스에도 “그녀가 푸틴의 딸인지 확인할 수 없다. 그녀가 푸틴의 딸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DNA 검사 결과는 본 적이 없다”며 “그녀가 푸틴을 닮았지만 다른 10만명의 사람도 그렇게 생겼다”고 말했다.
한편 크리보노기흐는 푸틴 대통령과의 부녀 관계를 인정한 적이 없다. 그는 2021년 한 작가와의 온라인 채팅에서 푸틴 대통령의 딸이라는 소문 이후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에 개의치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상황이 정체되어 있었는데 이렇게 빛나게 됐고 사람들이 나의 계정(인스타)을 보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1983년에 결혼했다가 2014년 이혼한 류드밀라 알렉산드로브나와의 사이에서 두 딸 마리아와 카테리나를 뒀다. 그는 또 올림픽 리듬체조 금메달리스트였던 알리나 카바예바와의 관계에서 아들 둘을 낳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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