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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종가’도 못한 걸… 한국, 11회 연속 월드컵 간다

조선일보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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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종가’도 못한 걸… 한국, 11회 연속 월드컵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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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 2대0 승리, 본선행 확정
브라질(22회), 독일(18회), 이탈리아·아르헨티나(이상 14회), 스페인(12회) 그리고 대한민국. 이 6국 공통점은 월드컵 본선에 연속으로 11회 이상 나섰다는 데 있다. 객관적 전력이나 위상은 뒤지지만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나 유럽 강호 프랑스(이상 7회)도 달성하지 못한 고지다. 아시아에선 일본(8회)을 앞선 최다 연속이다.

그 대업(大業)은 6일(한국 시각) 이라크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이뤄졌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9차전 원정 경기. 한국은 이라크를 2대0으로 격파했다. 후반 18분 김진규(전북), 후반 37분 오현규(헹크)가 골망을 흔들었다. 섭씨 40도를 웃도는 무더위와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잘 메우고 승리했다. 전반 25분 이라크 공격수 알리 알하마디(입스위치 타운)가 발을 높이 들고 공을 처리하려다 조유민(샤르자) 얼굴을 때리면서 퇴장당한 게 결정적 분수령으로 작용했다. 처음엔 옐로카드였으나 비디오 판독(VAR)을 거쳐 레드카드로 바뀌었다. 그전까진 팽팽한 공방전이었지만 이후론 한국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그라운드 곳곳을 누비며 공격을 조율해 완승을 만들어냈다.

그래픽=백형선

그래픽=백형선


한국은 B조에서 5승 4무(승점 19)로 1위를 달리며 3위 이라크(승점 12)와 격차를 승점 7로 벌려 남은 1경기(10일 서울 쿠웨이트전)와 상관없이 조 2위까지 받는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1986년 멕시코 대회를 시작으로 11회 연속 본선 진출. 1954년 스위스 대회를 포함한 통산 12번째 본선 진출이다.

주장 손흥민은 이제 개인 네 번째 월드컵 무대를 눈앞에 뒀다. 큰 부상만 없다면 한국 축구 역사상 네 번째로 네 번 월드컵에 나가는 선수가 된다. 홍명보, 황선홍, 이운재 다음이다.

손흥민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22세 나이에 첫선을 보였다. 홍명보 감독 지휘 아래 예선 탈락했던 그 대회에서 알제리전 추격골(2대4 패)을 넣었고, 벨기에전(0대1 패)에서 경기가 끝난 뒤 주저앉아 눈물을 쏟기도 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독일전(2대0 승) 추가골 등 조별 리그에서 2골을 넣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선 주장으로 한국의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다음 월드컵(2030년) 때는 나이가 38세에 이르러 기량이 꺾일 시점이라 이번이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은 월드컵 본선에서 3골을 넣어 한국 대표로서 박지성, 안정환과 최다 골 동률이다.

이번 예선을 통해 ‘홍명보호’는 본선 때까지 풀어야 할 숙제를 여럿 남겼다. 대표적인 약점은 수비형 미드필더. 클린스만 전 감독 시절부터 꾸준히 지적된 문제인데 아직도 해결하지 못했다. 수비와 공격을 잇는 중요한 자리인데 현 주전인 박용우(알 아인)는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 대체 자원도 딱히 나타나질 않아 전술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얼굴을 발굴해야 한다.


경기 초반 전략, 이른바 ‘플랜 A’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점도 고민거리다. 이번 예선에서 나온 16골 중 8골이 교체 선수 득점이나 도움에서 비롯됐다. 선발 라인업이 상대에 의해 봉쇄된 뒤 교체 카드를 통해 흐름을 바꾸는 장면이 잦았다. 이날 이라크전 역시 골을 기록한 두 선수 모두 교체 투입됐다. 유연한 교체 전략 결과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준비한 전술이 상대에게 쉽게 간파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시아 예선이야 임기응변으로 대처할 수 있을 만큼 상대 수준이 높지 않지만 본선은 다르다. 초반부터 더 정교한 공격력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이제부터는 모든 준비를 월드컵 본선에 맞춰 진행하겠다”며 “하나씩 차근히 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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