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취임 이틀만에… 20분 대화
李 “한미 동맹이 외교 근간”
트럼프 “곧 만나길” 美 초청
李 “한미 동맹이 외교 근간”
트럼프 “곧 만나길” 美 초청
이재명 대통령이 6일 밤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왼쪽 사진). 약 20분간 이뤄진 정상 간 첫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방미 초청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오른쪽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AP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은 6일 밤 10시(한국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한미(韓美) 정상 간 통화를 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틀 만에 이뤄진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했고, 이 대통령은 이에 사의를 표하며 대한민국 외교의 근간인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통화는 20분간 진행됐고, 두 대통령은 서로의 리더십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한미 동맹의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한미 간 관세 협의와 관련,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실무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도록 독려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미국에 초청했으며, 이 대통령은 “한미가 특별한 동맹으로서 자주 만나 협의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두 대통령은 한미 동맹 발전을 위한 보다 심도 있는 협의를 위해 다자회의 또는 양자 방문 계기 등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만나기로 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통화가 “친근하고 격의 없는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으며, 두 대통령은 대선 과정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경험도 나누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서로가 겪은 암살 위험과 정치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며, 어려움을 이겨내며 강력한 리더십이 나온다는 데 공감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작년 7월 펜실베이니아 유세장에서 총격을 당했고, 이 대통령은 작년 1월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중 흉기에 목을 찔리는 습격을 당했다.
◇李·트럼프, 각자 골프 실력 소개하며 “동맹 위한 라운딩 갖자”
두 대통령은 또 각자의 골프 실력을 소개하고 가능한 시간에 동맹을 위한 골프 라운딩을 갖기로 했다고도 대통령실은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트럼프 모자를 선물받은 일화를 소개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관심을 표하면서 높은 명성을 가진 이 대통령을 곧 뵙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통화에 대해 “정상 차원 신뢰와 우의를 쌓은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번 한미 정상 통화는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의 통화 시점과 비교하면 하루 정도 늦은 편이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 당일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통화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취임 당일 당시 집권 1기였던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 이튿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통화가 이뤄졌다.
이날 통화에서 언급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은 빠르면 일주일여 뒤가 될 수도 있다.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7국(G7) 정상회의에 이 대통령이 초청받아 갈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G7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열려 물리적으로 참석에 어려움이 많다”며 “하지만 시급히 해결해야 할 대미(對美)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그냥 넘길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당장 급한 건 미국과의 상호 관세 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철강 제품 등에 대한 고율의 관세를 예고했는데, 시행 예정일(7월 8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현행 25% 수준인 관세율을 깎거나 전면 폐지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황으로, 우리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서는 한미 정상 간 대면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열리는데,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일본은 이미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관세 문제 담판을 벌인다는 전략을 세우고 움직이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인 이달 14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한다. G7 정상회의에 앞서 미국에서 따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는 방안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다자간 회의인 G7 때 회담을 갖는 것보다 미국에서 만나는 게 협의에 집중하기 좋다”고 했다. 14일 양자 정상회담이 불발돼도, G7에서 두 정상이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총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시바 총리는 나토에서 ‘동맹국의 부담’을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의 역할’을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과 일본이 동맹국이긴 하지만, 두 정상이 2주 사이에 두 번이나 만나는 기회는 흔치 않다”며 “미·일 관세 타결이 G7과 나토로 이어지는 ‘2단계 합의’의 형태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G7과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향후 이재명 정부의 외교 방향을 가늠할 지표로도 해석된다. 두 회의 모두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모임으로, 전임 윤석열 대통령은 두 회의 참석을 계기로 이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조하고 중·러와는 상대적으로 거리를 뒀다. 이 대통령은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이를 공개적으로 경계하고 있다. 미 백악관은 지난 3일(현지 시각) 이 대통령 당선 직후 “한미 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며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열린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중국의 해로운 영향력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했다. 미국의 동맹국이 중국과 경제 협력을 유지하며 미국과는 안보 협력을 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을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양승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