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허풍쟁이들이 온라인 숭배자를 모아 그 시간과 돈을 착취하는 '대규모 환각 체험' 시대를 살고 있다. 이성의 불빛이 꺼져가고 공론장이 무너지는 이 시대를 정치학자들은 음모론의 시대로, 철학자들은 개소리의 시대로, 심리학자들은 확증편향의 시대로 부른다. 무어라 하든 인류의 마음에 심각한 이상이 생겼다는 건 분명하다.
'합리적 망상의 시대'(아르테 펴냄)에서 미국 문화평론가 어맨다 몬텔은 "비주류 음모론이 주류가 되고, 유명인 숭배가 환각에 이른" 21세기 정신착란을 '주술적 과잉 사고'라고 진단한다. 주술적 사고란 "마음속 생각이 외부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간절히 바라면 무엇이든 이루어진다는 신념이 그 특징이다. 가령 '영끌'해서 코인에 넣으면 분명 기회가 와 돈 문제가 해결된다는 '대박 서사'처럼, 말 안 되는 걸 말 되는 이야기로 신화화할 때, 우리는 주술적 사고에 빠져 있다.
주술적 사고는 이성적 사고를 쫓아내는 대신 절망적 상황에서 우리를 힘 나게 한다. 선거판 같은 아수라장에선 제대로 사고하기 힘들다. 지지 후보 당선을 위해 유리한 정보만 부풀려 어떻게든 승리 서사를 써나간다. 주술은 초조와 불안을 딛고 행동을 만든다. 문제는 선거 이후 이성을 수리해서 성찰을 회복 못 할 때다. 기대와 희망은 인간을 위대하게 하지만 살피는 힘이 없을 땐 망상과 환각으로 전락한다.
과잉 사고는 주로 온갖 너저분한 정보를 과도하게 모으거나 쓸데없는 정보에 반응해 자기감정이나 생각을 부풀릴 때 생겨난다. 단순 착시나 패턴 인식 오류를 음모론의 증거로 바꾼다든지, '충격' '단독' 같은 미끼에 홀려 주의를 착취당할 때 우리는 과잉 사고를 하고 있다.
이 사고는 미지의 위험을 피하게 한다. 하늘이 무너질 수도 있고 우주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과잉 사고에 중독되면 인지적 경보 시스템이 망가져 거짓과 진실, 시시한 일과 뜻깊은 일을 구별 못 한다. 지나친 염려는 심신을 무력하게 만들고 불안과 우울만 늘린다.
현대적 질병인 주술적 과잉 사고는 한 번뿐인 삶에서 가치를 빼앗는다. 수시로 쏟아지는 정보에 중독돼 '아멘' 하며 은혜 받고 살지만, 돌이키면 우리가 정작 삶의 의미를 잃었다는 공허감에 괴로워하는 이유다. 삶의 가치는 진짜 관심을 쏟을 대상을 골라 거기에 얼마나 몰입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피터 드러커는 말했다. "효율성은 일을 올바로 하는 것이고, 효과성은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애초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자주, 열심히 하는 것보다 어리석은 짓은 없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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