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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먹인 가족 탄 차 바다로 몬 가장…계획살해 정황 속속

뉴시스 변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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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먹인 가족 탄 차 바다로 몬 가장…계획살해 정황 속속

서울맑음 / 18.1 °
30일 무안 펜션서 하룻밤 자고 진도항 사전 방문
펜션 되돌아와 목포서 '영양제' 속인 수면제 먹여
홀로 탈출해 달아나…아내 '자살방조' 혐의도 적용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아내와 두 아들을 태운 차량을 몰고 바다로 돌진, 살해한 40대 남성 A씨가 4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에 나서고 있다. 2025.06.04.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아내와 두 아들을 태운 차량을 몰고 바다로 돌진, 살해한 40대 남성 A씨가 4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에 나서고 있다. 2025.06.04.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아내와 두 아들을 태운 차량을 몰고 바다로 돌진한 40대 가장을 수사 중인 경찰이 계획적인 살해 범행의 전모를 밝혀내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억대 채무에 허덕이던 부부는 세상을 함께 떠나기로 미리 계획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확인됐고, 고등학생 두 아들은 가족여행으로만 알고 따라나섰다가 영문도 모른 채 참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일가족을 태운 차량을 몰고 바다로 돌진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구속된 아버지 A(49)씨와 아내, 고교생 두 아들은 지난달 30일 가족여행에 나섰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A씨의 두 아들은 학교 측에 "가족여행을 간다"며 교외 체험학습을 신청, 당일 결석했다.

A씨 가족은 30일 오후 5시27분께 A씨가 모는 승용차를 타고 전남 무안으로 여행을 떠났다. 가족은 같은 날 오후 7시30분께 무안의 한 펜션에 입실했다.

펜션은 일주일여 전인 같은 달 22일 예약돼 있었고 숙박 기간은 3박4일(5월30일~6월2일)이었다.


하룻밤을 묵은 A씨 가족은 다음날인 31일 오전 10시께 진도항으로 향했다. 이미 일가족이 함께 세상을 떠날 결심을 한 A씨 부부가 이때 범행 장소를 물색하고 사전답사한 것이 아닌가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가족은 점심 식사를 하고 무안의 펜션에 다시 돌아왔다가, 같은 날 오후 6시께 다시 펜션을 나와 목포로 향했다.

목포에서 저녁식사를 먹은 가족은 31일 오후 10시30분께 목포 평화공원에 들렀다. A씨 부부는 공원 주차장에 세운 차량에서 두 아들에게 '영양제'라며 속인 수면제와 병 음료를 건넸다.


수면제는 조울증 증세가 있던 아내가 처방 받았으며 병 음료는 부부가 사흘 전 동네 약국에서 산 것으로 파악됐다.

잠이 든 두 아들을 태우고 A씨 부부는 진도항으로 다시 향해 이달 1일 오전 0시49분께 진도항에 도착했다. 운전자였던 A씨는 조수석에 탄 아내와 수면제를 나눠 먹었고, A씨는 오전 1시12분께 차량을 바다로 몰아 돌진했다.

바다에 빠진 차량 안으로 물이 들어차자 A씨는 열려 있던 운전석·조수석 창문 틈으로 홀로 빠져나왔다. 어촌 태생인 A씨는 헤엄 쳐서 인접한 다른 선착장까지 다다랐다.


차량이 빠진 지 40분여 만에 뭍으로 올라온 A씨는 소방 당국이나 경찰에 가족의 구조 신고는 하지 않았다.

[진도=뉴시스] 지난 2일 오후 전남 진도군 한 항만 인근 해상으로 추락한 차량이 인양되고 있다. 경찰은 자신의 아내와 두 아들을 태운 차량을 몰고 바다에 추락, 살해한 혐의로 40대 아버지를 붙잡아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진 = 목포해양경찰서 제공) 2025.06.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진도=뉴시스] 지난 2일 오후 전남 진도군 한 항만 인근 해상으로 추락한 차량이 인양되고 있다. 경찰은 자신의 아내와 두 아들을 태운 차량을 몰고 바다에 추락, 살해한 혐의로 40대 아버지를 붙잡아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진 = 목포해양경찰서 제공) 2025.06.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육지에 다다른 직후 A씨는 공용화장실에서 4시간여 머물다가 나와서는 인근 야산으로 숨어 하룻밤을 잤다.

A씨는 지난 2일 오후 3시38분께 한 상점에 들어가 주인에게 전화를 빌려 형에게 '데리러 오라'고 연락했다. A씨의 형은 일용직 동료이자 지인이었던 B씨에게 연락했다.

2일 오후 6시16분께 항만에서 약 3㎞ 떨어진 인근 마을에서 A씨는 지인 B씨와 만나 그의 차를 얻어 타고 광주로 향했다.

광주에 도착해 지인의 차를 타고 이동하던 A씨는 추적에 나선 경찰에 의해 같은 날 오후 9시9분께 광주 도심에서 긴급체포됐다. 범행 44시간 만이었다.

A씨는 경찰에 "가족과 함께 생을 마치려 했다. 차가 빨리 물에 잠기도록 운전석·조수석 창문을 열었다. 입수 직후 막상 차에 물이 들어차니 무서워서 홀로 빠져나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여러 정황에 비춰 부부가 두 아들과 함께 세상을 등지려는 결심을 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범행에 쓰인 수면제를 아내가 처방 받았고, 부부가 두 아들부터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진도항까지 함께 향한 만큼 부부가 생을 마치는 결정을 하고 미리 계획했다는 추론이다. 입수 직전에야 부부가 수면제를 동시에 먹은 점 등도 석연치 않다.

때문에 경찰은 A씨에게 두 아들에 대한 살인 혐의 외에도 자살방조 혐의까지 적용했다.

A씨는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해 1억6000만원 상당의 채무가 있었고, 정신과 진료를 받는 아내 간호가 힘들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보험 가입 내역도 살펴봤으나 부부 앞으로 각기 가입된 건강보험 2건 외에는 눈 여겨 볼 만한 사항은 없었다.

앞으로 경찰은 확보한 휴대전화 3대와 차량 블랙박스에 대해 전자 법 의학 감정(디지털포렌식)을 의뢰해 범행 전후 경위를 정확히 밝혀낼 방침이다.

또 구속된 A씨를 상대로 범행 경위와 동기에 대한 추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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