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대북 송금’ 이화영 유죄 확정… 李 방북 비용 쌍방울이 대납케 해

조선일보 방극렬 기자
원문보기

‘대북 송금’ 이화영 유죄 확정… 李 방북 비용 쌍방울이 대납케 해

서울맑음 / 1.0 °
대법원서 징역 7년 8개월 확정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5일 대법원에서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받았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방북 비용 등을 쌍방울 측이 북한에 대납하게 한 사실이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인정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판결이 이화영씨 공범으로 기소된 이 대통령의 대북 송금 1심 재판에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민주당이 대통령 임기 중 형사재판을 멈추는 ‘재판 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어서 재판이 계속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이날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7년 8개월에 벌금 2억5000만원과 추징금 3억2595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씨는 2019년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며 추진한 ‘북한 스마트팜 개선’ 사업비 500만달러와 이 대통령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대신 내게 한 혐의를 받는다.

1·2심과 대법원은 800만달러가 북한으로 송금된 사실을 인정하며 이 중 세관 신고 없이 무단 유출된 스마트팜 사업비 164만달러와 방북 비용 230만달러 등 총 394만달러는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인정했다. 나머지 406만달러는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 대통령의 방북 비용 가운데 200만달러는 조선노동당에 전달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이씨가 쌍방울 측으로부터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약 3억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이씨가 “검찰이 사건을 조작했다”며 제기한 ‘검찰청 술자리 회유’나 ‘진술 조작’ 의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작년 6월 이 사건 관련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돼 수원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이 대북 사업 편의를 봐달라는 쌍방울의 청탁을 받고 이씨를 통해 방북 비용 등을 대납시켰다는 혐의다. 한 현직 판사는 “북한에 불법 송금을 한 사실관계가 대법원에서 인정된 만큼, 이 대통령과 이씨의 공모 여부가 유무죄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씨는 2023년 6월 검찰에서 “방북비 대납 사실을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서 이를 번복했다. 검찰의 회유와 압박으로 인한 허위 진술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판결문에는 “이씨가 이 지사의 방북을 강력하게 추진할 동기가 있었다” “김 전 회장이 이씨에게 ‘이 지사에게 보고했냐’고 했을 때 이씨가 ‘당연히 그쪽에 말씀드렸다’는 말을 들었다고 반복해 진술한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이 대통령이 대북 송금에 관여한 의혹을 뒷받침하는 여러 정황이 인정된 셈이다. 다만 법원은 이씨가 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는지 여부에 대해 따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 사건은 기소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정식 재판이 한 번도 열리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 측이 작년 12월 법관 기피 신청을 내면서 재판이 3개월 넘게 중단됐고, 올해 초 법관 인사로 재판부가 교체되며 더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 달 22일에 공판 준비 기일이 예정돼 있지만 재판이 계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발의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 중지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만 앞두고 있다.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대북 송금 사건 재판은 이 대통령 재임 중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방극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