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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
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민주당이 추진 중인 ‘대법관 증원법’에 대해 “공론의 장이 마련되길 희망한다”며 “국민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대법원) 개편 방향이 무엇인지를 국회에 설명하고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법 제도를 일방적으로 강제 변경하려는 민주당 시도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전날 민주당은 국회 법사위 소위에서 대법관을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대법관 증원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상고 사건은 계속 증가하는데 대법관 숫자는 1987년 이후 14명으로 사실상 변동이 없다 보니 대법관 1인당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 연간 3000건을 넘고 있다. 지금까지 대법원 과부하 문제는 사법부가 주도적으로 해결책을 고민해왔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엔 상고법원 신설을 추진했고, 김명수 대법원은 대법관 4명을 순차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헌법상 사법부 독립이 규정돼 있고 사법부 문제는 사법부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대법원 증원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자 갑자기 바뀌었다. 대법관을 갑자기 7배가 넘는 100명으로 늘리고 비법조인도 대법관에 임명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사실상의 ‘4심제’를 도입해 민주당 측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도록 하겠다는 의도 아닌가. 국민을 위한 사법 개혁이 아니라 한 정당을 위한 사법 변경이자, 대법원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비판이 컸다.
대법원 변경은 사법 시스템의 골간을 바꾸는 일이다.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것도 중대한 문제다. 모든 국민이 영향을 받는데도 민주당은 공청회는 고사하고 당사자인 사법부 의견도 제대로 듣지 않았다. 법원행정처가 “사회적 합의 없이 대법관 수만 늘리는 것은 상고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헌법상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와 대법원 기능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했는데도 ‘30명 증원’을 일방 단독 처리했다. 왜 30명인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이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 대통령은 임기 5년간 대법원장 포함 대법관 10명을 교체하고, 늘어나는 대법관 16명을 추가로 임명할 수 있다. ‘대법원장 제청’ 절차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반대하는 사람을 제청하는 건 쉽지 않다.
대법원장은 “국가의 백년대계가 걸려 있는 문제”라고 했다. 사법 제도 변경은 국민의 공론과 사법부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여야 합의 처리가 필수적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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