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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도움이 컸네" "네 덕분 맞다"... 한국 테니스 샛별 김장준·노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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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도움이 컸네" "네 덕분 맞다"... 한국 테니스 샛별 김장준·노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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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라이벌 노호영·김장준 인터뷰]
작년 주니어 세계 랭킹 10위(호영)·17위(장준) 찍어
성인 무대서 한국 테니스 위상 높이겠다 각오 밝혀
김 "노호영 이기려 분석 노트 쓰면서 치열하게 연구"
노 "장준 덕분에 더 열심히 하게 돼.. 서로 의지하기도"


노호영(왼쪽)과 김장준이 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2025 ITF 오리온닥터유배 창원국제남자테니스 투어대회' 메인 코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리온테니스단 제공

노호영(왼쪽)과 김장준이 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2025 ITF 오리온닥터유배 창원국제남자테니스 투어대회' 메인 코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리온테니스단 제공


첫 만남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2006년생 동갑내기 김장준(버지니아대)과 노호영(밴더빌트대)은 2013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열린 레드불 테니스 대회 결승에서 처음 맞닥뜨렸다. 일찌감치 테니스를 시작해 두각을 나타냈던 김장준은 당시만 해도 운동을 취미로 하던 노호영을 쉽게 꺾었다.

둘의 상대전적이 팽팽해지기 시작한 건 노호영이 엘리트 코스를 밟기 시작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다. 노호영은 금세 김장준을 따라잡았다. 국내 유소년 최강자였던 김장준이 한때 노호영을 이기기 위해 분석 노트까지 만들어가며 고군분투했을 정도다.

지난 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2025 국제테니스연맹(ITF) 오리온닥터유배 창원국제남자테니스 투어대회'에서 만난 김장준과 노호영은 당시를 돌아보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노호영은 "내가 (실력 향상에) 도움을 많이 줬네"라며 너스레를 떨었고, 김장준이 "네 덕분에 여기 있다"고 맞받아쳐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다. 방학을 맞아 한국을 찾은 두 선수는 이번 대회를 통해 다양한 나라 선수들과 겨뤄 실전 경험을 쌓고, 경기력을 향상시키겠단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장준(왼쪽)과 노호영의 12년 전 첫 만남을 기록한 사진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출전한 대회 결승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날 결승에 앞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노호영 제공

김장준(왼쪽)과 노호영의 12년 전 첫 만남을 기록한 사진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출전한 대회 결승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날 결승에 앞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노호영 제공


기량 꽃피운 고교시절, 주니어 세계 랭킹 10위권으로 '유종의 미'

초등학교 때부터 국내 1,2위를 다투던 두 선수는 17세 무렵 기량이 만개하기 시작했다. 당시 김장준은 '한국 테니스의 전설' 이형택 감독이 있는 오리온 테니스단에서, 노호영은 세계 최고의 스포츠 전문 기숙학교인 미국 IMG아카데미에서 3년간 실력을 갈고닦았다.

성과는 눈부셨다. 김장준은 2022년 만 15세 나이로 세계남자테니스(ATP) 투어 단식 랭킹 포인트를 따 국내 테니스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데 이어 1, 2년 사이 주니어세계랭킹을 100위권에서 최종 17위(작년 말 기준)까지 끌어올렸다. IMG아카데미의 혹독한 훈련을 치른 노호영도 수차례 국제 대회 우승을 거머쥐며 500위대로 시작한 주니어 세계 랭킹을 지난해 최종 10위로 마무리했다.

노호영(왼쪽)과 김장준이 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2025 ITF 오리온닥터유배 창원국제남자테니스 투어대회' 메인 코트에서 네트를 사이에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리온테니스단 제공

노호영(왼쪽)과 김장준이 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2025 ITF 오리온닥터유배 창원국제남자테니스 투어대회' 메인 코트에서 네트를 사이에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리온테니스단 제공


함께라 더 크게 성장한 김장준·노호영

동갑내기 라이벌은 올해부턴 미국 대학에 진학해 한동안 학업과 프로 생활을 병행한다. 버지니아대학교에 입학한 김장준은 1월부터 이미 미국 대학 리그와 학업을 병행하고 있고, 밴더빌트대학교에 진학한 노호영은 입학 후 1년간 학업에 집중한 뒤 내년부터 4년간 대학 리그를 뛰게 된다.


노호영은 "운동선수는 공부를 안 한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1년간 학업에 집중하는 건) 내겐 좋은 기회"라며 "경제와 비즈니스를 공부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 주니어 세계 랭킹을 10위로 마무리해 받은 와일드카드가 많아 방학 때나 학사 일정에 여유가 있을 때마다 큰 대회 위주로 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노호영은 이번 창원 대회도 와일드카드를 사용, 예선 없이 본선에 직행했다.

반면 김장준은 "리그 때문에 학기 중에 대회를 나가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대학 리그 레벨도 워낙 높아 매주 뛰는 게 큰 도움이 된다. 방학 등을 활용해 국제 대회에도 틈틈이 나가볼 계획"이라 전했다.

노호영(왼쪽)과 김장준이 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2025 ITF 오리온닥터유배 창원국제남자테니스 투어대회' 메인 코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리온테니스단 제공

노호영(왼쪽)과 김장준이 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2025 ITF 오리온닥터유배 창원국제남자테니스 투어대회' 메인 코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리온테니스단 제공


"주니어 때 이룬 것, 성인 무대서도 함께 이뤄보자"

김장준과 노호영은 이제 성인 무대에서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갈 계획이다. 목표는 뚜렷하다. 김장준은 "힘들고 처질 때마다 '내가 지금 하는 이 일을 내 친구도 하고 있겠지, 나만 힘든 게 아니다'라고 되뇌며 버틴다"며 "한국 테니스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게 더욱 열심히 해보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노호영도 "그간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열심히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서로에게 좋은 자극제가 돼 주니어 때 이뤄냈던 그랜드슬램 본선 진출, 세계 랭킹 10위권 등을 이뤄내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창원 =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