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등 인선발표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뉴스1 |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취임사에서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모든 국민을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낡은 이념은 이제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자”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며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되겠다고 했다. 정권 인수 기간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내건 첫 구호는 통합과 실용이었다. 계엄과 탄핵, 조기 대선을 거치며 더욱 갈등의 골이 깊어진 국민을 통합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역대 모든 대통령은 취임 때는 “나를 지지했든 반대했든 하나의 국민”이라며 통합을 다짐했지만 머지않아 그 다짐은 빛이 바랬다. 야당을 정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자기 뜻대로만 국정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전임 문재인·윤석열 정부가 똑같은 잘못을 반복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여야 대표들과 한 오찬에서 “모든 것을 혼자 100% 취할 수는 없다.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가급적 모두가 동의하는 정책을 하겠다”고 말했다. 전쟁 같은 정치를 하지 않겠다면서 여야 대표들에게 자주 연락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년 동안 야당 대표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그래서 독단적 권력과 비타협적 야당이 공존을 거부할 때 어떻게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압도적 국회 권력에 더해 대통령 권력까지 쥐게 됐다. 사람인 이상 일방통행의 유혹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제시했던 기본사회 각종 정책을 비롯해 노란봉투법과 양곡법 같은 문제에서 100%를 전부 얻으려 할 경우 충돌이 불가피하다. 100% 얻으려면 야당은 물론 국민 절반과 싸워야 한다. 반대로 야당과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면서 타협한다면 전임 정부와 다른 길을 갈 수 있다. 이념 대신 실용을 강조하겠다는 것은 이제 실천으로 보여줘야 하고, 그 시험대가 경제와 외교·안보다.
이 대통령은 국정원장 후보자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지명했다. 20년 전 노무현 정부 때 자주파와 동맹파 갈등을 촉발했고, 북핵을 사실상 옹호했으며, 북한 김씨 왕조를 그들 입장에서 이해하자는 주장을 했던 사람이 실용과 통합에 적합한지 의문이다. 앞으로 실용 통합에 맞는 인선이 늘어나길 바란다.
이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절반의 국민이 가진 우려를 새기며 “실용, 통합, 양보”를 선언한 첫날의 다짐을 끝까지 지켜주었으면 한다.
[조선일보]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