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김민재·조현우 농락 골 넣었던 파이살 할림, 산성액체 테러 딛고 대표팀 복귀… “이제는 그라운드에서 웃고 싶다”

한국일보
원문보기

김민재·조현우 농락 골 넣었던 파이살 할림, 산성액체 테러 딛고 대표팀 복귀… “이제는 그라운드에서 웃고 싶다”

서울흐림 / 0.2 °
네 차례 피부 이식 후 성공적인 복귀
말레이시아 2회 연속 아시안컵 본선 도전


산성액체 테러 이후 최근 경기장에 복귀한 파이살 할림. 파이살 할림 SNS 캡처

산성액체 테러 이후 최근 경기장에 복귀한 파이살 할림. 파이살 할림 SNS 캡처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의 에이스 파이살 할림(셀랑고르 FC)이 산성 액체 테러로 인한 중상을 딛고 기적처럼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파이살 할림은 지난해 5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쇼핑몰에서 괴한이 뿌린 산성 액체에 맞아 얼굴과 어깨, 손, 가슴 등에 4도 화상을 입었고. 이후 네 차례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는 4일 BBC를 통해 “매 순간 끔찍한 기억이 떠올라 정말 힘들었고, 축구를 그만둘까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병상에 누워 있던 시기, 아내가 팬들의 응원 메시지를 읽어준 것이 회복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말레이시아 전체가 저를 위해 기도해준다는 걸 느꼈다”며 “그래서 다시 뛰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복귀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파이살 할림이 2024년 1월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 한국과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환호하고 있다. 파이살 할림 SNS 캡처

파이살 할림이 2024년 1월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 한국과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환호하고 있다. 파이살 할림 SNS 캡처


파이살은 부상 전까지 대표팀과 소속팀의 핵심 자원이었다. 그는 2022년 9월부터 2024년 1월까지 A매치 21경기 13골을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경기에서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조현우(울산 HD)를 속이는 터닝슛으로 골을 터뜨려 한국과 3-3 무승부를 이끌었다. 158㎝ 작은 키의 파이살이 한국 수비진을 농락하며 넣은 골을 두고 현지 언론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순간”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선수 복귀 고민을 하던 파이살은 수술 후 3개월만에야 재활을 시작했다. 소속팀인 말레이시아 프로축구 셀랑고르 FC에서 재활을 시작한 파이살은 지난해 8월 FA컵 준결승전에서 처음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올해 3월엔 리그 경기에서 복귀골을 터뜨리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시우(SIU)’ 세리머니로 건재함을 알렸다. 같은 달 25일 아시안컵 예선전에 교체출전하며 1년 만에 대표팀 복귀전도 치렀다. 피터 찰카모브스키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은 “복귀 자체로 팀에 긍정적인 자극이 된다”며 "그의 복귀는 매우 반가운 일"이라고 파이살의 복귀를 환영했다.

1980년 이후 처음으로 2회 연속 아시안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말레이시아 대표팀에 파이살의 합류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상징적인 힘이 되고 있다. 최근 귀화 선수 영입 등 전력 보강에도 불구하고, 파이살처럼 국제대회 경험과 득점력을 갖춘 에이스의 복귀는 팀의 사기와 공격력 모두를 끌어올리는 결정적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파이살은 현재 쇼핑몰 등 다중 이용시설을 피하고 있지만, “이제는 그 시간이 지나갔다고 믿고 싶다”며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미소를 잃었지만, 다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이제는 그라운드에서 더 많은 기쁨을 팬들과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파이살은 오는 10일 베트남과의 아시안컵 예선 2차전 출전을 앞두고 있다.

이승훈 인턴 기자 djy9367@hanyang.ac.kr